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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이 침공… 푸틴이 불러온 신냉전, ‘3차 대전’ 비화할까

입력 : 2022-02-26 09:00:00 수정 : 2022-02-25 23: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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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향방 어떻게 되나

美와 어깨 나란히 했던 러시아
中에도 밀리자 ‘민주주의’에 대항
전쟁 끝나도 ‘신냉전’ 계속될 듯

美 “직접 참전 않겠다” 선 긋기
독일엔 병력 7000명 추가 배치
나토, 회원국이 피해 땐 공동 방어
3차 대전으로 확대 가능성도 있어

바이든, 對러 수출·금융 추가 제재
SWIFT 결제망 퇴출 조처는 빠져
韓, 반도체·자동차 등 러 수출 타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스크바=AP뉴시스

“우리를 막으려는자, 누구든 역사상 경험하지 못한 결과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은 엄포가 아니었다. 미국 뉴욕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열리고 있는 도중에 푸틴 대통령은 마치 외교적 해결을 비웃기라도 하듯 우크라이나 침공 명령을 내렸다. 브레이크 없는 푸틴 앞에 국제사회는 무력했다. 이제 관심은 전쟁의 향방에 쏠린다. 우크라이나가 중립국의 길을 걷겠다고 하면 끝날 전쟁인가, 꽤 오래 이어질 신냉전의 일부인가, 아니면 제3차 세계대전의 서곡인가?

 

◆우크라이나 ‘중립국 카드’ 통할까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의 배경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자리잡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2000년대 중반부터 나토 가입을 추진했고,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하자 나토 가입 의지는 더 강해졌다. 러시아는 서방의 군사 동맹인 나토의 동진을 좌시할 수 없었고, 이는 이번 전쟁의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 푸틴 대통령은 침공 개시 전날 “이 문제(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은 우크라이나 당국이 스스로 나토 가입을 거부하고 중립을 지키는 것이다”고 강조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헌법에 나토 가입을 명기할 만큼 나토 가입 의지를 불태웠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5일 중립국을 입에 올린 건 그만큼 상황을 비관적으로 봤다는 방증이다. 그는 이날 화상연설에서 “오늘 27명의 유럽연합(EU) 정상들에게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될 것인지 물었지만 그들은 대답하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가능성이 희박함을 인정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중립국 카드를 받고 물러날 지는 알 수 없다. 일각에선 푸틴 대통령이 젤렌스키 정부를 전복시키고 친러시아 정부를 세우는 게 목표라고 본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전날 CNN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시키려고 할 것을 확신한다. 푸틴은 한 때 소비에트 연방의 일부였던 이웃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재확립하며, 소비에트 제국을 재건하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중립국 우크라이나에 만족하지 않고 위성국으로 만들어 러시아의 관할 아래 두는 게 목적이라는 뜻이다.

◆러시아 간과한 서방… 신냉전 불렀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신냉전 구도는 한동안 계속되리란 분석이 많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신냉전의 시작인가?’라는 취재진의 물음에 “냉전이냐 여부는 관점에 달렸지만, 러시아가 추운 날을 맞게 됐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은연중에 러시아를 무시함으로써 러시아를 신냉전으로 끌어들였다고 말한다.

격추된 항공기 잔해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격추된 항공기의 파편을 살펴 보고 있다. 키예프=AP연합뉴스

지난해 발간된 바이든 행정부의 첫 ‘국가안보전략 중간 지침’에는 “미국이 권위주의 적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면서 권위주의의 적으로 “중국 또는 다른 국가”라고 적혀 있다. 한때 미국과 함께 전 세계를 양분했던 러시아가 이란, 북한 등과 함께 ‘기타 등등’에 묶인 것이다. 미 시사주간 애틀랜틱은 이날 “중국과 달리 러시아는 경제적으로 미국과 경쟁이 되지 않고, 베네수엘라나 니카라과 같은 일부 국가를 빼면 이렇다 할 동맹도 소프트파워도 부족하다”며 “푸틴은 이번 기회에 ‘민주주의는 푸틴(러시아)을 당할 재간이 없다, 국경은 국력이 강할 때만 의미가 있다’는 그의 세계관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날 전쟁 개시를 알리면서 “2차대전 이후 채택된 국제법 규범은 그들(서방)만을 위한 유리한 결정”이라며 서방 대 러시아의 구도를 분명히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이번 전쟁이 끝나더라도 신냉전 체제는 한동안 계속되리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3차 대전 아니지만… 앞날은 모른다”

 

신냉전이 3차 대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을까. 현재 미국과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전쟁 물자를 지원할 뿐 직접적인 참전은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이날 독일에 미군 7000명을 추가 배치한다고 밝히며 “미군은 우크라이나에서 싸우러 유럽에 가는 게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을 방어하러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본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브뤼셀=AFP연합뉴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긴급회의를 연 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인근 동부 유럽 지역에 병력을 강화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우크라이나에 전투 병력을 파병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나토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나토가 파병해 같이 싸울 의무는 없다. 그러나 이번 전쟁이 우크라이나를 너머 폴란드나 루마니아 등 회원국으로 확전될 경우엔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토 조약 5조는 ‘회원국 중 한 나라가 공격받으면 나토 전체가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나머지 회원국이 자동 개입해 공동방어에 나선다’고 돼 있다. 지금까지 5조가 발동된 건 2001년 9·11테러 때가 유일하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비롯해 서방 관계자들은 줄곧 ‘나토 5조 약속은 철통같다’고 강조해 왔다.

 

미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의 케네스 와인스타인 박사는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발트 국가나 폴란드를 공격하면 나토는 5조를 발동할 수밖에 없다. 이 틈을 타 중국이 대만에,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물리적 압박을 가한다면 그게 바로 3차 대전”이라며 “상상하기 어렵지만,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의 외곽에 있는 우크라이나군 시설과 장비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파괴되면서 연기를 내뿜고 있다. 마리우폴=AP연합뉴스

이번 전쟁의 향방은 결국 푸틴 대통령의 손에 달렸지만 그를 멈춰세울 마땅한 수단은 없다. AFP통신은 “유엔은 1945년 설립 이후 상임이사국(미·러·영·불·중)이 일으킨 어떤 전쟁도 막지 못했다”며 “이들은 유엔을 자연재해나 전쟁이 났을 때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하는 기구로 격하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에 대한 수출통제와 금융제재 조치 등을 추가로 발표했다. 미 상무부는 러시아의 국방·항공우주·해양 분야를 겨냥해 반도체, 컴퓨터, 통신, 정보보안 장비, 레이저, 센서 등에 대한 수출통제 제재를 발표했다. 과거 화웨이에도 적용했던 제재로 미국 밖의 외국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제조 과정에서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장비나 소프트웨어, 설계를 사용했을 경우 수출을 금지하는 해외직접생산품 규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 프셰미실의 기차역에서 피란온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야외 침대에서 휴식하고 있다. 프셰미실=AP연합뉴스

이번 제재 조치로 한국이 러시아로 수출해온 반도체, 자동차, 전자제품 등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미 재무부는 러시아에서 가장 큰 스베르방크와 VTB 은행 등 두 은행을 포함한 90여개 금융기관이 미국 금융 시스템을 통해 거래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정부가 강력하게 요구했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퇴출 조처는 이번 제재에서 빠졌다.


윤지로 기자, 워싱턴·도쿄=박영준·김청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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