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솟는 물가를 잡을 방법이 없다.’ 지난해 말부터 치솟기 시작한 물가가 연초에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3%대를 웃도는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내놓은 상태다. 국제 유가 상승에다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현실화하면서 상승 압력은 더욱 커졌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을 펴고 있지만, 사실상 외부 요인에 의한 충격으로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일부에서는 경기불황과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인플레이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1%로 올렸다. 한은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대로 내놓은 것은 2012년(3.2%) 이후 10년 만이다. 정부는 일반적으로 ‘2%대 물가’를 안정적인 수준으로 본다.
최근 물가 흐름을 보면 이 같은 ‘고물가’ 전망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다. 국내 물가는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연속 3%대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물가 상승의 원인은 우선 공급 불안정에서 찾을 수 있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공산품과 농림수산품 등 대부분 항목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국제유가는 말 그대로 ‘기름을 부은 꼴’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연관 제품 전반에 걸쳐 가격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유발하고 있다.
특히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의 상승세가 심상치않다. 치킨에 이어 피자, 햄버거 등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아이스크림, 커피, 라면 등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국민 과자’라 불리는 새우깡도 가격 인상이 예고됐다.
여기에다 다음달 5일부터는 처음처럼 등 일부 소주 제품의 출고가격도 인상된다. 처음처럼 병 제품의 출고가격은 7.7%, 640㎖ 페트병 제품은 6.7% 오른다. 출고가가 인상되면 대형마트나 편의점은 물론 음식점에서도 소주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하이트진로도 지난 23일부터 참이슬과 진로 등 소주 제품의 출고가를 7.9% 인상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유가와 글로벌 공급망 등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정부는 외식품목 가격·배달비 공개 등 대책을 쥐어짜 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소비자가 자주 찾는 외식품목의 주요 업체별 가격을 모아서 제공한다고 밝혔다. 배달비도 공개한다고 밝혔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3개 앱의 배달비를 조사해 결과를 공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가격과 배달비 등은 이미 각 앱에 공개됐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물가상승의 주된 원인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공개된 정보를 한데 모아 보여주는 것 외에 큰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특히 배달료 공시제가 배달료 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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