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독감처럼 관리 검토”
현 거리두기는 20일까지 연장
4일 오후 9시 2만6000명 넘어
동네 병원 등 의료체계 준비 미흡
전문가 “확진자 방치 우려 높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료체계 여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계절독감과 유사한 방역·의료체계로의 전환을 본격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확진자가 하루 3만명에 이르지만 상당수가 무증상·경증 환자이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가 큰 점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확진자 급증 대비 전략 수립과 동네 병·의원 등 대응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4일 “확진자가 증가하더라도 위중증·치명률이 계속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의료체계 여력이 충분하다면 방역규제를 단계적으로 해제하면서 일상회복을 다시 시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위드 오미크론’ 전환을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정부가 코로나19의 계절독감 관리체계 전환을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다. 정부는 6일 종료되는 현재 ‘사적모임 6인·다중이용시설 오후 9시 제한(일부 오후 10시)’ 거리두기 조치도 20일까지 연장했다.
이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감염 시 중증화율·치명률이 기존 델타의 3분의 1, 5분의 1 수준으로 낮아 의료체계 부담이 덜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이날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국 17개 시도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확진자는 모두 2만6273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2만2345명보다 3928명이 늘어난 수치로 신규 확진자수는 3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위드 오미크론’이 아닌 ‘확진자 방치’에 가까울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당장 의료체계 준비가 미흡하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차 의료기관에 코로나19 확진자를 맡긴다고 하지만 일부를 빼고는 준비가 안 됐다”며 “책임 떠넘기기에 불과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미크론 유행의 정점이 되기도 전에 일상회복을 언급하기보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줄일 대책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격리자·확진자가 늘면 의료나 교육, 돌봄, 교통, 치안, 소방 같은 사회 필수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
한편,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 처방 대상은 현재 60세 이상에서 7일부터 50세 이상 중 당뇨 등 기저질환자로 확대된다.
◆“유행 정점 오기도 전에… 섣부른 방역체계 전환은 위험”
정부가 4일 언급한 계절독감처럼 관리하는 시스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관리를 고위험군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다수 경증·무증상 환자는 스스로 대처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 구상대로 할 경우 동네 병·의원 진료 시스템 구축 등 준비해야 할 것이 적지 않다. 사전에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피해가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이미 고위험군 중심의 방역·관리는 조금씩 확대하고 있다. 수만∼수십만명에 달하는 환자를 현재 의료대응체계로 모두 감당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60세 이상이나 밀접접촉 등으로 보건소에서 검사를 요청한 사람 등이 우선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PCR 역량을 확진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 집중하는 것이다. 신속항원검사(RAT)의 정확도 논란이 제기되지만, ‘가짜 음성’으로 인한 추가 전파 가능성은 감수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지난달 26일부터는 역학조사도 고위험군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 고령자와 동거가족 등부터 역학조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오는 7일부터는 확진 이후 첫 단계인 기초역학조사부터 간소화해 고위험군을 신속하게 찾아내기로 했다. 보건소가 이동 동선이나 감염 추정 경로를 조사하던 것에서 확진자가 동거가족 유무, 근무 장소, 연령대 등의 인적 정보를 직접 입력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정부는 재택치료자 관리도 점차 고위험군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 보건소에 공문을 보내 집중관리군에 대해 초기 문진하는 등 우선 관리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재택치료 집중관리군은 60세 이상과 50대 미접종자, 만성 심혈관질환을 비롯한 기저질환자 등이 해당한다. 정부는 무증상·경증 확진자는 별도 모니터링 없이 스스로 건강 상태를 관찰하는 ‘재택요양’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종균 중앙사고수습본부 재택치료반장은 “고위험군에 대한 관리를 지속하거나 강화하는 방식으로 재택치료 관리체계를 개편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조치들이 전방위로 확대되면 주변인 확진 시 대응과 재택치료 건강관리 등 방역 전반에 개인의 역할이 커진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위드 오미크론’에 대해 “오미크론 유행의 정점을 찍고 내려온 시점에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위험군에 대한 경구(먹는) 치료제를 적절히 사용하면 치명률을 낮게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 독감 환자가 편하게 동네 병·의원을 찾아가 진료와 처방을 받는 식으로 코로나19 무증상·경증 환자를 관리하려면 관련 의료체계 여건부터 충분히 갖춰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지난해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이후처럼 코로나19 상황이 다시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진자를) 독감 환자 관리하듯 하려면 아무 동네 병원에 가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지난 수개월 동안에도 제대로 준비가 안 됐는데 신속하게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미크론 치명률이 낮다지만 독감보다는 높기에, 오미크론과 독감을 같은 선상에서 봐선 안 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무엇보다 경증·무증상이라도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여전해 국민 설득도 필요하다. ‘2021년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보면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은 3점 만점에 1.7점으로, 코로나19에 대해 여전히 안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 완화에 대해 하루 만에 정부 말이 달라진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날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확진자가 증가하면 위중증 환자도 증가하게 될 수밖에 없어 섣불리 방역을 완화할 수 없다”고 밝혔는데, 이날 정부는 일상회복을 언급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정부 발표를 보면 다 붙잡고 가겠다는 것인지, 포기하겠다는 것인지 전략이 모호하다”며 “예를 들어 40대 이상은 개인이 스스로 관리하고, 정부는 50세 이상에 집중하겠다는 식으로 분명하게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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