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달 새 저명인사와 연쇄 만남
이번에는 ‘3대 투자가’ 로저스와 대담
대외일정 적극 소화하며 尹과 차별화
관심 컸던 탈모 공약 등 반짝 관심만
李, 선대위에 의견 구해도 ‘예스맨’뿐
“친문·이낙연 그룹 견고… 차별화 고충”
30%대 ‘박스권’ 지지율에 갇혀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측이 돌파구 마련에 고심 중이다. 관건은 중도층과 2030세대를 설득하는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채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감 속에 깜짝 관심을 끌 만한 ‘이벤트 선거운동’까지 펼치고는 있으나,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이 후보는 20일 세계 3대 투자가로 알려진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과 ‘대전환의 시대, 세계 5강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화상 대담을 진행했다. 민주당은 “코로나19와 기후위기, 4차 산업혁명, 미·중 경쟁 등 전례 없는 위기 속 세계 경제에 대한 성찰을 나누고, 새로운 세계, 새로운 시장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시간”이라고 행사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 후보와 저명인사의 이벤트성 만남 일정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지난해 12월 이 후보는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마이클 샌델 미 하버드대 교수와 화상 대담을 갖고 공정의 가치를 논했다. 11월엔 존 오소프 미 조지아주 상원의원과 만나 ‘가쓰라 태프트 밀약’을 언급해 화제가 됐다. 당시 역사적 사실관계의 해석을 두고 논란이 일었지만, 이 후보 측은 ‘이슈 선점 효과’를 누렸다며 긍정 해석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내부에선 “대선 후보가 그 정도 말도 못 해서 되겠나”라는 말도 나왔다.
이 후보는 같은 달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대사대리,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연쇄적으로 만났고, 뉴욕타임스 편집국장 등 임원진과도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달리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대외 일정을 적극적으로 소화한 것이다. 이 밖에 탈모 공약 및 스티브 잡스 스타일의 ‘신경제’ 구상 발표도 반짝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문제는 야심 찬 기획이 무색하게 지지율 상승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여야 공히 중도층과 2030세대를 잡아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인식 속에 이 후보와 윤 후보 간 공약이 유사성을 갖게 돼 이 후보 측의 차별화 전략이 무색해지고 있다. 각종 행사를 준비해야 하는 실무진들 사이에선 “‘자기 장사’하려고 행사 사회를 보게 해달라는 민원만 각 의원실로부터 쏟아진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이 후보 측은 ‘명확행’(이재명의 확실한 행복),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등 다양한 시리즈 공약도 내놓고 있지만, 이 역시도 지지율 상승엔 크게 기여하지 못해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설상가상으로 이 후보가 참여하는 선대위 단체 대화방은 ‘예스맨 집합소’가 됐다고 한다. 이 후보가 답답한 나머지 의견을 구하고 싶어 화두를 제시하면 선대위 관계자들이 ‘네’, ‘알겠습니다’라는 대답만 줄줄이 쏟아낸다는 것이다.
이 후보 개인적으로는,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를 여전히 지지하는 현역 의원 그룹과 친문(친문재인) 강성 당원들이 견고한 상황에서 기존 민주당과 과감한 차별화 전략을 시도하거나 화두를 제시할 수 없는 고충이 있다고 전해진다. 한 여권 인사는 “이 후보가 호남의 벽과 친문의 벽을 넘어서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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