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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상황판까지 내걸었지만… 문재인정부 취업률 ‘바닥’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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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10 06:00:00 수정 : 2022-01-10 13: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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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AI 등 첨단산업 인력은 부족… “대학 교육 개편 시급”

청년 일자리 창출 국정 최우선 과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재계에 호소도

코로나에 2022년도 취업률 개선 난망
산업구조 변화 등도 일자리에 부정적

정작 산업계서 필요한 인재는 부족
대학 학과별 정원 조정 등 필요 지적

채용시장 미스매치 심각
한국 고등교육 이수율 OECD 최고
절반이 전공과 무관한 쪽으로 취업
지난해 11월 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취업 게시판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취업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결정적이다. 하지만 취업률이 계속 하향곡선을 그리던 차여서 코로나19를 극복한다고 개선될지는 의문이란 분석이 많다.

9일 교육부에 따르면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률은 2011년 이후 문재인정부 출범 전까지 67%를 웃돌았다. 이명박정부 때인 2011년 67.6%였던 취업률은 2013년 68.1%까지 높아졌다. 세월호 사태로 소비가 위축된 2014년도에는 67.0%로 낮아지기도 했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유행하던 2015년 67.5%를 기록하며 반등했다.

◆결국 재계에 SOS 요청

일자리를 갈구하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2017년 치러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청년 일자리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자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며 의지를 천명했고 대통령이 위원장인 일자리위원회를 꾸리는 등 적극적으로 청년 취업을 챙겼다. 하지만 2017년 취업률은 66.2%로 오히려 낮아졌다.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 등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직격탄이 됐다. 새 정부의 정성에 취업률은 2018년 67.7%로 반등했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과도한 친노동정책, 또 코로나19가 겹치면서 주저앉았다. 2020년 취업률은 역대 최저인 65.1%를 기록했다.

다급해진 정부는 재계에 도움을 요청했다. 출범 직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무시하고,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적폐로 지목했던 문재인정부가 재계와 대화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을 초청해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몫이고 정부는 최대한 지원할 뿐”이라며 “청년들이 잃어버린 세대로 주저앉지 않도록 기업인 여러분이 든든한 힘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암울한 일자리 전망

대통령의 당부에도 일자리 전망은 어두운 상황이다. 우선 코로나19가 악화일로 상황이어서다. 교육부는 대졸자 취업률 하락에 대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해외취업이 줄었고, 경기악화로 창업에도 소극적인 모습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지난해는 물론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취업률이 개선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여기에 산업구조의 변화가 일자리 감소를 불러올 것이라는 예상도 이어진다. 실제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노동집약적에서 기술집약적으로 옮겨가면서 취업유발계수가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조사한 전산업 취업유발계수를 보면 2010년 13.8명이던 취업유발계수는 2019년 10.1명까지 감소했다. 취업유발계수란 특정 상품에 대한 최종수요가 10억원 발생할 때 해당 상품을 포함한 모든 상품에서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취업자의 수를 말한다.

해외 시선도 비슷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4년까지 한국 취업시장에서 자동차와 조선 등 주요 8개 업종에서 일자리 34만6000개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는 금융보험 분야에서 7만2656개, 전문과학기술 분야에서는 7만2749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WEF는 2025년까지 8500만개 일자리가 자동화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쓸 사람 없다’는 산업현장

취업률은 꾸준히 하락하고, 부정적인 일자리 전망도 쏟아지고 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기업들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쓸 사람이 없다’고 호소한다. 인공지능(AI)이나 소프트웨어 등 첨단산업 관련 인력이 부족하지만 관련 학문을 전공한 인재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4차산업협회를 대상으로 산업계 수요 대비 부족한 인력 비율을 조사한 결과, 드론에 이어 3D(차원)프린트, 로봇,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신재생에너지, 첨단소재, AI 순으로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업계 AI 인재의 부족인원에 대해 2019년 1595명에서 지난해 2555명 규모로 늘었고 올해에는 3132명의 인력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뉴스1

이 문제는 대학에서 관련 인재양성을 확대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교육부의 대학정원 규제 때문에 어떤 과가 취업률이 높다고 인력을 확대하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여서다.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학과의 신입생을 더 모집하게 되면, 그 외의 학과의 정원을 줄여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정보기술(IT) 산업의 발달로 관련 인력이 부족해지자 미국의 스탠퍼드대는 컴퓨터공학과 정원을 2008년 141명에서 2020년 745명으로 확대했다. 반면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정원은 같은 기간 55명에서 70명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박대권 명지대 청소년교육학과 교수는 “취업이 잘 되는 학과의 인력을 융통성 있게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교육계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자존심 때문에 특정 학과의 정원을 늘리고 줄이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졸자 넘치지만 고학력 일자리 부족

 

“일할 사람은 부족한데 쓸 인력은 없다.”

 

청년채용 지표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지만 산업계에서는 인력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전문가들은 채용시장의 ‘미스매치’에 이 같은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진단했다.

 

9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69.8%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나라 중 우리나라보다 고등교육 이수율이 높은 나라는 없다. 일본이 61.5% 수준이며 미국은 51.9%, 독일은 34.9%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대졸자가 취업할 만한 관리자, 전문가, 사무종사자 등 고학력을 요구하는 일자리는 부족하다. 통계청 분석 결과 대졸자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3.0% 늘었지만 고학력 일자리는 1.3% 증가했다.

 

이에 따라 고등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전공과 무관한 쪽으로 취업한다. 통계청이 지난해 5월 일자리와 전공 사이의 관련성을 조사했는데, 52.3%의 취업자가 전공과 일치하지 않는 직업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우리나라가 유독 높다. OECD 조사에 따르면 대졸(25~34세) 임금 근로자 중 최종 이수 전공과 현재 직업 간 연계성이 없는 비중에서 우리나라는 50.0%를 기록했다. 이는 독일(26.4%)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수(교육학)는 “사회적 분위기가 대학에는 무조건 가야 하고 학교에서는 졸업생만 만들어 내고 있다”며 “대학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산업계는 융합적 인재를 찾다보니 서로 매칭이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랜 취업난에 학생들은 진학을 선택하고 있다. 고등교육기관의 진학률은 2013년 7.1%를 기록하던 것이 2017년 6.2%까지 낮아졌지만 이후 다시 6.6%까지 상승했다. 장덕호 상명대 교수(교육학)는 “우리나라 산업이 직업계고교만으로는 커버되지 않는 수준까지 고도화됐다”면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학제와 산업구조의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학 개편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대학 교수는 “어중간한 대학의 문과 학생들부터 취업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대학 특정 과의 정원을 조정하는 등 교육정책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는 기득권 대부분이 문과 출신이어서 이과를 중심으로 대학이 개편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교육부는 대학정원 확대에 대해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는 학생이 없는 상황”이라며 “일부 대학에만 정원을 늘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정필재·안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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