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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日에서 사형집행이 계속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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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02 22:39:58 수정 : 2022-01-02 22:3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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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144개국이 사형제도 폐지
여론보다 ‘개혁 리더십’ 발휘 결과
日, 사형집행 연례행사처럼 치러
지도자들의 정치력 부재가 원인

일본에서는 지난달 살인죄 등으로 극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던 3명이 처형됐다. 기시다 후미오 정권 출범 후 첫 사형집행이다.

일본에서 사형집행은 연례행사다. 1993년 이래 사형집행이 없었던 해는 2011년과 2020년 두 번뿐이다.

김청중 도쿄 특파원

선진국 일본에서 사형이 계속되는 배경은 무엇인가. 연말 각종 회합을 달군 주제 중 하나다.

사형제 존폐 주장에는 나름의 논리가 있지만, 현재 세계적 흐름은 숫자가 보여준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144개국이 사형을 폐지했다. 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74.6%다. 여기엔 1997년 12월 이래 사형집행을 하지 않는 한국 등 사실상 폐지국 28개국이 포함된다.

2020년(국제앰네스티 ‘사형판결과 사형집행’ 보고서) 사형 건수를 공개하지 않는 중국, 북한, 베트남을 비롯해 이란, 이집트,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소말리아, 미국 등 18개국이 사형집행을 했다. 주로 독재국가나 이슬람 권위주의 국가이며, 인도와 대만도 눈에 띈다. 선진국 모임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사형제가 있는 나라는 한국, 미국, 일본 3개국이며, 실제 사형이 집행되는 나라는 미·일뿐이다.

미국은 사형집행이 감소한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30건 이하다. 지난해에는 11건이었다. 작년 50개주 중 버지니아가 동참해 사형제 폐지주는 23개주로 늘었다. 27개주 중 캘리포니아 등 12개 주는 과거 10년간 사형집행을 하지 않았다. 군(軍)에서는 1961년 이래 사형집행이 없다. 연방 차원에서는 2003년 이후 중지됐던 사형집행을 2020년 7월 도널드 트럼프 정권이 부활했다가 지난해 7월 조 바이든 정권이 다시 정지시켰다.

일본의 사형을 종교적 관점에서 보는 경우가 있다. 기본적으로 무종교인이 많아 현세적 응징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사형찬성 비율이 높고, 이로 인해 사형집행이 계속된다는 가정이다. 특히 많은 일본 지인이 한국에는 크리스천(개신교+천주교)이 많아 사형반대 비율이 높기 때문에 사실상 사형폐지국이 될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묻는다.

숫자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사형제에 대해 한·일 국민 여론의 큰 차이는 없다. 사형제 찬성비율은 한국 77.3%(한국갤럽·머니투데이 지난해 9월 조사), 일본 80.8%(일본 내각부 2020년 1월 발표)다. 지난해 4월 미국 여론조사는 오히려 무신론자가 사형에 더 부정적임을 보여준다. 미국 국민의 60%가 찬성하는 사형제에 대해 개신교 66%, 천주교 58%, 종교없음 55%, 무신론자 35%의 찬성비율을 보였다.

놀랍게도 각국의 사형제 폐지·모라토리엄은 여론 반영의 결과라기보단 리더들이 여론을 선도한 결과다. 이탈리아, 캐나다, 독일 같은 선진국에서도 사형제 지지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제도가 폐지됐다.

민주체제와도 관련 있다. 독일,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등에서 독재체제가 붕괴하면서 사형제가 폐지된 역사가 있다. 권위주의체제가 민주체제로 전환하면서 개혁을 향한 정치세력이 선두에서 리더십을 발휘한 결과다. 현재 사형집행이 이뤄지는 거의 모든 나라가 권위주의체제이거나 민주체제를 의심받고 있다.

데이비드 존슨 하와이대 교수는 ‘고립하는 일본의 사형’(2012)에서 민주화에 따른 리더십 주도의 탈(脫)사형 사례의 하나로 한국을 꼽는다. 실제 한국인의 사형찬성은 1994년 조사에서 70%대이었다가 98년 김대중 정권의 모라토리엄 선언 후 99년 조사에선 50%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결국 일본의 사형집행은 형이상학적 차원이라기보단 지도자들의 리더십·정치력 부재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김대중 정권에서 비롯된 결단이 사회적 합의의 형태로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체제가 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존슨 교수가 “(한국과) 대조적으로 일본에서 사형이 유지되는 것은 반세기에 걸친 자민당 지배로 설명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은 일본의 사형을 이해하는 결정적 단서가 된다.


김청중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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