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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딸 23년 돌보다 살해한 엄마 ‘사면’…법무부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 감내해”

입력 : 2021-12-24 14:52:18 수정 : 2021-12-24 15: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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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비극적 사건, 피고인 탓만 아닐 수도”
법무부 로고

 

20년 넘게 조현병을 앓던 딸을 돌보다 병세가 악화하자 살해라는 비극적인 결정을 한 60대 여성이 사면됐다.

 

그는 24일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법무부에 따르면 60대 여성 A씨는 ‘지속적인 고통에 따른 우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분류돼 사면 대상자가 됐다.

 

A씨는 직장생활을 하던 1997년 당시 중학생이던 딸 B씨가 조현병 및 양극성 정동장애 등을 진단을 받자 일을 관두고 B씨를 보살폈다.

 

A씨는 B씨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시키거나 통원치료를 받게 하는 등 지난해까지 무려 23년간이나 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이같은 정성에도 B씨의 예후는 나아지지 않았다. 되레 악화해 A씨의 어깨를 더 강하게 짓눌렀다.

 

B씨는 (사건 당시 36세쯤) 약 먹는 것을 거부하거나 심한 욕설을 하며 소란을 자주 피우는 등 병세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큰 고통과 좌절감을 느낀 A씨는 지난해 5월 새벽시간대 주거지에서 잠을 자던 B씨를 살해했다.

 

이 사건에 대해 1심은 A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과 남편이 점차 나이가 들어가는 데다가, 계속된 노력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상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차츰 심신이 쇠약해져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증 정신질환자 치료와 보호의 몫 상당 부분을 국가와 사회보다는 가정에서 감당하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과 같은 비극적인 결과를 오로지 피고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했다.

 

이후 A씨 형량은 2심에서 징역 3년으로 감형됐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과 남편이 죽은 후 혼자 남을 피해자가 냉대 속에 혼자 살 수 없다고 판단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남편도 선처를 호소하고 있고, 딸을 죽였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8월 대법원도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이날 특별사면에 포함되면서 남은 형기였던 1년 3개월 3일의 형기를 감형 받게 됐다.

 

법무부는 A씨에 대해 “중증 정신장애를 가진 딸을 장기간 보호하면서 일반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감내하던 중 우발적으로 딸의 생명을 침해한 수형자”라고 말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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