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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이재명'과 '우산 든 윤석열'로 그림 대결...승자는? [이슈+]

입력 : 2021-12-08 08:00:00 수정 : 2021-12-08 00: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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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리 벽화’ 있던 곳에서 ‘아트 배틀’
아이언맨 이재명 ‘아이언명’과 우산 내미는 윤석열
정치 메시지 담은 그림에 비난 커
표현의 자유 더 보장되고, 풍자화 즐겼으면
그라피티 작가 닌볼트(오른쪽)와 탱크시가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한 중고서점 외벽에 각각 자신이 지지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이른바 ‘쥴리 벽화’와 ‘김부선 벽화’가 그려졌던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서점 외벽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벽화로 ‘아트배틀’이 펼쳐졌다. 대결에 참여한 작가들은 7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평화적인 싸움이 있을까”라면서 “그림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에서도 표현의 자유가 더 보장되고 이를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지난 4일부터 전날까지 실시간으로 진행된 ‘탱크시’와 ‘닌볼트’ 작가의 아트배틀은 이날부터 3일간 투표를 거쳐 승자를 정한다.

 

승자의 그림은 오는 10일부터 2주 동안 외벽에 그대로 전시된다. 또 승패와 상관없이 두 작품 모두 NFT(대체불가토큰)로 제작될 계획이다. 이번 대회를 기획한 김민호 문화·예술 매니지먼트 굿플레이어 대표는 “우리나라 청년 작가들이 자신을 홍보할 기회가 없는데 여기서 배틀을 하면서 즐거움도 주고 작가들도 알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한 중고서점 외벽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이번 벽화는 기존에 그려져 있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를 풍자한 벽화 옆에 그려졌다. 뉴시스

대결 무대는 지난 7월 윤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그려져 논란이 됐던 외벽이다. 지난달 닌볼트 작가는 여기서 윤 후보를 겨냥해 개 사과·王(왕)자 손바닥이 담긴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이에 맞서 탱크시 작가는 은수미 성남시장과 배우 김부선씨로 추정되는 인물을 그려 넣어 이 후보를 풍자했다.

 

두 작가는 미리 약속하지도 않았는데도 각 대선 후보를 모두 ‘히어로’로 표현했다. 

닌볼트 작가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를 아이언맨에 빗대 그린 그림. 이정한 기자

닌볼트 작가 그림에는 이 후보의 얼굴을 한 아이언맨이 인피니티 스톤이 장착된 타노스의 장갑을 끼고 있다. 영화 ‘어벤저스’ 시리즈의 아이언맨을 ‘오마주’해 이 후보가 국민의 히어로가 되기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작가는 “영화에서 아이언맨이 막대한 권력을 갖고도 인류를 위해 희생한 것처럼 (대통령이) 권력만 가진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해 희생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탱크시 작가가 유명 그라피티 예술가 뱅크시의 작품 ‘SNOW’를 패러디해 그린 그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눈을 먹으려는 소년에게 빨간 우산을 내밀고 있다. 이정한 기자

탱크시 작가는 공해를 경고한 유명 그라피티 예술가 뱅크시의 작품 ‘SNOW’를 패러디했다. 그림 속 윤 후보는 팔을 벌리고 혀를 내밀어 눈을 먹으려는 소년에게 빨간 우산을 씌워주려고 다가간다. 땅바닥에는 파란 우산이 구겨진 채 떨어져 있다. 그는 “촛불이 빛이 되어 우리를 구원해줄 거라는 생각과 다르게 그을음과 재만 남겼다”며 “쏟아지는 눈처럼 재를 맞을 수밖에 없는 국민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히어로를 그렸지만 대단한 영웅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면서 “우산이 필요할 때 우산을 내밀어 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정치 풍자 예술을 하는 데 제약이 크다며 아쉬워했다. 닌볼트 작가는 “벽화 하나 그린다고 이렇게 비난받고 몸살을 앓을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탱크시 작가도 “(벽화를) 그리는 도중에 친여 지지자들이 욕하며 방해하는 걸 닌볼트 작가가 막아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김부선씨가 자신의 그림을 완전히 훼손한 것을 예로 들며 “무척 아쉽고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를 풍자한 그림이 사인펜으로 훼손돼 있다. 탱크시 작가 제공

앞서 지난 2일 김씨는 탱크시 작가가 그린 이 후보 풍자 벽화를 직접 사인펜으로 덧칠해 훼손한 뒤 ‘인증샷’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김씨는 이날 다시 한 번 페인트로 작품의 대부분을 덮은 뒤 ‘LOVE B·S(부선)’을 적어넣고 페이스북에 사진을 게재했다.

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를 풍자한 그림이 페인트로 뒤덮여 있다. 탱크시 작가 제공
‘아트배틀’이 진행된 외벽에 경고문이 붙어있다. 이정한 기자

두 작가는 더 많은 정치 이야기가 예술의 소재가 될 수 있도록 이번 대결이 주춧돌이 되기 바란다고 했다. 탱크시 작가는 “정치를 말하면 얼굴을 붉히고 짜증부터 내는 사람들이 늘었다”며 “예술가로서 이들에게 상상의 재미를 제공하고 웃으며 가볍게 정치에 접근할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닌볼트 작가는 “우리의 그림 대결이 정치혐오로 남길 원치 않는다”며 “이런 풍자가 더 많아지면 외국처럼 우리도 풍자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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