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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서 또 반달가슴곰 탈출… 멸종위기종인데 360마리 철창 신세

입력 : 2021-11-22 16:55:50 수정 : 2021-11-22 16:5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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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한 사육곰 5마리 중 3마리 포획…나머지 추적 중
해당 농장, 지난 7월에도 반달가슴곰 1마리 탈출
농가소득 증대 위해 허용했지만 애물단지 전락
환경부, 연말까지 곰 사육 종식 이행 계획안 마련
반달가슴곰. (기사와 직접 관계가 없는 사진입니다) /연합뉴스

경기 용인시의 한 곰 사육농장에서 반달가슴곰 5마리가 탈출했다. 지난 7월 사육곰이 탈출한 농장으로, 같은 일이 또 벌어진 것이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이 좁은 철창 등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는 현실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올해 안에 곰 사육 종식 이행 계획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22일 용인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0분쯤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사무소에 반달가슴곰 5마리가 사라졌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용인시는 포수들과 수색견을 동원해 3마리를 생포했다. 나머지 2마리는 추적중이다.

 

해당 농장은 총 16마리의 곰을 사육 중인데, 철제 사육장의 열린 문을 통해 곰들이 탈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농장에서는 지난 7월에도 반달가슴곰 1마리가 탈출한 바 있다. 농장주는 자신의 불법 도축 사실을 숨기려고 2마리가 탈출했다고 허위 신고했다가, 공무집행방해와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됐다.

 

국내에서 반달가슴곰 사육이 시작된 것은 1981년이다. 당시 정부가 웅담 채취로 농가의 소득을 증대하고자 곰 사육을 장려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곰 보호 여론이 높아지자 정부는 1985년 곰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 한국이 1993년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에 가입하면서 수입은 물론 수출길도 막혔다.

 

웅담 수요 또한 줄어들면서 곰 사육 산업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2005년 한때 1400마리에 이르렀던 사육곰은 지난 9월 기준 369마리까지 줄어든 것으로 환경부는 파악하고 있다. 곰 사육이 경제성을 잃으면서, 상당수 곰은 농장주들의 방치 아래 동물 학대에 가까운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다.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와 동물자유연대가 2019년 작성한 ‘사육곰 현장조사 및 시민인식조사’ 보고서에는 열악한 현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2019년 2~6월 전국 31개 농장 중 28개 농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전체 26%의 농장은 곰에게 음식물 찌꺼기를 먹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을 상시 급여하고 있는 농장은 31%에 불과했다. 물그릇과 밥그릇을 하나로 사용하는 경우 음식물 찌꺼기를 물에 섞어주는 곳도 있었다.

 

야생에서 높은 나무에 올라가는 것을 즐기는 생태를 무시하고, 철창 바닥이나 시멘트 바닥에 곰을 방치한 농장도 28개 중 22개에 달했다. 80%가 넘는 농장에서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정형행동’을 보이는 곰들이 관찰됐다. 정해진 동선을 계속 맴돌거나, 철창을 반복적으로 씹어 송곳니가 모두 닳았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안에 곰 사육 종식 이행 계획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8월부터 환경부는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사육곰 보호 및 관리를 위한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사육곰 문제 해결을 위한 세부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남 구례군에 보호시설을 건설 중이다. 불법 증식되거나 농장주가 사육을 포기한 곰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다. 94억원을 들여 2만7804㎡ 부지에 사육곰 49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짓게 된다. 준공일은 당초 2024년 12월에서 1년 앞당길 방침이다.

 

야생동물을 불법증식하다 적발됐을 때의 처벌 수위는 ‘징역 1년 또는 벌금 1000만원’에서 ‘징역 3년 또는 벌금 3000만원’으로 강화했다. 상습적인 불법증식 시 가중 처벌하고 불법증식에 사용된 개체를 몰수하는 방안은 검토 단계에 있다.


백준무 기자 jm10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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