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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종전선언의 다른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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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07 23:32:18 수정 : 2021-11-07 23: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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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유엔 연설 통해 제안
美 “대북제재 변화 없다” 선긋기
北 어깃장에도 韓정부 밀어붙여
비핵화 가는길 ‘동상이몽’ 확인

“우리(한·미 양국)는 각각의 조치를 위한 정확한 순서와 시기, 또는 조건에 관해 다소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

지난달 26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을 얼마나 진지하게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의 대답이다. 그간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거나,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를 원한다는 입장을 반복하던 백악관이 한국 정부와 ‘다른 관점’이 있을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이어서 파장이 일었다. 설리번 보좌관이 답변 중에 수시로 시선을 내리깐 것을 두고 미리 준비해온 답변을 읽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한국 정부의 거듭된 종전선언 요구, 그에 따른 언론의 입장 요구에 백악관이 작심하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박영준 워싱턴 특파원

지난 4일에는 미 국무부가 대북제재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을 제출한 것에 대해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대북)제재 유지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히려 “모든 유엔 회원국이 기존 안보리 결의에 따른 제재 의무를 충족할 것을 촉구한다”고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했다.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종전선언을 제안한 이후 우리 정부가 미국을 거듭 방문해 종전선언을 제안하고, 대북제재 완화 검토를 시사한 것에 대한 부정적 답변이 돌아온 셈이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달 12일 워싱턴에서 설리번 보좌관을 만나 종전선언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고,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미국 워싱턴, 그리고 서울에서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와 만나 종전선언에 대해 설득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해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 검토 필요성을 밝히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종전선언에 대한 선긋기와 대북제재 입장은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종전선언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이어졌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 이후 최근까지 “종전선언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확실치 않다”(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종전선언이 되면 북한은 전쟁이 끝났으니 한·미 연합훈련과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문제 삼고 대북제재가 완화돼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 “먼저 선언을 하고 나서 선언대로 되기를 바라는 것은 올바른 순서가 아니다”(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한미정책 국장), “종전선언보다 오징어 게임(넷플릭스 드라마)에서 승리하는 것이 더 쉬울 것”(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실장)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했다.

무엇보다 북한이 어깃장을 놓고 있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지난달 27일 유엔총회에서 주한 유엔군사령부의 즉각 해체를 촉구했다. 종전선언이 유엔군사령부와 주한미군 등의 지위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제기되는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북한은 지난달 19일, 대북 대화 복원 등을 위한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간 협의를 앞두고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쏘아올렸다. 한국 정부가 미국에 종전선언을 설득하는 것을 두고 워싱턴에서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고 하는 이유다. 1928년 프랑스 외무장관 브리앙과 미국 국무장관 켈로그가 서명하고 63개국이 참가한 전쟁 포기 선언 ‘켈로그·브리앙 조약’이 2차 세계대전으로 종잇장이 됐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기자와 만나 “‘코리아 퍼티그(Korea fatigue: 한국으로 인한 피로감)’라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미국이 한국이 제안하는 종전선언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 분명한데도 일방적으로 종전선언을 밀어붙이는 데 대해 불만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문재인정부가 말하는 ‘정치적 선언’이나 ‘비핵화로 가는 입구’로서의 종전선언으로는 바이든 행정부를 움직이기 어려워 보인다.


박영준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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