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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 아닌 010으로 시작하는 발신번호로 걸려온 전화에 속았다”

입력 : 2021-11-05 07:00:00 수정 : 2021-11-04 2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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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해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 62대 밀반입
여러 보이스피싱 조직과 연결해
070, 1544 등 인터넷 전화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010)로 조작해준 혐의
항아리 속에 든 전화번호 변조 중계기. 부산경찰청 제공

해외 발신 인터넷 전화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발신 번호로 무단 변경하는 '변작 중계기'를 중국에서 밀반입한 뒤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한 18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이들이 운용한 전화번호 변작 중계기는 전국 모텔, 보일러실, 건물 옥상, 차량 트렁크 등에 설치돼 무인 운영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전화번호 거짓표시 금지·타인 통신 매개·무등록 기간통신사업 경영), 형법상 사기 혐의로 A(20대)씨 등 8명을 구속하고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이들은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해 인천항 등으로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 62대를 밀반입한 뒤 여러 보이스피싱 조직과 연결해 070, 1544 등 인터넷 전화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010)로 조작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계기는 중국 현지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걸려온 인터넷 전화번호를 국내 번호로 바꿔주는 역할을 했다.

 

A씨 등은 전화번호 변조가 용이하도록 서울, 부산, 경기도, 경남, 경북 등 전국 46개소에 변작 중계기를 무단으로 설치해 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주로 설치한 장소는 모텔 TV 선반 아래, 보일러실 안, 건물 옥상에 있는 항아리 속, 차량 트렁크 등 흔히 지나치기 쉬운 곳이 많았다.

 

변작 중계기는 전원을 공급하는 콘센트만 있으면 어디든 설치할 수 있었는데, 중계기가 설치된 건물과 모텔 업주 등은 중계기 설치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경찰은 이들이 무단 변경한 전화번호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행으로 현재까지 30여명이 5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들은 070·1544가 아닌 010으로 시작하는 발신번호로 걸려온 전화에 꼼짝없이 속아 보이스피싱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A씨 등은 변작 중계기를 무인으로 운영하거나 차에 싣고 다니면서 전화번호를 불법 변경해주고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1인당 한 달에 많게는 400만원 가량을 대가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변작 중계기 내 단말기 고유식별번호(IMEI)를 분석하고 A씨 등에게 유심을 제공한 3천명을 수사하고 있다.

 

김상동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1계장은 "앞서 보이스피싱 조직을 검거하면서 전화번호 변작 중계기 밀반입 일당의 존재를 파악해 수사를 확대했다"며 "국내 번호로 송신된 전화도 보이스피싱을 의심해봐야 하고 건물 옥상 등에 중계기 같은 수상한 물건이 있으면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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