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청약보다 수월한 기회
중기청 추천받은 자만 제한적 경쟁
지원자격 문턱 낮아 ‘꿈의 청약’ 불려
아파트값 치솟자 신청 쇄도
2019년 한 해 평균 경쟁률 2.9대 1서
2020년 10.9대 1 급증… 서울 135.8대 1
대기업 등 역차별 논란 일어
신혼부부 등 다른 특공 물량에 영향
전문가 “근본 대안은 주택 공급 확대”
◆재직기간 길수록 유리한 ‘중기특공’
김씨처럼 중소기업을 다니는 직장인들이 놓쳐서는 안 될 혜택이 중소기업 특별공급이다. 정확히 말하면 ‘기관추천’ 특공이다. 아파트 특별공급 물량 중 일부를 기관 추천 방식으로 받는 것으로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지원 자격을 준다. 각 지방 중소벤처기업청에서 추천을 받은 근로자끼리 제한적인 청약 경쟁을 펼치는 구조다.
이런 이유로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일반 청약보다 당첨 확률이 높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기 특공은 한 회사에서 3년 이상 재직 중인 무주택 세대구성원이 지원할 수 있다. 한 직장이 아니더라도 모든 직장을 합쳐서 총 5년 이상 근무하면 자격이 생긴다.
재직기간이 가장 점수가 크고 계산 방식을 보면 한 직장에 오래 다녀야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제조 소기업이나 ‘뿌리산업’ 분야에 근무하면 가점까지 주어진다. 점수가 높은 장기 재직자라면 서울 알짜 지역 ‘로또 아파트’ 당첨도 노려볼 만하다.
올해부터는 청약 배점기준표가 변경돼 중소기업에 오래 근무할수록 당첨에 유리해졌다. 기존 배점은 총 100점 만점에 재직기간이 60점이었지만 개정안(110점)은 15점 늘어난 75점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소기업 장기 근속자를 위한 주택특별공급은 중소기업 근로자의 주거안정을 통한 인력유입과 장기재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날로 치열해지는 아파트 청약 열기에 중기특공 경쟁률 역시 치솟고 있다. 최근 중기 특공 관련 통계를 보면 이 같은 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국토교통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배정된 민영주택 특공 물량 25만9556가구 중 중소기업 근로자 당첨 물량은 3789가구로 약 1.4%에 불과했다.
또한 2019년 한 해 중기 특공 배정 물량은 2851가구였는데, 청약 신청 건수는 8273건으로 경쟁률은 2.9대 1을 기록했다. 하지만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한 2020년부터 중기 특공 경쟁률도 고공행진했다. 지난해의 경우 중기 특공 물량으로 풀린 물량은 3504가구였는데, 청약 신청자만 3만8309명에 달했다. 그래서 중기 특공이 본격 도입된 2018년 이후 최대 경쟁률(10.9대 1)을 기록했다.
최근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지구에서 공급된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에 공급된 중기특공(4가구) 경쟁률은 212.5대 1을 찍었다. 또 올해 서울에 배정된 중소기업 특공 물량은 단 15가구에 불과했지만 신청자가 2037명에 달해 135.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기도도 배정 물량 684가구에 8468명의 신청자가 몰려 12.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국회의사당 분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집값에 녹아든 세종과 전국 광역시 중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는 대전은 41가구 배정에 1310명이 청약 대기줄에 서면서 3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중기특공은 ‘역차별’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지난 6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기업 다니는 흙수저는 평생 무주택자로 살아야 하나’라는 글이 게재됐다. 자신을 대기업에 다니는 30대라고 밝힌 글쓴이는 “생애최초나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소득기준에서 이미 탈락이고, 중기특공은 꿈도 꿀 수 없다”고 토로했다. 청원인은 “차라리 연봉을 줄이고 청약이라도 넣고 싶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근본적 대안 전체 주택 공급 늘려야”
이처럼 중기특공은 그동안 지원 자격 문턱이 낮아 실수요자들로부터 꿈의 청약으로 불렸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청자도 세부 평가에서 종전보다 더 많은 점수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다. 당락을 가르는 세부 평가에 기술인력 증명, 자격증, 주택건설지역 중소기업 재직 등이 따라 붙기 시작했다.
중기특공 경쟁률이 일반청약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중소기업 근로자의 주거안정 등을 위해 장기 재직자를 위한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중기특공은 주거전용면적 85㎡ 이하(분양가격 9억원 이하)의 국민·민영주택 공급물량의 10% 내에서 기관추천 유형으로 공급된다.
이 10%안에는 국가유공자, 장애인, 제대군인 등 20여개 유형이 포함됐다. 전체 청약 물량의 10%가 중소기업 장기 재직 근로자를 포함, 다양한 유형별로 제공되고 있다. 20여개 부문 신청자가 한정된 특공물량을 놓고 경쟁이 펼쳐지는 구조다. 중기특공은 기관추천 공급물량의 2% 정도 수준으로 배정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신영대 의원은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중기특공 물량 확대를 주장했다. 신 의원은 “대기업에 비해 적은 중소기업 임금에 집값 상승이 겹쳐 중소기업 근로자의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중소기업 육성과 청년의 중소기업 장기 재직을 위해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관추천은 각 기관이 대상자를 뽑아 자격에 문제가 없다면 추천 자체로 당첨이 확정된다. 기관별로 최초에 얼마만큼 물량을 배정받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그러나 마냥 중기특공 물량을 늘리긴 어렵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주택 건설 사업자에게 마냥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한 물량을 늘려달라고 요청하기 어렵다”면서 “중기특공 물량이 늘어나면 반대로 타 기관 추천 당첨자가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기특공 확대는) 신혼부부, 생애 최초 특별공급 물량에도 영향을 끼치게 돼 불만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황종규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차이는 분명 존재하지만 내 집 마련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건 같다”며 “단순히 중소기업 장기 재직 근로자를 위한 특공 물량을 늘리는 건 당장의 실효성을 거두긴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이라는 특정 잣대를 적용하는 건 다른 특별공급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근본적으로 주택 공급을 늘려야 다양한 세대와 계층 간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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