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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에 30대 예비 남편 극단 선택… 상사는 ‘경고’ 조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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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0-22 13:20:00 수정 : 2021-10-22 10:5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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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측 “경찰 수사서 부당한 처우 결론… 해경 내부 감찰은 정반대로 나와”
해양경찰. 연합뉴스

업무 소외를 호소하다 30대 해양경찰관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과 관련, 가해자로 지목된 상사는 ‘경고’조치를 받는 데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들은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사망한 게 분명한데도 가해자가 제대로 된 처벌조차 받지 않았다”고 호소하고 있다.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글 등에 따르면 지난 2월25일 오전 10시15분 경남 통영해양경찰서 소속 A(34) 경장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출근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자 집으로 찾아간 동료가 A 경장의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경장은 같은 달 8일 통영해경 본서로 근무지를 옮긴 뒤, 업무 소외로 인해 힘들어하며 지인에게 심정을 털어놓고 인터넷 카페에도 글을 올렸다.

 

그는 “나를 투명인간 취급해 비참하다”, “오전 7시쯤 출근해서 허드렛일만 하다가 밤 9∼10시쯤 퇴근한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은 사무실 거울 닦기, 후배들 쓰레기통 비우기, 커피 타기”라고 호소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경장은 인수인계를 명목으로 전임자와 같이 일하면서 제대로 된 일거리를 맡지 못했다. 그는 상사에게 ‘혼자서 일하고 싶다’는 취지로 건의했으나 상사가 이를 거절했다.

 

결국 A 경장은 발령 3일 만에 업무 부적합 평가를 받으면서 업무 변경 논의 대상이 되는 등 궁지에 몰렸다.

사망한 해양경찰관의 예비 신부가 지난 3월에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경찰은 전임자와 합동 근무하는 인수인계가 통상적인 업무처리 방식이 아니며, 상사가 호의적이지 않은 태도로 A 경장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합동 근무를 계속 시킨 것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렸다.

 

A 경장의 우울증이 스트레스로 발병해 악화했으며, 사망 원인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봤다.

 

다만 가해자로 지목된 상사가 미필적 고의로 직권남용을 했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수사를 종결했다.

 

경찰 수사가 종결하자 해경은 자체적으로 사실관계를 조사해 A 경장의 상사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경고는 징계에 해당하지 않는다.

 

해경은 합동 근무는 A 경장이 자연스럽게 업무를 배우도록 하는 목적이었고, A 경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사실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는 경찰 조사와 상반되는 내용이다.

 

A 경장의 유족은 “경찰이 수사해서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한 처우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는데, 해경 내부 감찰은 이와 정반대로 나왔다”며 “‘제 식구 감싸기’로 느껴져 받아들일 수 없고, 가해자에 대한 정당한 인사 조처가 내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3월 고인의 예비신부라고 밝힌 작성자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청원인은 “부서 내에 존재하는 태움 문화로 인해 사망하기 전까지 정상적인 업무를 배당받지 못했고, 경찰 업무와 관련 없는 허드렛일 등으로 정신적 고충을 토로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담당기관의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통영=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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