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여분 임직원에 넘기더라도 분양 당시 모두 처분 일반적
‘보류지’ 경우 시세 차익 기대하고 오래 보유할 수 있지만
“2년 넘게 들고 있다가 최초 분양가에 넘긴 건 ‘인사’ 성격”
화천대유 측 “분양권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답변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서 근무했던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딸(40)이 시세 대비 7억원 싸게 회사 소유 아파트 분양권을 받은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은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50억원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자 2일 의원직을 사퇴했다.
박 전 특검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그의 딸이 받은 분양권을 단순히 직원 복지 차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 중론이다. 특히 분양 종료 후 2년 반 동안 회사 측이 보유하고 있다가 시세가 급등한 최근 최초 분양가로 넘겨준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또 이재명 경기지사의 측근도 해당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으로 나타나, 화천대유 소유의 24개 잔여 분양권을 받은 대상과 매입 과정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분양권 잔여분 남긴 과정 투명한가
박 전 특검 딸은 화천대유가 분양한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 전용면적 84㎡(약 25평)의 아파트 한 채를 지난 6월 분양받았다. 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A1, A2 두 개 블록 총 974세대에 달하는 이 아파트는 지난 2018년 12월 모집공고를 냈다. 최근 호가는 15억원에 달하지만, 박 특검 딸은 최초 분양가인 6억∼7억 원대에 매입했다.
박 전 특검은 입장문을 통해 “딸이 분양받은 아파트는 수차례 미계약 등으로 발생한 잔여 가구로, 당시 추가 입주자 공고 등 공개 절차를 통해 누구나 청약할 수 있었다”며 “특혜는 없었으며, 대금은 이미 보유하던 주택을 처분한 자금으로 납입했다”고 강조했다.
당시 미계약, 계약 취소분 등 142개의 잔여 가구가 발생했고 이듬해 2월 무순위청약을 통해 97가구가 계약됐다. 화천대유는 여기서 남은 45가구 중 24가구를 시행사 몫으로 확보하고, 이 중 한 가구를 입주가 시작된 올해 6월 박 전 특검 딸에게 최초 분양가에 넘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예비당첨자 비율이 얼마나 됐는지, 후순위를 다 소진했는지, 잔여분을 2년 반 동안 들고 있다가 이제서야 넘긴 이유는 무엇인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통상 청약당첨자 발표 후 부적격자, 계약 포기자, 미계약 분양권이 발생하면 청약대상 주택 수의 40%를 예비당첨자(예비입주자)로 뽑아야 한다. 예비당첨자 순번이 다 끝난 후에는 무순위청약, 이른바 ‘줍줍’을 실시하거나 선착순 계약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사업주체들이 지인들을 동원하거나, 밤샘 줄서기로 분양권을 받은 후 수 천만 원의 피를 받아 되파는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자 정부는 이런 특혜와 혼탁을 막기 위해 2019년 4월부터 무순위청약을 의무화하고, 지난해 3월부터는 예비당첨자 비율을 대폭 확대했다. 청약과열지역과 수도권, 지방광역시의 예비입주자 비율은 300%, 투기과열지구는 500%로 상향한 것. 예를 들어 투기과열지구에서 1000가구를 분양하면 1000명의 당첨자 외에 예비당첨자는 5000명이 되는 것이다.
박 전 특검 딸이 분양받은 아파트는 투기과열·청약과열 지구로 지정됐고 청약가점제도 적용됐다. 그러나 예비당첨자 비율이 강화된 지난해 3월 이전에 분양돼 이를 적용받지 않을 수도 있다.
◆화천대유는 왜 분양권을 2년 반 동안 갖고 있었나
청약 절차를 적법하게 준수한 후 사업자가 확보한 미분양 분양권을 임직원에게 공급했다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실제로 분양 열기가 지금처럼 뜨겁지 않았던 과거에는 미분양 시 잔여 분양권을 건설사 임직원들에게 공급하기도 했다. 서울 타워팰리스와 반포자이 역시 분양 초기 30% 정도의 미분양이 발생해 회사 임원들이 샀다. 건설업계 관계자 A씨는 “과거에는 임직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회사 미분양 분양권을 떠안았다”면서 “하지만 나중에 집값이 올라 대박이 난 경우가 많아 이후 직원들도 적극 매수에 나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화천대유처럼 입주 시점까지 2년 넘게 분양권을 들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고 업계에서는 입을 모은다. 사업주체는 분양권을 최초 분양가로만 팔아야 하므로 대부분 분양 당시 모두 처분한다. 시간이 좀 지난 경우엔 최초 분양가에서 이자나 비용 일부를 더해서 공급하기도 한다.
일반 분양권이 팔리지 않으면 사업자에게는 부채가 된다. 특히 대단지는 공사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분양권을 팔리 팔아야 대출 이자 등 금융부담을 덜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 B씨는 “(화천대유가 분양권을) 오래 갖고 있었던 것이 의아하다”면서 “그 아파트에 관심 있던 사람들이 떨어져 나가고 난 후 임의 처분하려고 갖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분양 전문가 C씨는 “오피스텔의 경우 임의 분양 단계까지 가서 시행사가 특별보유분을 안 팔고 갖고 있기도 한다”면서 “가격이 올라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팔아서 시세 차익을 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시세가 이렇게 오르도록 들고 있다가 최초 분양가에 주는 것은 굉장히 ‘인사’하는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화천대유가 보유하고 있던 잔여 가구가 분양 대상의 누락이나 착오, 소송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여분으로 남겨 두는 ‘보류지’일 가능성도 있다. 보류지는 통상 전체 가구 수의 최대 1%까지 남겨놓을 수 있다. 하지만 보류지는 공개입찰 등을 통해 시세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분양가보다 비싸게 팔아 이익을 남긴다.
건설업계 D씨는 “보류지일 경우 수익을 기대하고 2년 넘게 보유했다면 문제가 없다”면서 “그런데 나중에 팔면서 분양가로 넘겼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전 특검 딸 외에 이재명 경기지사 대선 캠프 총괄 부실장을 맡고 있는 정진상 전 경기도 정책실장 역시 같은 단지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화천대유가 보유하고 있던 24가구가 누구에게, 어떤 절차를 거쳐무슨 용도로 분양됐는지가 특혜 의혹을 풀 실마리가 될 전망이다.
화천대유 변호인 측은 세계일보 질의에 “분양권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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