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홀로코스트 영화 주인공, 美 ‘반유대주의’ 특사 된다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1-09-25 08:00:00 수정 : 2021-09-24 16:44:5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레이첼 와이즈 주연 ‘나는 부정한다’ 주인공
“유대인 학살 없었다” 우기는 이들과 소송전
결국 “홀로코스트는 실존해” 판결 이끌어내
2017년 영국에서 홀로코스트 부정에 관해 강연하는 데보라 립스타트. 영화 ‘나는 부정한다’ 주인공의 모델이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의해 ‘반유대주의 감시 및 퇴치 특사’로 지명됐다. 강연 동영상 캡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의한 유대인 학살을 뜻하는 ‘홀로코스트’ 연구의 권위자이자 할리우드 영화 ‘나는 부정한다’(2017) 속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데보라 립스타트(74) 미국 에모리 대학 교수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反)유대주의 감시 및 퇴치 특사’로 발탁돼 눈길을 끈다.

 

23일 미 언론에 따르면 백악관은 최근 립스타트 특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상원에 송부했다. 미국의 민주·공화 양당은 반유대주의 사안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초당적으로 대응하는 관행을 지켜 온 만큼 바이든 대통령이 지명한 립스타트 후보자의 인준이 유력시된다.

 

반유대주의 특사는 세계 각국에서 유대인을 혐오하고 멸시하는 조직적 움직임이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적발되는 경우 해당 국가 정부와의 협력 아래 반유대주의 운동을 소탕하는 것이 목표다. 바이든 정부 들어 이 특사 자리가 신설된 배경으로 지난 7월 미 국무부 건물에서 2차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문양이었던 ‘스와스티카’가 새겨져 있는 것이 발견된 사건을 들 수 있다. 충격을 받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반유대주의는 혐오스럽다”며 “미국과 국무부를 비롯한 그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사건 이후 국무부에 반유대주의 특사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눈길을 끄는 건 립스타트 특사 후보자의 이력이다. 1947년 뉴욕에서 유대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립스타트는 뉴욕시립대에서 미국사로 학사학위를, 1976년 브랜다이스 대학교에서 홀로코스트 연구로 역사학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이후 여러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다가 1993년 조지아주(州) 에모리 대학에 교수로 정착했다.

 

홀로코스트를 주제로 한 영화 ‘나는 부정한다’의 한 장면. 할리우드 스타 레이첼 와이즈(오른쪽)가 실존인물인 주인공 데보라 립스타트 역을 맡아 열연했다. 영화 홍보 사이트 캡처

1993년 펴낸 저서 ‘홀로코스트 부정하기’(Denying the Holocaust)는 립스타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나치 독일이 저지른 홀로코스트가 엄연한 역사적 실체인데도 이를 부정하면서 “유대인이 지어낸 거짓말”이라고 우기는 이들의 심리상태를 파헤치고 이런 행태를 방조하는 학계와 사회에 경종을 울린 책은 세계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립스타트는 여러 권위있는 상을 휩쓴 것은 물론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연방정부 홀로코스트 추모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기까지 했다.

 

호사다마라고 할까. 역사학자로 유명해진 립스타트는 뜻밖의 소송에 휩싸인다. “2차대전 당시 히틀러가 유대인 말살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영국인 데이비드 어빙이 1996년 그를 명예훼손 혐의로 영국 법원에 제소한 것이다. 이로써 립스타트는 유대인 학살이 실제로 있었다는 점, 어빙이 그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점을 영국 법원의 판사들 앞에서 증명해야 하는 난제를 떠안는다. 립스타트와 그 동료들의 끈질긴 변론 끝에 영국 법원은 “어빙의 주장에는 결함이 있고, 그가 근거로 삼은 증언·증거도 편향적이거나 의도적으로 날조됐다”는 판결을 내린다.

 

지난 7월 미국 국무부 청사 벽에 나치 독일의 문양 ‘스와스티카’가 새겨진 모습. 미 매체 ‘악시오스’ 홈페이지 캡처

이 세기의 재판은 할리우드에서 ‘나는 부정한다’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국 출신의 유명 배우 레이첼 와이즈가 주인공이자 실존인물인 립스타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국내에는 2017년 4월 개봉해 3만여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립스타트는 영화 개봉을 계기로 국내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유대인 학살은 우리가 사는 시대에 일어났던 일”이라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홀로코스트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