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서 “점심 장사 어땠나” 묻자
“전이랑 똑같아… 큰 도움 안 돼”
자영업자들 실망한 기색 역력
동료 5명과 함께 식사한 직장인
“4명 약속에 얀센 맞은 둘 더해”
일상 속 작은 변화 움직임 보여
“백신을 맞은 사람이 없는데… ‘인센티브’고 뭐고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 사장 김모(50)씨는 “점심 장사가 어땠냐”는 말에 “전이랑 똑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부터 수도권 식당·카페 인원 제한이 4명에서 6명(접종자 포함)으로 늘고, 영업시간도 오후 9시에서 10시까지로 1시간 연장됐지만 김씨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점심 장사를 하는 동안 식당을 찾은 5인 이상 손님은 딱 한 팀이었다. 저녁 예약은 2인 3인 두 팀뿐이었다. 김씨는 “저녁 장사가 중요한데 저녁은 접종자가 아니면 2인까지밖에 못 만나지 않냐”며 “젊은 사람들은 백신을 많이 안 맞아서 식당에 오지를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이번달만 버티면 된다는데 이번달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렇게 찔끔 풀어놓고 참으라고만 하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확대되면서 이날부터 수도권 지역 식당·카페에서 6인까지 모임이 가능해졌다. 지난해 12월23일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가 시행된 지 약 9개월 만이다.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고려했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자영업자들은 “접종 완료자가 없어서 모임 완화 조치를 체감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신 2차 맞은 사람 적어… “인센티브 못 느낀다”
이날 낮 서울 강남과 여의도 등 도심 식당가는 대부분 2∼4인 손님이 많았다. 젊은층은 이제 막 백신 1차 접종을 한 경우가 많아 백신 인센티브가 적용되는 사람(백신 2차 접종 후 2주 경과)이 별로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백신 인센티브 확대 소식에 조금이나마 영업 활성화를 기대했던 자영업자들도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강남의 한 식당 사장은 “평소랑 똑같다. 백신 접종자가 많지 않아서 그런지 매출에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당 관계자는 “인센티브를 줄 거면 점심, 저녁 똑같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왜 저녁에는 접종 완료자 4명이 있어야 6명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7월부터 저녁 장사는 완전히 공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원 제한 완화 조치를 아예 모르는 이들도 있었다. 강남의 한 식당 관계자는 “방역수칙이 하도 오락가락하니 뉴스에 나와도 잘 안 본다”며 “오늘부터 6인까지 되는지도 몰랐다. 점심 때 5명 이상 온 일행도 없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9월 한 달 방역 대응을 잘 해 코로나19 4차 유행이 잡히면 다음달 단계적으로 일상 회복이 가능하다고 보나 자영업자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호소한다. 전날 오후 11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모인 자영업자 10여명은 ‘장사하고 싶습니다. 이러다 다 죽는다. 더 이상은 못 참는다’는 문구가 쓰인 현수막을 들고 한 시간 동안 걷기 운동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폐업한 가게를 지날 때마다 가게 앞에 국화꽃을 한 송이씩 내려놨다. 걷기 운동을 주도한 자영업자 A씨는 “정부는 기한도 없이 영업시간을 당연한 것처럼 제한하고 있다”며 “우리에게는 이번 한 달이 생존의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매출 조금이라도 늘었으면” 기대감도
작은 변화도 있었다. 이날 경찰서 앞 식당 등에서는 5·6인 식사를 하는 테이블이 눈에 띄었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 근무하는 B씨는 이날 동료 4명과 점심을 먹었다. 경찰은 백신 우선접종대상군이라 팀원 모두 일찌감치 2차 접종까지 완료한 덕이다. B씨는 “늘 2, 3명씩 나눠 먹었는데 테이블 두 개를 붙여 앉아 밥을 먹는 것 자체가 낯설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끝이 안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조금씩 끝이 보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얀센 백신을 맞았던 직장인 정모(35)씨도 마포구의 한 식당에서 동료 5명과 점심을 먹었다. 그는 “원래 4명이 약속을 잡았는데 백신 인센티브를 누려야겠다는 생각에 얀센 백신을 맞은 직원을 2명 추가했다”며 “백신 맞은 사람들을 수소문해서 저녁 약속도 잡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남경찰서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최모(53)씨는 “7월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뒤 매출이 반 토막 났는데 조금이나마 모임 제한 조치가 완화돼 다행”이라며 “근처에 경찰서가 있어 접종 완료자가 많다. 앞으로 5·6인 손님들이 많이 찾았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文 “코로나 상황 진정 땐 새 방역체계 점진적 모색”
국민 10명 중 6명은 백신 접종 완료율이 5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달이면 ‘위드(with) 코로나’로 방역체계가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위드 코로나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를 완화하고 코로나19와 공존하면서 일상 회복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방역 당국은 “방역체계 전환은 이번달 유행 안정화가 중요한 전제조건”이라며 섣부른 긴장감 완화를 경계했다.
6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3일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위드 코로나 조기 전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58.5%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는 34.3%, ‘잘 모르겠다’는 7.2%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부산·울산·경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찬성 비율이 과반을 차지할 만큼 일상 회복을 기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다만 방역 당국은 “위드 코로나에 사회적 관심이 많지만 정부 내부에서는 ‘단계적 일상 회복 방안’이라는 용어를 쓴다”며 현재 유행 규모를 줄이는 일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정부 내에서는 가급적 위드 코로나라는 용어를 안 쓰려고 한다”며 “용어 자체가 포괄적이고 다양한 의미로 활용돼 정확한 정의가 없다”고 지적했다.
손 반장은 “때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없애는 정도로 표현되는데 이러면 너무 방역적 긴장감이 낮아지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앞선 거리두기 개편 때도 방역 긴장감이 예상보다 많이 풀려서 4차 유행이 증폭된 점을 봤을 때 이번달 방역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달이 돼도 기존 방역체계를 점진적으로 완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일시에 거리두기를 대폭 완화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어 나가면 방역과 일상을 조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역체계로의 점진적인 전환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는 대로 백신 접종 완료자들에 대한 인원 제한을 완화하는 등 앞으로 점점 더 영업 정상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마지막 고지를 바라보며 함께 힘을 내자”고 독려했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의 언급이 ‘위드 코로나’ 전환이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 “시기상조인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정부는 이달 중 코로나19 백신 도입 일정을 보면서 1·2차 접종 간격 재조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1·2차 접종 간격은 화이자의 경우 3주, 모더나는 4주가 각각 권고되지만 정부는 모더나 백신 도입에 차질이 생기자 두 백신의 접종 간격을 4주로 통일했다가 다시 한시적으로 6주로 늘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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