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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홍조만 갱년기 증상?… 골다공증·치매도 ‘요주의’

입력 : 2021-08-09 01:30:00 수정 : 2021-08-08 20: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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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기 증상과 관리법

여성 4명 중 1명은 열성 홍조 등 지속
질염·요실금 등 고통… 근육량 감소도
만성 후유증 땐 심혈관계 질환 급증해

근력 강화 운동·적절한 식이요법 중요
폐경기 초기에 ‘호르몬요법’ 시행하면
심혈관 질환·인지기능 저하 예방 효과

주부 박모(47)씨는 최근 부쩍 더위를 많이 느끼고 안면홍조가 잦아졌다. 처음엔 ‘무더위 탓’이라고 넘어갔지만 불규칙한 생리와 수면 상태가 이어지면서 건강검진 차원에서 병원을 찾았다가 “폐경 초기”라는 말을 들었다. 박씨는 “여성에게 폐경은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지만 생각보다 너무 빨리 왔다”며 “갱년기라는 얘기를 들으니 기분도 더 울적해졌다”고 한숨 쉬었다.

흔히 ‘갱년기’라고 부르는 폐경이행기는 여성의 난소 기능이 떨어지면서 월경이 불규칙해지는 시기부터 마지막 월경까지의 기간을 이른다. 이 시기에는 안면홍조, 땀, 우울감 등의 폐경 증상이 나타난다. 급격한 우울감에 따른 감정 기복이 많이 알려지면서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는 “아들의 ‘중2병’도 이기는 게 엄마 갱년기”라는 우스개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안면홍조와 우울감 등이 갱년기의 키워드로 많이 언급되지만, 이 시기부터 골다공증, 심장병, 치매 발생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점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울감, 홍조, 골다공증… 다양한 폐경 증상

폐경은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에 따라 급성 폐경 증상, 아급성 폐경 증상, 만성 후유증으로 구분된다. 급성 폐경 증상으로는 열성 홍조와 야간 발한, 우울감 등이 있다.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폐경 여성의 61%가 열성 홍조가 나타났다. 이런 증상은 보통 1∼2년이면 끝나지만 4명 중 1명은 5년 이상 지속되기도 했다.

아급성 폐경 증상으로는 비뇨생식기 위축으로 인한 질염과 가려움의 증가, 빈뇨, 배뇨통, 요실금, 방광염이 있다. 또 피부 탄력과 근육량 감소도 발생한다.

 

만성 후유증은 심혈관계질환, 골다공증, 인지기능 저하, 치매 위험 등을 이른다. 폐경 전 여성은 에스트로겐의 보호 작용 덕분에 남성보다 심혈관계질환이 덜 생기지만 폐경 후에는 심혈관계질환이 급격히 증가해 80세 이상부터는 남성보다 여성에서 심혈관계질환이 더 많이 발생한다. 또 폐경 시 급속한 골밀도 감소가 일어나 골다공증의 77%가 여성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50세 이상 여성은 일생 동안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을 최소 한번 이상 경험할 확률이 9.1%에 이른다.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김혜경 교수는 “영양 상태가 개선되면서 청소년들의 초경 시기는 당겨지고 있지만 폐경 연령은 이러한 영향을 받지 않는다. 폐경시기는 유전적인 요인으로 결정돼 보통 50세 전후에 나타난다”며 “급성 폐경 증상은 나타나지 않기도 하지만, 만성후유증은 모두 거쳐가는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골다공증, 심혈관계질환 관리해야

폐경 여부는 호르몬 검사, 초음파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조기폐경이 의심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월경 간격과 연령, 열성 홍조나 땀, 불면증, 전신통과 같은 폐경 증상에 따라 진단한다.

열감만 있고 땀은 나지 않으면 경증에 해당하기 때문에 실내온도를 낮추고, 술과 매운 음식을 줄이는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안면홍조, 땀과 같은 혈관운동 증상이 심한 경우라면 호르몬요법이 권고된다. 호르몬요법은 폐경을 늦추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증상 완화를 위한 치료다. 혈관운동 증상은 ‘삶의 질’에도 영향이 큰 데다가 심혈관계질환, 인지기능에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혜경 교수는 “60세 미만, 폐경 후 10년 이내의 여성의 경우 호르몬요법을 받으면 심혈관계질환과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60세 이후나 폐경 후 10년 이상 지난 경우에는 오히려 관상동맥질환 등을 유발하는 추세를 보이므로 폐경 초기에 호르몬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여성들 사이에서 화학적 치료가 부담돼 ‘건강보조식품’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런 식물성 제재의 에스트로겐 적정 용량과 효과에 대한 연구가 아직 없기 때문에 과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갱년기 만성후유증 예방을 위해서는 적절한 운동과 식이가 중요하다. 특히 골다공증 예방을 위한 근력강화 운동과 체중부하 운동은 필수다. 수영, 걷기, 자전거와 같이 충격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 유산소 운동과 아령, 철봉,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계단오르기 등 근력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특히 근력운동은 일주일에 최소 2회 시행해야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폐경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폐경이 너무 늦어져 여성호르몬 노출 기간이 길어지면 유방암 자궁암 위험이 증가한다’고 얘기하면 한결 나아진다”며 “폐경으로 인한 증상보다는 폐경 이후 높아지는 심혈관계질환과 골다공증 등 질병 위험을 인식하고 건강 관리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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