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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틀었다고 어머니 머리채 잡았다… 노인학대 46%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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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08 15:00:00 수정 : 2021-08-08 1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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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 없이 에어컨을 틀어서.’

 

2년 전 50대 A씨가 청각장애가 있는 80대 어머니 B씨에게 빨래건조대를 집어 던지고 머리채를 잡은 이유다. 당시 A씨는 폭행 혐의로 입건됐고, 피해자인 B씨와 분리조치됐다. 하지만 B씨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 ‘혹시 딸이 다시 와서 때리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에 떨며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었다. 최근 노인학대 합동점검에 나선 경찰은 B씨에게 기초생계비·생필품 지원 등 경제적 지원을 연계하고, A씨가 다시 접근할 수 없게 피해자 보호명령을 요청했다.

 

서울경찰청은 서울시·노인보호전문기관과 함께 지난 6월15일부터 7월 말까지 노인학대 우려가 있는 가정 110곳을 대상으로 합동점검을 했다고 8일 밝혔다. 점검 대상은 최근 1년 5개월 동안(지난해 1월∼올해 5월) 경찰에 3회 이상 반복신고된 학대 우려 노인 72명과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사례관리 중인 38명이다.

 

점검 결과 경찰은 70대 아버지를 상습폭행한 40대 남성 C씨를 특수존속폭행죄로 입건하는 등 학대피해 노인 24명을 보호했다고 밝혔다. 알콜중독인 C씨는 자신의 처지를 아버지의 탓으로 돌리며 폭행을 일삼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이 처벌받을까봐 경찰의 개입을 극구 거부했다. 하지만 합동점검팀의 설득 끝에 아버지는 자신의 피해 사실을 진술했고, 경찰은 C씨를 입건한 후 그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임시조치를 신청했다.

 

지난 3월에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50대 D씨가 70대 어머니에게 흉기를 휘둘러 특수존속상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되기도 했다. 당시 D씨는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되면서 응급입원 조치됐지만 지난 6월 퇴원했다. 해당 가정에 방문한 합동점검팀은 D씨의 병세가 계속돼 피해자가 학대 재발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합동점검팀은 추가 학대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D씨 어머니를 설득해 D씨를 재입원시켰고, 주거지 분리와 경제적 지원 등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역 노인학대는 2018년 1316건, 2019년 1429건, 지난해 1800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에만 1279건의 신고가 들어왔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879건) 대비 46% 증가한 수치다.

 

서울경찰은 노인학대 문제의 심각성과 고령화 등을 고려해 서울시·노인보호전문기관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노인학대 예방과 피해자 보호, 합동점검 정례화 등 노인학대 대응체계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지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노인학대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며 “자치경찰 시대를 맞이해 기관의 입장이 아닌 ‘노인학대 예방’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위해 상호 협력하며 서울시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치안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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