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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집까지 물 긷던 소녀, 97년 만에 필리핀에 첫 금 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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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7 10:10:52 수정 : 2021-07-27 10: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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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 여자 55kg급 경기서 합계 224kg 들어 우승
필리핀, 1924 파리올림픽 첫 출전 이후 97년 만에 첫 금메달
필리핀의 하이딜린 디아스가 26일 일본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역도 여자 55㎏급 경기에서 용상 127㎏를 들어올린 뒤 기뻐하고 있는 모습. 도쿄=신화연합뉴스

필리핀이 2020 도쿄올림픽에서 역사상 첫 금메달을 따며 새 역사를 썼다. 메달의 주인공은 하이딜린 디아스(30). 디아스는 2016 리우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필리핀 역도 영웅’으로, 5년 만에 은메달의 한을 풀게 됐다.

 

디아스는 26일 일본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역도 여자 55㎏급 경기에서 합계 224㎏(인상 97㎏, 용상 127㎏)를 들어 우승을 차지했다. 223㎏(인상 97㎏, 용상 126㎏)를 든 랴오추윈(중국)을 불과 1㎏ 차로 제쳤다. 용상 3차 시기에서 127㎏를 든 디아스는 역기를 내려놓자마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디아스가 이날 금메달을 따면서, 필리핀은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거머쥐게 됐다. 필리핀은 1924 파리올림픽에 첫 출전한 이래 97년간 금메달과 인연이 없었다. 1928 암스테르담올림픽 때 테오필로 옐데폰소가 남자 평영 200m에서 동메달로 첫 메달을 땄고, 1964 도쿄올림픽 때 앤소니 빌라누에바가 권투 페더급에서 첫 은메달을 안겼다.

 

명실상부한 필리핀 역도 전설로 남게 된 디아스의 유년시절은 그리 유복하지 않다. 잠보앙가에서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디아스는 지독한 가난 탓에 물 40리터를 지고 수백 미터를 걸었다. 그때 나이가 11살로, 이때부터 삼촌에게 역도의 기초를 배우며 역도에 대한 꿈을 키웠다. 가난이 전화위복이 된 셈.

 

그렇게 2008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했지만 58㎏급 경기에서 12명 중 10위에 그치며 첫 올림픽을 다소 아쉽게 마무리했다. 필리핀 여자 역도 선수 중 최초로 올림픽에 출전했다는데 의의를 둬야 했다. 2012 런던올림픽 때도 필리핀을 대표해 출전했는데, 당시 개막식에서 필리핀 선수단 기수로 나서는 등 필리핀 국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용상에서 3차 시도를 모두 실패하면서 두 번째 도전에서도 쓴 맛을 삼켰다.

 

세 번째 도전은 달랐다. 53㎏급 경기에 출전한 디아스는 합계 200㎏을 들어 올리면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디아스의 은메달은 필리핀이 딴 20년 만의 올림픽 메달로, 당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디아스는 조국에 명예를 가져왔다”며 기뻐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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