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매회마다 ‘깨알재미’… OTT바람 타고 시트콤 다시 뜬다

입력 : 2021-07-13 19:48:23 수정 : 2021-07-13 20:08:2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넷플릭스 ‘지구망’ 입소문 타고 순항

억척같은 주인공·빈대성향 감초 등
흔한 일상캐릭터 부풀려 웃음 선사

상황설정 단순해 시청에 부담 없고
스타작가·톱스타 없이도 화제 유발

사전제작 방식으로 제작 압박 덜어
시즌제로 이어가기 좋은 것도 장점
탄탄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웃음 나는 에피소드들을 연결해주는 시트콤이 최근 온라인 동영상서비스를 중심으로 부활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를 공개했다. 넷플릭스 제공

시트콤이 돌아왔다. 지상파방송이 아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10여년 만에 갑자기 분위기를 시트콤으로 끌어온 작품은 넷플릭스가 지난달 공개한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지구망)’이다. 공개 이후 넷플릭스 많이 본 영상 10위권에 안착했고, 인터넷커뮤니티 등에서도 “시즌2는 언제 나오냐”는 질문이 올라오는 등 입소문을 타고 순항 중이다.

◆독특한 캐릭터와 짧은 에피소드로 젊은층 공략

대학교 국제기숙사를 배경으로 한 지구망은 ‘시트콤의 문법’을 충실하게 따른 작품이다. 억척같은 주인공과 빈대 성향의 감초, 비밀스러운 주변인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보는 인간형을 과장되게 ‘캐릭터화’하고, 이들의 기묘한 동거와 가족애, 사랑과 우정 등을 각각의 에피소드에 담아냈다. 방송 전부터 2000년대 시트콤 열풍을 일으켰던 ‘논스톱’, ‘거침없이 하이킥’을 연출한 권익준 PD, 김정식 PD가 뭉친 작품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구망’ 이후에도 웨이브가 제작한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가 9월 방송될 예정이다. 김성령, 백현진, 배해선, 이학주 등이 출연하는 정치시트콤이다.

웨이브는 오는 9월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를 방송할 예정이다. 웨이브 제공

시트콤의 부활은 최근 치열한 콘텐츠 경쟁을 벌이는 방송사와 OTT 업체가 지하철에서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짧은 영상을 선호하는 젊은층을 겨냥한 것이다. ‘시츄에이션 코미디(Situation Comedy)’의 약자인 시트콤은 대부분 20분 내외의 길이로 모든 내용을 챙겨보지 않아도 따라갈 수 있는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기승전결, 혹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이라는 서사를 기본으로 하는 반면 시트콤은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에피소드성 상황 설정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청자는 가볍게 웃음을 소비하기 좋고, 방송사로서는 스타작가와 톱스타 없이도 요즘처럼 콘텐츠 경쟁이 치열한 때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화제성’을 모을 수 있어 좋다.

시트콤 형식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시즌2에서도 소소하면서도 웃음 나는 에피소드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tvN 제공

◆OTT 화제성 모으기 좋아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까지의 시트콤도 그랬다. ‘순풍산부인과’, ‘세친구’, ‘남자셋 여자셋’, ‘논스톱’,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뚫고 하이킥’ 등에서는 나문희의 “호박 고구마∼ 호박 고구마∼ 호박고구마아아아∼∼”, 박영규의 “아이∼ 장인어른 왜 그러세요” 등 대단히 멋드러지거나 작정하고 웃기는 대사가 아님에도 계속해서 회자되고 패러디되는 유명 장면들이 양산됐다. ‘야동 순재’라는 독보적인 캐릭터도 만들어졌고, 송승헌, 송혜교, 신세경 등 당시에는 크게 유명하지 않았지만 시트콤 출연 이후 톱스타 반열에 오른 배우들도 나왔다.

그렇다면 기존 시트콤들은 왜 갑자기 자취를 감췄을까. 방송 관계자들은 시트콤 자체가 인기가 없었다기보다는 매일 20∼30분씩, 일주일에 5회씩, 일일드라마처럼 방송되는 빡빡한 일정이 아이디어 고갈과 피로감을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시트콤 작가들은 노동강도에 비해 드라마 작가들에 비해 대접도 박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시트콤에 대한 대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 시트콤이 드라마상이 아닌 ‘연예대상’을 수여했다는 점”이라며 “당시 고생한 데 비해 대접을 받지 못했던 많은 시트콤 작가들이 ‘이럴 바에는 드라마를 쓰겠다’며 드라마로 넘어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지상파방송사가 아닌 OTT가 나서서 시트콤을 시도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OTT 특성상 에피소드를 매일 하나씩 공개하는 게 아니라 사전제작 방식으로 완성한 뒤 하나의 시리즈를 통째로 내놓기 때문에 제작진이 이전과 같은 압박을 느끼지는 않기 때문이다. 인기가 좋으면 시즌2, 시즌3로 이어나가기 좋은 것도 장점이다.

정 평론가는 “사실 시트콤이 그동안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슬의생)’의 경우도 시트콤 형식으로 볼 수 있다. 주인공들의 탄탄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기승전결의 흐름이 아닌 각각의 에피소드로 연결하며 군데군데 웃음 유발 포인트들이 있는 것이 사실상 시트콤 문법”이라며 “정통 시트콤, 시트콤 형식의 드라마 등 시트콤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수지 '치명적인 매력'
  • 수지 '치명적인 매력'
  • 안유진 '순백의 여신'
  • 고민시 '완벽한 드레스 자태'
  • 엄현경 '여전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