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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국민통합’이 시대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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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15 23:00:59 수정 : 2021-06-15 23: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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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과 국민행복 지름길은 국민통합
‘국민통합 DNA’ 간직한 지도자 나와야

수차례 고사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2000년 2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에 임명된 나는 그해에 거행된 6·15 남북정상회담 대통령 특별수행원단 단장으로 남북 정상과 자리를 함께하는 영예를 누린 바 있다. 남북정상회담 기념만찬장에서 나는 김정일 위원장 행보를 학자적 관점에서 주시하며 솔직담백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듬해인 2001년 8월11일 조 바이든 당시 미국 상원외교위원장이 김 대통령을 예방한 뒤 내게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다. “남북정상회담 기념만찬장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가장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 분이라 하여, ‘인간 김정일’에 대해 알고 싶어서 뵙자 하였습니다.” 초면인 나에게 그는 스스럼없이 자신의 용건을 꺼냈다. 바이든 위원장에게 김 위원장이 솔직하고 유머감각이 있었던 점, 박학다식하면서 권위적이지 않았던 점, 남북 정상 간 대화를 기록하는 서훈 실장(현 국가안보실장) 등 동석했던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였던 점 등을 전했다. 바이든 위원장과의 만남 말미에 ‘신생 국가인 미국이 세계 강국이 된 최고 비결’에 대해 물었다. 정치학자로서 의례적인 질문에 그는 ‘권력분립’과 ‘국민통합’임을 피력하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김민하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국민통합비전 총재)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올해 바이든 위원장은 미국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 트럼프 진영과 치열한 정치적 경쟁을 했지만 당선 후 그는 미국의 저력인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중심으로 유례없던 코로나 팬데믹의 혼란을 수습하며 국민통합을 이뤄가고 있다. 국민통합을 통한 국가발전의 초석을 마련한 미국의 대표적 지도자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다. 대통령 당선 직후 남군의 내란으로 개시된 남북전쟁 중 전사한 장병들의 추모식(1863년 11월19일)이 열렸던 게티즈버그 연설은 링컨의 국민통합 리더십의 백미라 할 수 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2분 연설 속에 ‘미국 건국정신’을 담아 국민통합의 전기를 마련했던 것이다. 전투력은 남군이 월등히 앞섰던 상황임에도 링컨의 ‘헌법정신’이 전세를 역전시켜 북군이 승리함으로써 ‘통일미국’ 시대를 열었다.

미래의 ‘통일’은 물론 현재의 ‘국민행복’도 ‘국민통합’이 선행요건이자 지름길임은 링컨뿐만 아니라 유럽통합과 독일통일의 초석 역할을 한 서독의 공법학자 루돌프 스멘트와 빌리 브란트 총리를 통해서도 확증되었다.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독일은 패전 후 대도시의 80% 정도가 파괴됐고 전체 산업시설의 80% 정도가 파손되거나 정지됐다. 독일 국민들은 주권을 상실한 가운데 막대한 전후 배상채무를 부담해야 했다. 동서독으로 분단된 가운데 국토와 국민이 함께 초토화되었으나, 국민통합이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의 지름길이자 통일독일로 가는 접경임을 설파하고 실천해 갔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노래로도 만들어 불러온 우리는 남북분단이 고착화되어 가고 있다. 한반도 중심의 세계사 재편을 일궈낼 수 있는 ‘통일한국’은 ‘통일’이 아니라 그 선행조건인 ‘국민통합’을 통해서만 성취될 수 있다. 세계의 경찰을 표방할 만큼 강대국이 된 미국과 황폐했던 패전국을 통일강국으로 바꾼 독일의 역사가 그 실증이다.

260여일 후에 선출될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은 미국과 독일을 위시한 선진 복지국가들의 지도자들이 갖췄던 ‘국민통합의 DNA’를 뼛속까지 간직한 지도자가 선택되어야 한다. ‘급조된 통합주의자’가 아니라 오랜 기간 ‘통합지향적 삶’을 일궈 온 ‘섬김의 리더’를 선택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통합론의 대가인 스멘트는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가치’와 이의 ‘제도화’ 및 ‘국민통합을 이끌 리더’를 국민통합의 성공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잔여 임기 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최대 직무 또한 국민통합이다. 전국적 편제하에 2만여명에 가까운 구성원을 갖추고 있는 대통령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를 선용해 문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선도한다면, 임기 중 최대 치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통합’에 대한민국과 대한국민의 성패가 달려 있다.

 

김민하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국민통합비전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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