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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예견된 OTT 블랙아웃 사태, 결국 고스란히 피해는 소비자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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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15 14:54:04 수정 : 2021-06-15 14:5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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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OTT(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장악하고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프로그램 사용료로 집안싸움이나 하고 있습니다.”

 

OTT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일어나고 있는 LG유플러스 모바일 OTT(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의 CJ ENM 방송의 블랙아웃(송출 중단) 사태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까지 상륙이 임박했는데 우리는 여전히 기업간 경쟁으로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번 블랙아웃의 단초가 된 CJ ENM과 LG유플러스의 협상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거듭된 CJ ENM의 협상 요청에 LG유플러스는 5월 인상안 수용 불가를 통보했다. 이후 CJ ENM은 고객불편 등을 이유로 LG유플러스측에 공급계약이 종료됐다는 내용의 고객고지를 5월7일에 요청했지만 LG유플러스 측은 이를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6월4일에서야 고객들에게 송출 중단 고지했다.

이번 LG유플러스의 OTT 블랙아웃 사태의 경우 IPTV 블랙아웃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향후 IPTV에서 마저도 CJ ENM과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LG유플러스 IPTV 가입자 500여만명은 tvN, 올리브, 엠넷, 투니버스 등 CJ ENM의 방송을 볼 수 없게 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LG유플러스는 “CJ ENM의 과도한 사용료 인상 요구로 인한 협상 결렬”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CJ ENM은 “협상 결렬의 본질은 협상 테이블에 나와달라는 요구를 시종일관 외면한 LG유플러스”라고 반박하며 서로 송출 중단 사태의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이다.

 

표면적으로는 프로그램 사용료를 둔 양 사의 갈등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고질적인 문제는 플랫폼사인 IPTV사들의 갑질이 자리잡고 있다. IPTV3사는 지금까지 송출 번호 결정에 대한 권한을 쥐면서 프로그램 제작사들의 우위에 서 있었다. 하지만 최근 넷플릭스를 비롯해 자체 OTT 등 플랫폼들이 다양화되면서 프로그램 제작사들도 종속됐던 관계에서 벗어나 프로그램 사용료에 대한 온전한 값어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 제작사들이 만든 ‘킹덤’, ‘스위트홈’, ‘인간수업’ 등의 드라마들이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됐고, 개봉 대기 중이던 영화 ‘사냥의 시간’과 ‘낙원의 밤’, ‘승리호’도 국내 IPTV나 극장 대신 넷플릭스를 선택했다. 제작사들이 넷플릭스에 손을 뻗는 것은 열악한 국내 방송사의 프로그램 투자액 회수 구조에 있다. 미국의 방송사는 프로그램 제작비 대부분을 플랫폼사로부터 받는 사용료로 충당하는데, 국내 방송사는 플랫폼사로부터 받는 사용료로는 제작비의 절반도 회수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불안정한 제작비 회수 구조가 안정화되지 않을 경우, 자칫 국내 콘텐츠 제작 산업이 글로벌 OTT의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 유료방송 플랫폼사와 방송사가 합리적인 콘텐츠 가치 책정을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해법을 만들어야 할 때다.

 

김건호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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