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조국 수사 지휘하다 좌천
曺 옹호 검사들만 남기고 내쫓아
이성윤, 수사라인서 尹 배제 요구
범죄 수사한 것이 어찌 쿠데타인가
수백쪽 책 하나같이 뇌피셜로 채워
팩트는 판결문 안에 다 들어있다
최악 권력비리 나라 후지게 만들어
‘장관 임명 막으려 기획수사’ 주장
조국 그때나 지금이나 막강 권력자
누구라도 나서서 기록으로 남겨야
그러지 않으면 거짓이 진실 행세

조국 전 법무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이 1일 공식 발간되면서 정치권 등에서 조국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주요 대선 주자들이 당내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조국 편들기 발언을 쏟아내면서 대선을 앞두고 조국 사태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는 흐름과 다른 기류를 만들어내고 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 같은 당내 혼선을 조율하기 위해 최고위 지도부 의견을 수렴해 조국 사태에 대한 당 차원의 사과 메시지를 2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집권당이 조국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 같은 논란 와중에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조 전 장관의 회고록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한 검사장은 2019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송경호 3차장검사)의 조 전 장관 일가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한 검사장은 세 차례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31일 전화 통화와 서면으로 진행됐다.
한 검사장은 이른바 ‘조국 사태’와 관련해 “비리를 저지른 것’ 자체보다 ‘권력으로 비리를 옹호한 것’이 훨씬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또 김오수 검찰총장 취임과 함께 곧 단행될 것으로 예고된 대규모 검찰 인사와 관련해 “조국 사태가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이라 본다”며 “권력이 싫어하는 수사를 한 검사들만 내쫓겠다는 게 아니라, 조국을 적극 옹호한 검사들만 남기고 다 내쫓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 검사장은 특히 이명박·박근혜정부 관계자들을 수사할 때와 달리 조 전 장관 일가 의혹 수사 당시 법무부의 외압이 심했다고 기억했다. 한 검사장은 “인사로 나를 비롯한 수사팀 간부들을 좌천해 흩어놓았다”며 “이후 상당수 파견검사로 구성된 수사팀을 흔들기 위해 검사 파견 시 법무부의 허락을 받게 하는 제도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성윤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현 서울중앙지검장)이 내게 전화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검 반부패부를 수사라인에서 빼라는 요구도 있었다”며 “실무검사 인사에서는 서울에 일하러 오기 가장 힘든 곳에 핵심인력(통영지청 강백신 부장검사)을 발령냈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는 메시지”라며 “전국 검찰 공무원들에게 권력비리를 제대로 수사하면 이런 험한 일을 당하니 알아서 말 잘 들으라는 사인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서 조 전 장관 의혹을 수사한 강 부장검사는 지난해 8월 통영지청으로 좌천됐다.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간 뒤엔 공소 유지를 위해 버스로 왕복 9시간 거리인 서울중앙지법을 지금도 매주 오가고 있다. 송 차장검사는 여주지청장으로 전보됐다.
한 검사장은 “이 수사 하면 내 검사 커리어가 사실상 끝날 거라는 건 당연히 예상했고, 할 일 하는 거니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서도 “다만 이런 식으로까지 말도 안 되게 선동하고 치졸하게 보복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이 자신에 대한 수사를 ‘검찰의 쿠데타’로 규정한 것을 두고는 “공직자가 범죄를 시스템에 따라 수사하는 것이 어떻게 쿠데타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범죄를 덮어주지 않으면 역심이고 쿠데타인가”라며 “조선시대 사극 찍나, 절대왕정인가. 조국 사태 때가 이 정권이 가장 강할 때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미애 (전 법무장관) 같은 사람 한 명이 이렇게 쉽게 망가뜨릴 수 있는 검찰이 무슨 쿠데타를 하고 역모를 한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 “공정과 상식 파괴한 조국사태… 국민에 룰 지키라 할 수 있나”
한동훈 검사장은 조국 전 법무장관 관련 사건을 수사했다가 좌천만 세 번째다. 현 정권 출범 후 3년여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 등 ‘적폐’ 수사를 할 땐 여권이 든든한 버팀목을 자처했다. 수사 대상이 ‘살아 있는 권력’으로 바뀌자 상황이 돌변했다. 자신이 ‘숙청 대상’이 됐다. 한 검사장은 세계일보 인터뷰에 응한 이유에 대해 “누구라도 나서서 할 말을 하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힘을 가진 쪽이 왜곡한 이런 거짓 기록이 나중에 진실 행세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의 책에 검찰과 윤 전 총장, 한 검사장을 겨냥한 비난이 많았다.
“책이 수백 쪽인데, 이렇게 할 말 많은 사람이 왜 법정에서는 수백번씩 증언거부하면서 아무 말 안 하는지 모르겠다. 책을 보니, 새로운 내용 없이 조국 (전 장관)이나 추종자들이 SNS, 유튜브에서 반복해 온 내용 그대로다. 하나같이 사실이 아닌 뇌피셜(개인적 생각)들이다. 판결문 한 번만 읽어 보시라. ‘사실(fact)’은 거기 있다.”
―자신의 혐의는 권력비리가 아니라는 조 전 장관 주장은 어떻게 보나.
“조국 사건은 권력이 총동원되어 권력자 조국(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막고 검찰에 보복하는 순간, 공정과 상식을 파괴하는 최악의 권력비리가 된 것이다. 그를 옹호해 놓고, 국민에게 룰을 지키라고 할 수 있겠나. 조국 사태는 룰과 상식을 파괴해서 이 나라를 굉장히 후지게 만들었다.”
―조 전 장관은 사소한 도덕적 잘못이라는 취지인데.
“이 나라 국민 중 어느 누가, 입시서류를 매번 위조하나? 교사 채용하고 뒷돈 받나? 미공개정보로 차명주식을 사나? 자기편이라고 감찰을 무마하나? 한밤중에 증거를 빼돌리나? 우리나라가 이런 범죄들을 평범하고 일상적인 걸로 여기는 나라였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 상식 있는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조 전 장관은 수사가 가혹했고, ‘사냥’ 같았다고 한다.
“수사팀은 권력을 동원한 여론전, 수사방해, 각종 음모론 유포에 맞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검찰의 임무다. 조국(전 장관) 측은 정경심 (교수) 판결문에 나오듯 ‘진실을 말하는 사람에게 고통을’ 가하면서 집요하게 수사를 방해했고, 증거인멸을 증거보전이라고 혹세무민했다. 이들의 휴대폰을 압수하지도, 입시 당사자인 조민을 기소하지도 않았는데, 과도한 수사라는 주장도 틀린 말이다.”
―조 전 장관의 장관 임명을 막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한 수사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 조국이 장관 되는 것을 막으려고 수사 착수 전에 내가 사전에 내사보고서를 만들어서 윤 총장을 설득해서 수사한 것이라는 주장을 그들이 법정에서도 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유시민(노무현재단 이사장)조차 비슷한 주장을 했다가 아닌 거 같다고 스스로 말을 바꿀 정도로 근거 없는 주장이다. 여기저기 찔러보는 음모론 중 하나일 뿐이다. 조국 수사는 한 건 한 건 청문회 전후 국민과 언론이 제기한 합리적 의문과 고발을 기초로 한 수사다.”
―조 전 장관은 조국 수사, 울산시장 사건 수사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했다고 비판하며 윤 전 총장이 문 대통령을 잠재적 피의자로 인식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으로부터 그런 인식을 받거나 혹은 들은 바가 있나.
“비슷한 말조차 못 들어봤다. 재판 과정을 통해 범죄가 드러나고 그걸 뒤집을 방법이 없으니, 그런 초현실적인 망상이라도 퍼뜨려서 싸움을 계속 이어가려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조 전 장관은 수사로 인한 자신의 피해를 강조했다.
“조국(전 장관)은 그때나 지금이나 막강 권력자다. 정권과 집권당 정치인, 친정권 언론, 어용단체, 어용지식인들의 옹호가 그대로고, 공소장 공개금지, 포토라인 금지 같은 이전에 없던 제도로 특별히 보호받았다. 반면, 수사한 검찰총장과 검사들은 전부 모욕당하며 쫓겨나고 좌천됐다. 이렇게 힘센 피해자가 세상에 어딨나.”
―조 전 장관은 본인 관련 언론보도들이 이상했고, 출처가 의심된다고 했다.
“조국(전 장관)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반대편 수사에 대해서는 SNS를 통해 수사상황에 대한 언론보도를 적극 독려했다. 심지어 내가 총선에 관여하려 했다는 KBS 허위보도가 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페이스북에 직접 기사를 요약해 올려 널리 퍼뜨린 사람이다. 그런 인물이 자기 범죄를 보도한다고 언론을 겁준다.”

―윤 전 총장의 한동훈 서울중앙지검장 추천이 어이없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어디 보내달라거나 승진시켜달라고 한 적 없다. 윤 전 총장이나 내가 그들을 배신했다고 착각하는 거 같은데, 검사가 권력자 입맛에 맞춰 반대파 공격하고 권력자 봐주는 것이야말로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나는 반대편 정치인, 대기업 사건에서 그들이 내게 보낸 환호와 찬사를 기억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검찰의 과오, 검사비리 사건들을 들어 검찰을 비판하는데.
“나나 지금의 검찰 구성원이 전혀 관여하지도 않은 과거의 사례를 사골 우려먹듯이 가져다가 지금의 너희도 다 무조건 나쁘고, 고로 너희에게 수사받은 자기는 억울하다고 한다. 그건 마치 지금의 청와대 구성원들에게 과거 청와대 구성원들의 범죄를 책임지라거나, 지금 청와대 구성원에게 무관한 다른 청와대 구성원의 범죄를 책임지라고 우기는 것과 같다. 과거 검찰의 잘못이 현재의 명백한 범죄에 대한 면죄부나 만능 치트키가 아니다.”
―조 전 장관은 검찰이 정치적 중립이었던 적이 없었다고 한다.
“조국(전 장관)이 말하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란 건 ‘검찰이 무조건 자기들 편들어주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이성윤 검찰’이 검찰 정치적 중립의 모범답안이겠다. 이분들은 이렇게 ‘말의 정의’를 바꾼다. 나는 추미애(전 법무장관)가 노무현(전 대통령) 탄핵 앞장설 때 한나라당 차떼기 대선자금을 수사했고, 이 정권 출범 직후에도 전병헌 청와대 수석을 수사했다. 유불리나 네 편 내 편 가르지 않았다. 검찰에는 출세하려 권력 편든 검사들도 있지만, 법 집행을 위해 권력에 맞선 검사들이 있다.”
배민영·이창훈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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