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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야적장 6단 ‘산성’… 임시선박 일요일에도 출항 [심층기획]

입력 : 2021-06-01 06:00:00 수정 : 2021-06-01 15:5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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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신항 제4부두 가보니
미국 서부행 선박 부족으로 中企 아우성
야적장 장치율 80% 넘어… 사실상 가득 차
컨테이너선뿐 아니라 다목적선도 동원

요즘 같은 컨테이너 적체 개항 이후 처음
빈배 귀항 임시선박, 비용 손실 불구 투입

美, 재난지원금 지급 영향 소비 수요 급증
1분기 미주항로 수출 물동량 10%이상 증가
해상 운임도 역대 최고 기록 달마다 경신

세계 유휴선박률 0.8%… 선박 99% 이상 가동
정부, 미주 임시선박 주 1척으로 확대 추진
지난달 23일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제4부두 컨테이너 장치장에 6단까지 가득 쌓인 컨테이너들 사이로 야드 트랙터들이 컨테이너를 실어나르고 있다. 부산=박영준 기자

일요일인 지난 23일,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제4부두. 컨테이너를 실어나르는 야드 트랙터가 바쁘게 움직였다. 24일로 넘어가는 자정 미국 타코마항과 로스앤젤레스항으로 출항하는 국적선사 HMM(옛 현대상선)의 ‘오클랜드호’에 국내 수출기업의 화물을 싣기 위해서다.

오클랜드호는 ‘임시선박’으로 동원됐다. 정기 항로를 다니는 선박이 아니라 임시로 급조된 선박이라는 의미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화, 백신 접종 확산 등의 영향으로 수출이 살아나면서 수출 물류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미국 서부행 선박 부족이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급하게 오클랜드호가 투입됐다.

이날 배에는 국내 중소기업 등에서 생산한 공기청정기 등 전자제품과 철강제품, 화학제품 등 55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가 실렸다. 수출 물류 적체를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지만 일단 발등에 불이 떨어진 중소기업들은 한숨을 돌릴 수 있다.

부산신항 컨테이너 장치장은 이날 컨테이너로 가득 찼다. 평소에는 2TEU 크기 컨테이너가 2∼4개(2∼4단) 높이로 쌓이지만, 최근에는 6단까지 쌓인다. 배가 접안하는 선석까지 컨테이너를 옮기는 자동화된 야드 크레인이 닿지 않는 곳까지도 컨테이너가 들어섰다.

장치율(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비율)은 80%를 넘는 수준으로 7단까지 컨테이너를 쌓으면 작업이 용이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장치장이 꽉 찬 셈이다.

오클랜드호에서 조금 떨어진 다른 선석에는 대형 크레인이 컨테이너선이 아닌 다목적선에 컨테이너를 싣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데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이고, 적재할 수 있는 규모도 한계가 있지만 이렇게라도 수출 화물을 날라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부산신항 관계자는 “태풍 등의 기상여건이 아닌 물류 요인만으로 이렇게 컨테이너가 적체되기는 2010년 신항 개장 이래 처음”이라며 “입출항 시간을 맞추는 것이 우리 일인데 그게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HMM 관계자는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물량이 워낙 많다 보니 중국에서 짐을 모두 실어버리고, 부산에 들르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아 물류 적체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며 “임시선박의 경우 목적지까지 갔다가 빈배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비용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선박을 쥐어짜내는 수준으로 스케줄을 조정해 임시선박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발하는 물동량…전 세계 유휴선박률 0.8%

최근 해상 물동량은 그야말로 ‘폭발’ 상황이다.

31일 해양수산부와 HMM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전체 컨테이너 수출 물동량은 160만7000TEU로 전년 동기 155만7000TEU 대비 3.2% 증가했다. 특히 미주항로 수출 물동량은 26만1000TEU로 전년 동기 대비로 10.4%나 늘었다. 유럽항로도 16만3000TEU로 3.7% 불어났다.

미주항로의 경우 지난해 재택근무 등의 영향에다 최근 미국의 재난지원금 지급 등 경기부양책의 영향으로 소비 수요가 폭발하면서 물동량 증가세도 폭증하고 있다.

한국발 미주 항로 월별 수출 물량도 지난해 10월과 11월, 지난 3월에 9만TEU를 넘겼다. 전체 수출물량도 지난 3월에만 60만5000TEU를 기록했다.

수요가 폭발하면서 해상운임도 역대 최고 기록을 써내려가는 중이다.

물동량이 가장 많은 상하이항 출발 컨테이너선 15개 구간 운임지수를 계산해 세계 해상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3495.76을 기록했다.

SCFI 지수는 2009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2010년 7월 1583.18을 기록한 것이 역대 최대 기록이었는데 지난해 11월 최고점이 깨지더니 12월 말에는 2783.03, 지난 4월에는 3100.74로 매달 새로운 기록을 쓰는 중이다.

물류 증가와 운임 상승 속에 전 세계 가용선박은 총투입된 상황이다. 전 세계 시장의 유휴선박률은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0.8%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전 세계에 있는 선박의 99% 이상이 짐을 실어나르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6월만 해도 11.2%에 달하던 유휴선박률이 점차 줄다 지난 4월부터는 1% 밑으로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주요 항만의 적체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10일 이상 선박이 대기하고 있고, 싱가포르와 중국도 3일로 대기가 길어졌다. 부산항도 3월부터 1∼3일 선박이 대기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선박 대기 현상이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달 23일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제4부두에 컨테이너선 ‘HMM 오클랜드호’가 국내 수출기업들의 화물을 싣고 있다. 부산=박영준 기자

◆중소기업 수출 타격… 정부 임시선박 지원 총력

그나마 장기계약을 통해 컨테이너를 확보하는 대기업과 달리 배를 구할 수 없는 중소기업은 속수무책이다. 중소기업은 그때그때 수출물량이 있을 때마다 계약을 해왔지만 최근에는 적재 공간을 구할 수가 없어, 수출 기일을 맞추기 어려워졌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운임도 문제지만, 그래도 배를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정부는 2020년 8월 이후 1일 현재까지 중소기업 화물 운송 등을 위해 오클랜드호와 같은 임시선박 33척을 투입해 9만TEU 이상을 수송했다. 미주 항로의 경우 그간 월 2회 투입하던 임시선박을 매주 1척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그나마 ‘한진해운 사태’ 이후 해운업을 살리기 위해 계획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발주된 1만6000TEU급 초대형선 8척이 차례로 유럽항로로 투입되고 있어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적체를 해소하기에는 어렵겠지만 미주 동안(동부) 노선 정기 항로 선박에는 중소화주 전용 선복량 50TEU를 추가 지원하는 등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라며 “해수부와 산업부가 공동반장으로 ‘수출입물류 비상 대응 TF를 구성해 3개팀, 1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 중구 HMM(옛 현대상선) 연구개발(R&D)센터 선박종합상황실 모습. HMM 제공

◆네덜란드 해상 대형 스마트선 국내서 통제 가능

 

“육상 조종실이나 다름없습니다.”

 

지난 24일 부산 중구에 있는 HMM(옛 현대상선) 연구개발(R&D)센터 선박종합상황실의 2개의 대형스크린에는 30개에 가까운 화면이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스마트선박으로 건조된 2만4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12척과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 등 총 20척의 상세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네덜란드 해상에 떠 있는 1만6000TEU급 가온호의 실시간 위치부터 항로, 평균속도, 연료 소모량, 태풍 등 기상 상황, 화물 적재 현황 등을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엔진, 발전기 등 주요 기관의 실시간 상황이나 이상 등을 파악할 수 있고, 질소, 항산화물, 온실가스 배출량 등 대기오염물질 정도까지 모니터링됐다.

 

HMM에 따르면 스마트선박 한 척에서 약 7000개의 텍스트 정보가 위성을 통해 육상으로 전달된다. 거기에 폐쇄회로(CC)TV를 통해 선박 내·외부에서 일어나는 영상이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육성 등을 포함한 음성 자료, 이미지 자료 등도 육상과 공유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선박 운항실에 설치된 전자해도, 속도, 방향, 풍속 등을 종합상황실과 공유해 선박 밀집지역이나 위험지역 통과 시에도 육상과 선박이 동시에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선박의 승인을 받으면, 육상에서 운항 중인 선박의 컨트롤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지난 3월 수에즈운하 사고를 우리 선박이 유연하게 대처하는데도 선박종합상황실이 역할을 했다.

 

해양수산부도 완전 무인 자율운항선박, 한국형 스마트 항만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해양수산업의 디지털 전환 사업의 하나로 2030년까지 무인 자율운항선박 개발을 완료하고, 세계 자율운항선박 시장 점유율 50% 달성한다는 목표다. 스마트 항만의 경우 부산항 제2신항을 2030년부터 본격적인 한국형 스마트 항만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부산=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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