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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영화와 학교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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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5-29 14:00:00 수정 : 2021-05-28 17: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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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첫 번째 ‘여고괴담’(감독 박기형)이 공개된 지 20여년이 흐른 2021년 6월,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 모교’(감독 이미영)가 개봉 예정이다. 이번 6편에서는 은희(김서형)가 모교에 교감으로 부임하면서 시작된다. 

 

1편에서는 은영(이미연)이 모교에 교사로 부임하며 시작됐다. 1편 개봉 당시 공포의 공간이 되어 버린 학교라는 설정이 매우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흥행에도 성공해 후속편이 연달아 나왔고, 우리나라 대표 공포영화 시리즈가 됐다. 

 

2021년 여섯 번째 여고괴담 시리즈에서 학교는 어떤 공간으로 등장할지 궁금해 하며,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했던 시리즈 영화들을 좀 떠올려봤다. 오늘은 그 영화들을 통해 우리 사회와 영화계의 변화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해볼까 한다.

 

 

시간을 많이 거슬러 올라가자면, 1970년대 후반까지 가게 된다. 문여송 감독의 ‘진짜 진짜 잊지마’(1976), ‘진짜 진짜 미안해’(1976), ‘진짜 진짜 좋아해’(1977) 등 진짜 진짜 시리즈와 석래명 감독의 ‘고교 얄개’(1977), ‘여고 얄개’(1977), ‘얄개 행진곡’(1977), 석래명, 문여송, 김응천 공동 감독의 ‘우리들의 고교시대’, 김응천 감독의 ‘대학 얄개(1982) 등 얄개 시리즈를 혹시 아시는지? 

 

임예진, 이덕화, 이승현 등을 하이틴 스타 반열에 올렸던 이 영화들은 학교라는 공간과 더불어 주인공이 고등학생이라는 점이 강조되는 드라마이고 코미디였다. 유신 시기를 배경으로 한 학교 영화라는 점도 감상 포인트인데, 일본식 교복을 입고, 교련 과목도 배우는, 남녀 고등학교로 구분된 학교에서도 10대들은 씩씩하게 성장했다.  

 

이는 어린 영화 관객층을 노린 기획이기도 했다. 1970년대 후반, TV가 대부분의 가정에 보급되면서, 기존 한국영화 주 관객층이던 중년 여성 영화 관객은 급감했다. 영화관을 찾는 관객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더욱 커졌으나, 대부분 외국영화를 선호했다. 하이틴 시리즈는 그들을 위한 영화로 기획된 면도 있다. 영화 검열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리했다.   

 

 

1989년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감독 강우석)가 개봉했다. 당시 이슈가 됐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란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학생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영화였다. 입시 지옥으로 여겨지던 학교라는 공간과 그곳을 채운 이들의 사투를 담아내 흥행에도 성공했다. 

 

한편 1980년대 후반은 한국영화계의 격변기였다. 미국영화 직배가 시작되어 한국영화의 위기감이 고조되었으나, 새로운 영화사들이 영화계에 진입하면서 젊은 바람도 불기 시작했다. 기존 영화법은 신규 영화사의 진입을 사실상 막았기 때문에, 1962년부터 영화계를 독과점 하던 몇몇 영화사가 영화 수입과 제작을 관성대로 이어가고 있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영화사 등록제/허가제가 완화되면서 젊은 영화사들이 등장했고, 요즘처럼 영화가 기획되기 시작했다. 

 

행복은 성적순 시리즈는 바로 그 시기에 기획되고 제작된 영화였다. 이어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두 번째 이야기: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감독 김성홍, 1990)도 만들어졌다. 두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던 이미연은 스타덤에 올랐다. 행복은 성적순 시리즈에서 고등학생을 연기했던 이미연은 1998년 여고괴담 시리즈에서 선생님으로 돌아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도 받게 된다. 

 

이후 2000년대 초반에는 시리즈는 아니지만, 과거와 현재의 우리 사회를 다양한 측면에서 담아낸 학교 배경 영화들이 쏟아져 나온다. ‘두사부일체’(감독 윤제균, 2001), ‘친구’(감독 곽경택, 2001), ‘번지 점프를 하다’(감독 김대성, 2001), ‘말죽거리 잔혹사’(감독 유하, 2004) 등이 그중 일부다. 

 

학교는 학생들의 일상 공간이지만, 외부에 완전 공개된 공간은 아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더더욱 독특한 일상의 공간이 되기도 했다, 2021년 여섯 번째 여고괴담 시리즈 속 학교라는 공간이 과연 어떤 식으로 우리의 학교, 사회를 담아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한편 여고괴담 시리즈는 영화사 씨네2000의 작품으로, 이번 6편은 지난 5월11일 별세한 고 이춘연 씨네2000 대표의 유작이기도 하다. 고 이춘연 대표는 ‘행복은 성적순’ 시리즈의 기획자이기도 했다. (고 이춘연 대표의 명복을 빕니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위 기사는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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