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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대식의경영혁신] 패션 테크 스타트업 품은 동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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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15 23:11:21 수정 : 2021-04-15 23: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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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제조·유통망 원스톱 디지털화
‘스마트 패션 클러스터’로 부활 꿈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에 출생한 세대)는 어떤 패션을 좋아할까? 우리나라 10대, 20대 여성이 가장 많이 내려받은 모바일 앱 1∼3위는 지그재그 (2800만회), 에이블리 (2000만회), 브랜디(950만회)이며, 월평균 사용자 수가 모두 3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 모바일 앱들은 MZ세대가 열광하는 쇼핑몰과 셀럽마켓을 모아 놓은 패션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2020년에 이 세 플랫폼에서 거래된 금액은 1조4000억원으로 대기업에 절대 뒤지지 않는 규모이다.

지그재그(크로키 닷컴), 에이블리, 브랜디 등 패션 테크 스타트업 3사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이 회사들의 창업자는 패션 전문가가 아니다. 지그재그의 서정훈 대표는 공학도로 스마트폰 프로그램 개발자 출신이고, 에이블리의 강석훈 대표와 브랜디의 서정민 대표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였다. 모두 ‘패션덕후’와는 거리가 있다.

둘째, 이 기업들은 IT(정보기술) 전문가를 압도적으로 많이 고용하고 있다. 지그재그의 경우 전 직원의 40%에 해당하는 80명이 개발자이며, 브랜디는 300명의 직원 중 100명이 개발자이다. 또한, 이 기업들은 수천개의 온라인쇼핑몰과 수만명의 인플루언서 시장을 소비자들이 쉽고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개인 취향에 맞추어 큐레이션하여 제공한다. 로그인 시에 등록된 소비자의 나이, 스타일 선호도, 쇼핑몰 방문 기록, 구매 기록 등의 축적된 데이터를 이용하여 개인의 선호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월평균 300만 이상의 고객에게 맞춤형 패션 상품을 추천하는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분석, 기계학습과 인공지능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넷플릭스가 영화를, 스포티파이가 음악을 개인 취향에 맞추어 추천하는 것과 같은 기술이다. 이 기업들이 패션 전문가보다 IT 개발자들을 더 많이 고용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청년 창업가들의 창의성과 혁신성이 돋보이는 이 신생기업들은 동대문 패션 클러스터를 다시 부흥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동대문은 반경 2km 내에 디자인, 생산, 유통이 모두 이루어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패션 클러스터이다. 연간 거래액은 15조원에 달하고, 17만명의 도·소매상으로부터 매일 1만개 이상의 신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거래액이 30조원에 달하였으나, 중국 패션산업의 성장과 온라인쇼핑몰의 확산 등으로 지금은 거래액이 절반으로 감소하였다. 동대문 도매상이 중국 광저우의 업체와 거래가 늘어나면서, 동대문의 옷의 50%가 중국산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이블리, 브랜디, 지그재그가 동대문에서 생산된 제품을 판매하는 수만명의 판매자와 MZ세대 소비자를 연결하여 동대문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나아가 이 기업들이 동대문 패션의 세계화를 위해서 해외의 도매상과 동대문 패션 클러스터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은 감동적이다. 대기업이 생각조차 하지 않은 일을 젊은 청년 창업가들이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대문시장은 1970년대 초부터 수십년간 성장하고 진화해 온 우리나라 패션산업의 메카이며 산 역사이다. 세계 최대의 패션 클러스터로 발전하였지만, 지금은 중국 및 동남아시아 패션산업의 도전과 온라인 유통 채널의 급속한 확산에 휘청이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의 낮은 원가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동대문이 패스트 패션 전략으로 차별화해야 한다. 시장의 빠른 트렌드 변화를 신속하게 제품으로 구현하고 개별 소비자의 취향에 맞추어 개인화하여 판매하는 것이 미래 패스트 패션의 핵심이며, 이를 위해서 동대문은 디자인-제조-유통의 공급망을 디지털화하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마트 패션 클러스터로 진화해야 한다.

허대식 연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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