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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타도, 美 주도… 웨이퍼 집어 들고 반도체 전쟁 불 지피는 바이든

입력 : 2021-04-14 06:01:00 수정 : 2021-04-14 06: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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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서 반도체 화상 대책회의
삼성 등 글로벌 기업에 투자 촉구
“中 반도체 지배 계획” 견제 나서
웨이퍼 흔들며 “반도체는 인프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열린 ‘반도체 화상회의’ 도중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모든 것은 인프라”라며 반도체 분야의 대규모 투자 필요성을 역설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중국 공산당이 반도체 공급망을 재정비하고 지배하려는 계획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면서 미국도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화상회의’에 참석해 “국내 반도체 산업을 어떻게 강화할지, 미국의 공급망을 어떻게 확보할지 논의하기 위해서 오늘 세계의 기술 제조 리더들과 화상으로 모였다”며 “이날 상원의원 23명과 하원의원 42명으로부터 반도체 투자를 지지하는 서한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서한에는 “중국 공산당은 반도체 공급망을 재정비하고 지배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붓는가에 달려 있다”는 내용이 있다고 소개한 뒤 “중국은 물론 세계 다른 나라들도 기다리지 않을 것이고 미국도 기다려야 할 이유가 없다”며 대규모 투자를 촉구했다.

최근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술을 활용해 극초음속 미사일 등 첨단 무기를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은 (미국이 따라오길)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을 경계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인 뒤 “내가 여기 가진 칩, 이 웨이퍼, 배터리, 광대역, 이 모든 것이 인프라다. 우리는 어제의 인프라를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20세기 중반 세계를 주도하고 20세기 말을 향해서도 세계를 주도했다. 우리는 다시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패권 미국이 가져야”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개최한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왼쪽 세번째)이 반도체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의지를 밝히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이날 화상회의는 전 세계적인 자동차용 반도체 칩 부족 사태로 미국 주요 자동차 생산공장의 조업이 잇달아 중단되는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모색하고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주재한 이 회의에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포드·GM 등 자동차 업체 등 글로벌 기업 19개사가 참여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조2500억달러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산업 강화를 위한 예산 500억달러를 포함했다. 반도체가 국가안보와 직결된 품목이라고 보고 공급망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라는 행정명령도 발동했다.

 

◆1000원짜리 칩 모자라… 글로벌 車업체 줄줄이 공장 ‘스톱’

 

작게는 좁쌀만 하고 보통은 손톱만큼인 데다 1개 가격이 싼 것은 1000원도 안 되는 반도체 부족 사태가 세계 경제를 마비시키기 직전이다. 오죽하면 글로벌 경제 패권국 미국의 대통령이 사태 해결에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을까 싶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일로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반도체 화상회의’를 직접 주관한 것은 세계적인 자동차용 반도체 칩 부족 사태 탓이다. 각국 자동차 업계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탓에 자동차 수요가 줄 것으로 판단하고 칩 주문량을 줄였다. 또 반도체를 수탁생산 하는 파운드리 업체들은 생산 라인을 게임이나 PC, 가전제품용 반도체 생산으로 돌렸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 울산 1공장 휴업에 이어 아산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현대차는 파워트레인 컨트롤 유닛(PCU)에 들어가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고 있는 아산공장 가동을 12~13일 이틀 동안 중단했다. 사진은 13일 가동이 중단된 현대차 아산공장 모습. 연합뉴스

그런데 자동차 수요는 당초 예측보다 크게 줄지 않았고, 완성차 업체들이 뒤늦게 반도체를 추가 주문했지만 파운드리 업계가 다시 라인을 재배치하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미 텍사스주의 한파로 삼성전자와 인피니언 등의 반도체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되고, 세계 3위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인 일본 르네사스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는 등의 사고까지 겹쳐 수급난이 심화했다.

 

도요타와 폴크스바겐, 포드, GM, 혼다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는 이미 연초부터 줄줄이 일부 공장을 닫거나 생산을 줄이고 있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올해 최대 130만대의 차량 생산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반도체가 주력 수출품인 한국조차 차량용 반도체 부족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거의 생산하지 않는다. 차량용 반도체는 초미세화 공정을 통해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열린 ‘반도체 화상회의’ 도중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국내 완성차업체 중 가장 먼저 타격을 본 한국GM은 지난 2월부터 부평2공장 가동률을 50%로 줄였다. 현대차는 지난 7일부터 울산1공장을 일주일간 가동중단 조치했다. 아산공장도 12∼13일 휴업했다.

 

컴퓨터, 휴대전화 등 반도체 칩을 많이 이용하는 다른 산업 분야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블룸버그통신은 “컴퓨터, 휴대전화 등 칩 부족 시 영향을 받는 다른 전자제품 제조사들도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AP 역시 “반도체 칩 부족 사태는 학교가 학생들의 재택 수업을 위한 컴퓨터 구매를 어렵게 하고, 최신 비디오게임기를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시대에 학생들은 집에서 하는 온라인 수업이, 직장인들은 재택근무가 각각 새로운 표준이 되었는데 반도체 칩 부족사태가 악화하면 온라인 수업이나 재택근무도 힘들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게 또 문제다. 개발까지 10년가량이 소요되는 데다 안전성이 중요해 공정이 까다롭고, 핵심 부품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대체품 적용이 어려워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최소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 전망하는 삼성전자 등의 차량용 반도체 생산 가능성도 그리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설비가 집중되면 장기적으로는 PC나 모바일용 반도체도 수급 부족을 겪을 가능성이 또 발생한다”며 “굳이 생산 라인을 조정하려면 국내보다는 반도체 투자를 늘릴 경우 각종 인센티브 제공을 하겠다는 미국 현지 생산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스1

◆직접투자 요구 없었지만… 삼성, 공장 증설 가속화

 

삼성전자가 한숨을 돌렸다. 미국 백악관이 지난 12일 주최한 반도체 수급 회의에서 삼성전자가 미국으로부터 부담스러운 ‘청구서’를 받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미국의 직접적인 투자 요구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부족 사태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삼성전자를 비롯한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이 주최한 ‘반도체 CEO(최고경영자) 서밋’에 우리나라 기업 중 유일하게 초대받은 삼성전자는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회의에 참석했다. 삼성전자는 회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서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시작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열린 서밋은 미국이 GM, 포드 등 자국 자동차 기업의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서 시작된 회의다. 회의에 참석한 차량용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는 인텔이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등에도 차량용 반도체 부족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동시에 삼성전자의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 텍사스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추가로 짓기로 하고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유력 후보지인 텍사스주와 세제 혜택 규모를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앞서 인텔은 지난달 200억달러(약 22조6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 2곳을 짓고 반도체 수탁생산 사업 부문인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를’ 신설하기로 했다. TSMC도 미국 애리조나에 120억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인텔CEO “최소 6개월내 車 반도체 생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개최한 ‘반도체 화상회의’에는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세계 1∼2위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 정보기술(IT) 강자인 HP와 인텔, 미국 자동차업체인 포드와 GM 등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참석하는 등 커다란 관심을 보였다. 미국 내 반도체 부족 문제가 이번 회의 개최 배경인만큼 미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와 자동차 업체 등은 반도체 등에 대한 투자 확대를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최근 미국 내 20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한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국가 인프라 유지를 위해 반도체 산업이 필수적이라는 데에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미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금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선 향후 6∼9개월 안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개시할 의향도 밝혔다. 겔싱어 CEO는 “제품을 인증받는 데 6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며 “이미 주요 부품 업체들과 함께 관련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미국 땅에서 미국 기업이 제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을 하고 기술 소유권을 가지기를 원한다”며 지식재산권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구글과 모회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CEO도 “훌륭한 회의였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공급망에 갖는 관심에 감사한다. 기술혁신과 미래 성장동력 유지를 위한 대통령의 의지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도 별도 성명에서 “오늘 회의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연방 차원의 지원을 위한 업계와 바이든 행정부 간의 강한 파트너십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맷 블런트 미국자동차정책협의회(AAPC) 회장 역시 행정부가 반도체 업계를 압박한 데 감사를 표하고 “자동차 산업이 미국 경제와 일자리에 없어선 안 된다는 점을 확실히 하기 위해 모든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공화당을 아우르는 70명 이상의 상·하원 의원들도 이날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 내 반도체 공급난 해소를 위해 반도체 연구와 생산을 지원하는 펀드를 조성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500억달러(약 56조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나기천·남혜정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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