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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우의시네마트랩] 킹콩, 고질라… 이름 없는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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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09 22:34:04 수정 : 2021-04-09 22: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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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 VS. 콩’이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영화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두 괴수가 대결한다는 점에서 괴수 영화 팬들에게는 관심을 끌 만하다. 이런 괴수 영화들을 살펴보면 원작이 나오던 그 시절의 낯선 외부에 대한 공포감을 알 수 있다. 영화 ‘킹콩’은 1933년에 만들어졌다. 킹콩은 열대 지역의 전설의 해골섬에 사는 괴물로 나온다. 유럽 문명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괴물이라는 점은 고대신화의 괴물들과 많이 닮았다. 킹콩은 밀림에서는 원주민들에게 경외의 대상이었지만 이 지역에서 영화를 찍으려던 백인 사업가에게 생포되어 뉴욕으로 끌려오고 볼거리로 전락해서 백인 사업가의 흥행업에 이용당한다. 이 백인 사업가와 킹콩의 관계는 20세기 초의 비서구에 대한 서구의 제국주의적 착취를 암시한다.

‘고질라’는 1954년에 일본에서 개봉한 이후, 시리즈로 계속 만들어졌다. 다른 영화사들이 비슷한 괴수 영화를 만들게 되어서, ‘고질라’는 일본 괴수 영화의 원조가 되었다. 태평양에서 벌어진 수소폭탄 실험으로 인해 태평양 심해에서 잠자던 전설의 괴물 고질라가 깨어나고 도쿄만에 등장한다. 이 괴물을 퇴치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고질라의 약점을 알아내려 하고 정부는 자위대를 파견해서 방어막을 설치한다. 마침내 한 과학자가 특수무기를 개발하고 고질라를 퇴치한다. 수소폭탄 실험으로 인해 고질라가 깨어난다는 점과 강력한 특수무기의 사용을 두고 과학자가 고민하는 모습은 2차 세계대전 말에 원자폭탄 피폭의 경험과 관련이 있다. ‘고질라 이후 일본 괴수 영화에 등장하는 괴수들은 대체로 바다 건너나 우주와 같은 외부에서 오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한국의 괴수 영화로는 봉준호의 ‘괴물’, 1967년에 나온 ‘우주괴인 왕마귀’와 ‘대괴수 용가리’, 심형래의 리메이크작 ‘용가리’(1999), 그리고 1976년 작 ‘킹콩의 대역습’이 있다. 흥미롭게도 봉준호의 ‘괴물’에 나오는 괴물은 고질라나 킹콩 같은 이름이 없다. 이 이름 없는 괴물은 건물이나 시설은 그대로 둔 채 사람들만 잡아먹는다. 사람들이 그 괴물에게 희생당하는 동안 정부는 과학자들을 모아서 괴물에 대해 알아내려 하지 않고, 언론은 괴물의 존재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

노광우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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