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간식으로 무한변신
따뜻한 육수에 고명 얹은 잔치국수
추억이 모락모락 별미
이스트 넣으면 맛있는 과자·빵 변신
다양한 맛 모양 파스타 사랑받아
한국의 만두같은 라비올리
특색 있는 소 넣으면 ‘시그니처’ 요리
하루 세끼를 먹었을 때에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는 음식을 먹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건강상의 이유를 뺀다면 밀가루는 항상 사랑받고 우리에게 친근한 식자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밀가루로 만든 면요리에 대한 추억 하나 정도는 정말 누구나 다 있을 것 같다. 나라가 가난했던 시절에 권장했던 서민적인 국수는 이제는 때때로 생각나는 별미가 된 지 오래다. 멸치로 우린 따뜻한 육수에 계란 고명 조금 얹어진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잔치국수를 생각하면 저절로 침이 삼켜진다.

# 쌀보다 귀하던 밀가루
밀가루는 끊을 수 없는 정말 매력적인 식자재 중 하나다.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은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인데,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는 음식 중 밀가루는 항상 재료에서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밀가루를 활용한 요리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면’이다. 밀가루를 반죽해 튀겨내 다시 삶으면 라면이 되기도 하고 숙성한 반죽을 자르면 칼국수가 되기도 한다. 밀가루 반죽을 틀에 넣어 누르면 잔치국수의 소면이 된다. 파스타 또한 뺄 수가 없다.

또 밀가루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바로 제과제빵인데 이스트를 넣으면 빵이 되고 설탕과 버터와 섞어 구우면 달콤한 과자가 되기도 한다. 밀가루는 정말 인류의 역사를 따라 함께 성장한 식자재라고 단언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밀가루를 먹게 되었을까. 삼국시대 때, 중국에서 들어온 밀은 조선시대에 밀가루를 진가루라고 부르며 굉장히 귀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쌀보다 귀해서 양반들이나 왕족들만 즐길 수 있었고, 사신들이 방문하는 시기, 혼례나 환갑 등 집안의 경사가 있는 날에 이 밀가루를 사용하여 만두나 면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이런 밀가루는 1970년경 식량 사정 악화에 따른 분식장려 운동과 더불어 미국의 무상원조로 밀이 급증하며 소비량이 크게 늘게 됐다. 그래서인지 그 당시의 면은 선택적 미식이 아닌 가난한 이들에게 한끼를 버틸 수 있는 몇 안 되는 음식 중 하나였다. 그리고 시대가 지나 이제는 국민들의 다양한 식생활의 변화로 빵, 과자, 면들의 변천사 또한 밀의 소비 증가와 대중화에 단단히 한몫하게 됐다. 어렸을 때 하도 국수를 많이 먹어 어른이 된 후에는 절대 입에 넣고 싶지도 않았다고 하시던 어머니의 말씀이 생각난다. 칼국수 드실 때마다 말하는 단골 레퍼토리인데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지만 이제는 어머니에게 추억이 된 것 같다.

# 해장에도 제격인 잔치국수
일주일에 3번 정도는 밀가루 요리를 먹는 편이다. 라면은 기본이고 칼국수에 파스타, 만두까지 밀가루 요리는 가리는 법이 없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반찬을 곁들이는 밥상보다는 간편하고도 거하지 않으며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식은 죽 먹기보단 식은 면 먹기’라는 말이 생각 날 정도로 면은 바쁜 일정 속에서 반가운 메뉴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잔치국수를 좋아하는데 다른 물가가 오르는 것보다 동네의 오래된 잔치국수집의 국수 가격이 오르는 게 더 마음이 아플 정도다. 멸치 육수를 내려 바다내음이 나는 푸짐한 잔치국수에 계란 고명까지 더한다면 한끼 식사로도, 술 마신 다음날 해장으로도 아주 제격이다.
잔치국수는 조선시대 때에 말 그대로 잔칫상에 올리던 귀한 메뉴였다. 국수의 긴 면발은 어르신의 건강과 장수, 혼례를 치른 신랑 신부에게는 인연이 오래되기를 기원하는 뜻을 담고 있다. 조선시대의 잔치는 찾아온 손님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까지 대접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귀한 음식인 밀가루로 만든 국수는 상대적으로 손쉽고 빠르게 손님에게 내기가 편했다고 한다.


# 멋진 파스타로도 변신
밀가루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요리가 또 파스타이다. 가장 흔하게 먹는 스파게티부터, 넓적한 라자냐, 토르텔리니, 라비올리 등등 정말 이 파스타의 종류만으로도 책 한권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맛과 모양의 파스타가 존재한다. 세몰리나 듀럼밀을 기본으로 한 파스타는 건조 파스타와 생 파스타로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건조 파스타는 말 그대로 건조 후 보관이 용이해 유통이 간편하고 대량화하기에 좋다. 우리가 가장 일반적으로 접하는 파스타들이다. 생 파스타는 직접 반죽을 하는 파스타로 유통기한이 짧은 단점이 있지만 만드는 이의 개성을 추가하면 멋진 파스타 요리가 탄생하기도 한다. 한국의 만두처럼 생긴 토르텔리니나 라비올리도 대표적인 생 파스타 요리이다. 특색 있는 소를 넣어 만들면 그 자체로도 음식점의 시그니처가 될 수 있다.
오스테리아 주연 김동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새우 크림 스파게티 만들기
<재료>
삶은 스파게티 면 130g, 우유 100mL, 휘핑크림 50mL, 닭육수 100mL, 마늘 3톨, 새우 5마리, 퓨어 올리브오일 30mL,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15mL, 소금 조금, 후추 조금, 그라나파다노 치즈
<만들기>
① 팬에 퓨어 올리브 오일을 두른 후 저민 마늘을 넣고 볶아준다. 마늘이 색이 나면 새우를 넣어준다. ② 닭육수를 넣고 반으로 졸여 준 후 우유와 크림을 넣고 섞어 끓이고 간을 해준다. ③ 스파게티 면을 넣고 저어 주며 소스가 걸쭉해지면 파마산 치즈를 넣어 농도를 맞추어 준다. ④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둘러준 후 후추를 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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