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환영 속 실효성 우려
“기준 모호… 개정 통해 보완해야”
“공권력은 저와 주변인을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사람을 잡아 가두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프로바둑기사인 조혜연 9단이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에 자신의 스토킹 피해를 밝히며 호소한 말이다. 조씨는 40대 남성 A씨로부터 약 1년 동안 스토킹에 시달렸다. 여러 차례 경찰에 신고했으나 A씨에게 내려진 처분은 범칙금 5만원이 전부였다.
조씨가 제정을 호소했던 ‘스토킹 처벌법’이 24일 국회를 통과했다. 스토킹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1999년 이후 약 22년 만이다. ‘숙원’이었던 법 통과에 여성계는 환영의 뜻을 표시했지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스토킹 처벌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해서 따라다니는 등의 스토킹을 할 경우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률은 스토킹 행위를 상대방이나 가족에게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영상 등을 도달하게 해 불안감을 유발하는 행위 등으로 정의했다.
전문가들은 법 통과에 의미가 있다면서도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라는 제정 취지를 살리기 위해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경범죄로 처벌하던 기존보다 강화한 처벌로 피해자를 보호할 장치가 생겼다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그동안 제시된 의견보다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송 대표는 우선 처벌법이 정한 스토킹의 정의를 문제 삼았다. 그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경우 처벌한다고 했는데 ‘이유’를 무엇으로 볼지, 어떤 정도를 지속·반복된 것으로 볼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 “새로운 범죄 양태가 나오는 상황에서 범죄 행위에 대한 포괄 규정이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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