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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차별화로 승부”… 넷플릭스發 ‘오리지널 전쟁’ 뜨겁다

입력 : 2021-03-16 23:00:00 수정 : 2021-03-16 22: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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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가입 폭증
킹덤·스위트홈 ‘K콘텐츠’ 성공하자
넷플릭스, 2021년 5500억 투입 선언
‘다시 보기’ 수준 넘어 차별화 전략
티빙도 3년간 4000억원 투자 방침
‘여고추리반’ 이어 4월 ‘서복’ 공개
웨이브·카카오TV도 제작 열풍 가세
SF·판타지 드라마 등 장르도 다양화
국내업체들 협의회 발족 본격 가세
공급망 확보 등 자생력 배양 숙제로

방송가에 ‘오리지널 콘텐츠’ 바람이 불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콕’이 일상화하면서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가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업체들이 앞다투어 콘텐츠 투자 확대에 나선 것이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각 OTT가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드라마와 영화를 말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드라마를 보기 위해 OTT 유료회원에 가입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OTT는 이미 방송됐던 프로그램 ‘다시 보기’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다른 종류의 OTT 2∼3개씩 가입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OTT마다 유료회원 확보를 위한 차별화 전략으로 독점 콘텐츠 확보로 방향을 틀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영화, 드라마, 예능 등 다양한 작품을 골라 볼 수 있는 재미가 쏠쏠해진 셈이다.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드라마·영화 제작사들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집콕족’이 늘면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올해 디즈니 플러스 등 해외 OTT가 추가로 상륙하면 오리지널 콘텐츠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수근의 눈치코치’,‘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제공

◆한국 시장 확장에 팔 걷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원조는 넷플릭스다. 국내 OTT들이 ‘땅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자사 계열 TV 등에서 방송된 드라마, 영화에 대한 다시 보기 제공에만 공을 들이던 시기에 넷플릭스는 시작부터 오리지널에 초점을 맞췄다.

대표적인 작품이 ‘하우스 오브 카드’. 빠르고 자극적인 전개의 이 미국 정치 드라마는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하기도 전에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 국내에 팬층을 형성했던 드라마다. 여기에 남미 마약상의 실화를 담은 ‘나르코스’, 마이클 조던 붐을 다시 일으킨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 동명 소설을 시리즈화한 ‘퀸즈 갬빗’ 등 다양한 콘텐츠를 차곡차곡 쌓아가며 ‘오리지널 맛집’으로 통했다.

이런 넷플릭스가 올해는 5500억원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선언했다. 2016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5년간 국내 콘텐츠 제작비에 7700억원을 투입 ,‘킹덤’, ‘스위트홈’, ‘보건교사 안은영’ 등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K콘텐츠’ 세계화 가능성을 본 것이다.

올해 발표한 라인업에는 제작비 수백억원이 든 대작이 즐비하다. 전 세계에 K-좀비 신드롬을 일으켰던 ‘킹덤’ 시리즈의 스페셜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을 포함해 전 세계적인 사막화로 물과 식량이 부족해진 지구를 배경으로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에서 벌어지는 정예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고요의 바다’,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오징어 게임’ 등이 대표적이다. 전지현, 이정재, 공유, 유아인, 이제훈 등 흥행배우들의 이름이 눈에 띈다. 당장 다음달 9일에는 영화 ‘신세계’를 연출했던 박훈정 감독의 ‘낙원의 밤’이 공개된다.

 

여기에 ‘이수근의 눈치코치’,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백스피릿’ 같은 스탠드업 코미디, 시트콤,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제작된다.

‘백스피릿’(넷플릭스)

 

◆국내 업체들도 서둘러 “오리지널 강화”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앞세워 유료 멤버십 380만가구(2020년 말 기준)를 넘어서며 방송업계의 ‘황소개구리’로 등장하자 국내 OTT 업체들도 서둘러 ‘오리지널 강화’에 나섰다. 특히 올해 디즈니 플러스와 HBO, 애플TV 플러스 등 글로벌 OTT들이 한국에 진출할 예정이라 긴장감은 더 높다.

티빙은 올 초 향후 3년간 4000억원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1월 말 첫 오리지널 시리즈인 ‘여고추리반’을 공개한 데 이어 오는 26일에는 ‘당신의 운명을 쓰고 있습니다’를 선보일 예정이다. 다음달 15일에는 공유와 박보검이 출연해 화제를 모으는 영화 ‘서복’을 극장 개봉과 동시에 단독공개한다.

 

‘어바웃타임’(웨이브)

웨이브는 2019년 4년간 3000억원의 투자를 밝힌 바 있다. 초기 방송편성 연계 온라인 독점력을 확보하는 형태의 오리지널에 집중하다가 최근에는 ‘레벨업-아슬한 프로젝트’. ‘소년멘탈캠프’, ‘M토피아’, ‘어바웃타임’ 등 완전 독점 형태의 공급을 늘리고 있다.

 

카카오TV는 30분짜리 ‘미드폼’ 형식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세웠다. 카카오TV에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급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M컴퍼니 측은 “2023년까지 3년간 약 3000억원을 투자해 총 240여개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며, 올해만 총 55개 타이틀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월드’ 입성기를 담은 ‘며느라기’, 2030 남녀의 현실 로맨스를 담은 ‘도시남녀의 사랑법’ 등 지금까지 카카오TV에서 선보인 오리지널 콘텐츠의 누적 조회 수는 4억뷰를 돌파했다.

OTT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열을 올리면서 제작사들은 화색이다. 배대식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기존 제작사가 그동안 거래한 곳은 방송사밖에 없었는데 이제 OTT로 인해 채널이 다변화됐다. 그만큼 제작사의 협상력이 늘어난 것”이라며 “드라마 성공 가능성 판단에 따라 방송사 판매, 오리지널 콘텐츠 판매 등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며느라기’(카카오TV)

◆OTT 콘텐츠 경쟁 승자는?

작품 제작이 늘면서 최근에는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공상과학(SF), 판타지 드라마·영화 등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해외 시장을 고려하는 넷플릭스 ‘취향’에 맞는 작품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최근 SF 장르가 늘어나는 것은 새로운 영역과 이야기를 찾아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동안 국내 제작 시스템이 방송사 편성 일정에 맞춰 적은 예산으로 급하게 만들어졌던 반면, 넷플릭스는 작품 위주의 제작 시스템이 형성돼 수준 높은 작품이 나올 수 있게 돼서 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업체가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에서 넷플릭스를 따라잡을 거란 전망은 높지 않다. 넷플릭스의 자본력과 해외 보급망이 국내와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가 이제 갓 연평균 1000억원 정도의 투자를 시작한 반면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 진출 전부터 다양한 오리지널 시리즈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업체에 넷플릭스가 ‘공공의 적’인 셈이다. 웨이브, 티빙, 왓챠 등 국내 OTT 업체들이 △OTT 규제 개선, △저작권 제도 개선, 망이용료 등 불공정 및 역차별 환경 개선 등을 이유로 지난 2일 ‘한국OTT협의회’를 발족한 이유다.

김용희 숭실대 교수는 “넷플릭스와 국내 OTT 업체의 경쟁은 단순히 누가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내놓느냐는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라며 “콘텐츠 투자 규모가 다르고 가입자 수가 다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생각하면 같은 금액을 쓰더라도 수익이 다를 수밖에 없다. 국내업체가 공급망 확보 등 자생력을 기를 때까지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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