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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민 한인 1세대가 만들어 국내 전파… 이젠 모두 사랑하는 메뉴로

입력 : 2021-03-08 21:00:00 수정 : 2021-03-09 10:5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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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갈비’ 유래와 조리방법
90년대 등장 뒤 빠르게 한국 식탁 점령
명절 대표 음식이자 평소 메뉴로 각광
뉴질랜드·멕시코산 LA갈비까지 유통
미국산 초이스등급 가격이 가장 비싸
특유의 달고 짭조름한 양념해 구워
소갈비 6·7·8번이 맛 좋고 굽기 편해
양념 미리해 재우는데 시간 걸리지만
조리방법은 매우 간단해 시도해 볼만
1990년대 우리나라에 소개된 후 30여년 만에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요리가 된 LA갈비. 게티이미지

지난 설 명절을 앞둔 홈쇼핑 방송가는 밤마다 온통 LA갈비를 굽는 냄새로 진동했다. 채널마다 명절 손님 접대는 물론 가족 식사용으로 LA갈비를 판매하는 프로그램을 편성, 매출을 끌어올렸다. LA갈비 인기는 명절 때만이 아니다. 8일에도 국내 주요 홈쇼핑 중 두 군데에서 각각 LA갈비를 판매했을 정도다.

이처럼 LA갈비는 대표적 명절 음식이자 평소에도 즐겨 찾는 메뉴가 됐지만 정작 우리나라 식탁에 등장한 건 1990년대쯤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식탁을 가장 빨리 점령한 신종 음식으로 기록될 법하다. 특이한 이름이 붙은 사연부터 시작해서 그 기원을 놓고 여러 의견이 있지만 국내 언론에 ‘LA갈비’가 처음 등장한 건 1990년도부터다. 1980년대 미국 LA교민이 즐겨 먹던 음식이 1990년대 미국 축산업계 선봉장으로 발탁돼 한우 선호가 대단했던 국내 쇠고기 시장에 대거 상륙한 것으로 추정된다.

LA갈비가 인기를 끌면서 현재 국내에는 미국은 물론 캐나다, 뉴질랜드, 심지어 멕시코산 LA갈비까지 유통되고 있다. 그 안에서도 등급이 갈리는데 가장 가격이 비싼 건 미국산 초이스 등급 LA갈비. LA갈비만 따로 수입 규모가 집계되지는 않는데 전체 갈비 부위 수입 물량의 60∼70%로 추정된다. 미국육류수출협회에 따르면 검역기준 갈비부위 수입량은 지난해 약 11만 1332톤에 달한다.

◆LA타임스, “가족·이웃과 함께할 만한 LA갈비”

LA갈비의 사전적 정의는 ‘소갈비의 6~8번 부위 천연근 봉합선을 따라 바깥쪽으로 근육을 제거, 지방 정선작업을 해 얻어지는 부위’다. 구이용 갈비는 보통 길쭉한 갈비뼈 방향으로 잘라내서 칼로 살을 넓게 펴낸다. 그런데 LA갈비는 통 갈빗대를 뼈와 직각 방향으로 잘라서 중간중간에 갈비뼈가 붙어 있는 특유의 모양을 만들어냈다. ‘LA’가 이름에 붙은 이유에 대한 유력한 가설도 여기서 나온다. 갈비를 뼈 방향대로 길게 써는 한국식과는 달리 통째로 갈비 측면을 잘라 ‘lateral(측면의)’의 약자인 ‘LA’를 붙였다는 설이다.

LA갈비를 “LA에 정착한 한인 1세대들이 뼈 방향으로 잘라내서 칼로 살을 넓게 펴낸 한국식 갈비와 다른 이 미국식 갈비를 발견했고, 이것을 한국으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LA갈비라 칭하게 됐다”는 취지로 소개한 2020년 9월 LA타임스 기사 인터넷 홈페이지 화면.

하지만 2014년 영국 런던에서 발간된 육류과학백과사전(Encyclopedia of Meat Sciences)은 한·일 음식편에서 “LA갈비는 (한식)갈비의 또 다른 현대화된 인기 요리로 이름처럼 미국 LA지역 한인커뮤니티에서 유래했다”고 적고 있다.

사정을 종합하면 소 갈빗대를 옆으로 잘라내는 정육은 이전부터 유대인들이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고기 등으로 존재했으나, 여기에 특유의 달고 짭조름한 양념을 해서 구워 먹는 LA갈비는 한인 이민 1세대가 만들어 퍼트린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9월 미국 일간 LA타임스 역시 음식면에서 휴일에 가족·이웃과 함께 즐길 만한 음식으로 LA갈비를 소개하며 “LA에 정착한 한인 1세대들이 뼈 방향으로 잘라내서 칼로 살을 넓게 펴낸 한국식 갈비와 다른 이 미국식 갈비를 발견했고, 이것을 한국으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LA갈비라 칭하게 됐다”고 설명했을 정도다.

 

2000년대 쇠고기 수입자유화 물결을 타고 대량수입됐던 LA갈비는 2003년 광우병 사태로 한때 수입 금지의 찬 서리를 맞았다. 그러나 2008년 다시 수입이 재개되면서 지금은 집에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소갈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식육 마케터인 김태경 축산경영학박사는 이 같은 LA갈비 인기에 대해 “우리나라 갈비가 워낙 기름기가 많아지고 비싸졌다. 그래서 소비자가 수입 쇠고기 코너로 돌아서니 만만한 게 LA갈비”라며 “소갈비 6, 7, 8번이 워낙 좋은 부분이니 맛도 좋고 정선해 굽기 좋고 먹기도 편하다”고 설명했다.

◆조선호텔 추천 LA갈비 조리법

LA갈비가 워낙 인기를 끌면서 아예 양념조리된 상품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 1월에는 조선호텔에서도 김명성 발효장인과 함께 개발한 사두간장을 사용해 단맛과 콩의 풍미가 특징인 LA양념갈비 간편가정식을 출시했다. 시중 LA갈비 판매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 대체로 마트, 정육점 등에서 고기를 사다 조리하는 것보다 이 같은 조리된 상품을 사 먹는 게 편하고 경제적이나 직접 만들어 먹는 맛은 특별하다.

LA갈비 상품개발을 진행했던 조선호텔앤리조트 리테일상품개발팀 성일훈 셰프는 “LA갈비는 뼈째 요리하는 다른 부위에 비해 두께가 얇아 양념이 잘 베이고 요리시간이 짧은 데다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식감이 좋아 남녀노소 선호도가 높다”며 “양념을 미리 재워 놓아야 하므로 준비시간은 많이 소요되지만, 조리방법 자체는 매우 간단해 설이나 추석 등 명절, 집들이 등 특별한 날 빠지지 않는 가정요리다. 호텔 뷔페 레스토랑에서도 단연코 인기메뉴 중 하나는 LA 갈비다. 가정에서도 조금만 더 공을 들인다면 호텔 못지않은 LA 갈비를 완성할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은 조리법을 추천했다.

 

■LA갈비 조리법 (조선호텔앤리조트 리테일상품개발팀 성일훈 셰프)

 

●준비물: 물, 진간장, 황설탕, 적양파, 대파, 마늘, 배, 미림, 천일염, 후추, 참깨, 참기름

 

●사전작업 및 요령 : 시중에서 판매하는 대부분 LA갈비는 냉동 외국산으로, 살짝 헹구어 채반에 받쳐 핏물을 제거해 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대파와 적양파는 직화에 겉면만 구워 양념재료와 함께 곱게 갈아 고운 채로 걸러낸다. 이 절차가 번거롭게 느껴진다면 양념재료만 섞어도 충분하다. 양념소스 중 배가 없다면 사과나 양파를 활용해도 충분하다. 연육 작용으로 고기를 더욱 부드럽게 만들어주며 재료 자체의 자연스러운 단맛이 어우러지는 효과를 준다. 모든 고기 양념의 기본 레시피인 물과 진간장, 설탕의 비중 1:1:1임을 늘 기억하면 된다. 다만 조선호텔에서는 물 3.5, 간장1, 설탕 0.5 비율로 양념을 배합한다. 메주·콩뿐 아니라 4가지 국산콩으로 만든 사두간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간장 함량이 낮고 천일염으로 간을 하는 게 특징. 생야채와 생과일의 기본 단맛을 더하기 때문에 설탕 함량 역시 낮추고 있다.

 

●조리순서 : 1.양념소스를 분량대로 섞어 냉장고에서 하루 정도 숙성시킨 후 핏물을 제거한 갈비대에 양념을 섞는다. 2.양념은 고기가 충분히 잠길 만큼 넣고 48시간 정도 양념이 잘 배기를 기다린다. 3. 갈비를 구울 때는 갈비만을 센불로 먼저 굽다가 양념소스를 함께 부어 약한 불로 고기가 타지 않고 양념이 충분히 배일 때까지 구울 수 있도록 한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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