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노출 꺼리던 尹 작심 인터뷰
중수청 때리며 당·정·청과 대립각
丁총리 거취 압박 뒤에 대구 찾아
‘퇴로 명분’ 얻고 사퇴 수순 나서
일각 “개인영달 위한 사퇴” 비판도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직진 수사’, ‘정면 승부’로 이름을 날린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검사 생활 27년에 마침표를 찍었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의 사의 표명이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추미애·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잇단 인사로 ‘식물 총장’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 강공이 오히려 시기를 앞당겼다는 평가다. 윤 총장으로서는 7월 임기까지 채워봐야 명분이나 실리 측면에서 득보다 실이 많았다. 정치 지형이 그에게 ‘정치적 승부수’를 던질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법조계에선 윤 총장이 이미 사의를 굳히고 최근 언론과 작심 인터뷰를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단 한 차례도 개별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윤 총장이 지난 1일 이례적으로 인터뷰를 가진 게 예사롭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중수청 추진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후퇴”,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 100번이라도 걸겠다” 등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직을 걸겠다’는 표현이 괜히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윤 총장 입장에선 정세균 국무총리 등이 직접 거취 문제를 거론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버틸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유력 대권 주자로 거론될 정도로 정치 입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윤 총장 주변 인사들도 평소 “윤 총장은 이미 호랑이 등에 탄 격”이라고 말했다. 그로서는 2년 임기를 지키는 것보다 본인이 생각하는 원칙과 가치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향후 행보에 유리하다.
윤 총장도 이미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의 표명 하루 전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를 찾고, 여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응해 ‘부패완판(부패가 완전 판친다)’이란 줄임말을 내놓은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공교롭게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발의한 법조인 출마금지법이 윤 총장을 겨냥했다는 해석도 무성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검사와 판사는 퇴임 뒤 1년 동안 공직 후보자로 출마할 수 없다. 이에 정치권에선 ‘윤 총장이 내년 3월9일 대통령 선거를 정확히 1년 앞둔 이달 9일 이전에 사의를 밝힐 것’이란 말이 떠돌았다.
검찰 안팎에서는 문재인정부에서 승승장구하던 윤 총장이 여당의 느닷없는 중수청 추진으로 모양새 좋게 사퇴할 기회를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간부 출신 한 변호사는 “그동안 윤 총장에 대해 (검찰 내부에) 우호적인 기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문재인정부 ‘적폐 수사’ 덕에 총장이 된 윤 총장이 정부의 검찰 제도 손질과 관련해선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던 데다 인사에서 자기 사단 위주로 챙겨 불만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윤 총장 징계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검찰 전체가 윤 총장을 지지하는 듯한 모양새가 됐고, 이번 중수청 사태를 계기로 윤 총장이 결기 있게 옷 벗는 기회를 맞은 셈”이라고 덧붙였다.
중수청법 통합 법안의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윤 총장이 전국검사장회의 등을 통한 집단 움직임 대신 서둘러 ‘장외 싸움’을 택한 데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나갈 때 나가더라도 전국검사장회의 소집 없이 이렇게 무책임하게 나가면 중수청 문제나 정권수사 등은 누가 수습하느냐”며 “개인의 영달을 위한 사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윤 총장이 사퇴라는 승부수를 던짐에 따라 당분간 여당이 중수청법을 밀어붙이기는 힘들어졌다. 하지만 윤 총장의 언론 인터뷰 후 여당이 악화 여론을 의식해 속도조절에 나섰고, 중수청법 발의 시점을 4·7 재보궐선거 이후로 미루기로 가닥을 잡아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 대체적이다.
이창수·배민영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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