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초유의 법무부 장관에 의한 직무배제 명령 등 각종 부침을 겪어온 윤석열 검찰총장은 2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원칙대로 뚜벅뚜벅 걸으니 아예 포크레인을 끌어와 길을 파내려 하는 격”이라며 그동안 검찰을 둘러싼 갖은 압력을 작심 비판했다.
윤 총장은 이날 공개된 인터뷰에서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폐지’에 대해 “불이익을 주고 압력을 넣어도 검찰이 굽히지 않으니 이제는 일 자체를 못하게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를 위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립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 ‘심각한 수사력 공백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 후 검찰에 남겨진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에 대한 직접 수사권까지 수사청에 넘기고, 검찰은 영장청구와 기소권만 가지는 법안이 처리된다면 사실상 검찰 해체라는 거다.
이에 윤 총장은 인터뷰에서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야 100번이라도 걸겠지만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며 “로마가 하루아침에 쇠퇴한 게 아니듯, 형사사법 시스템도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 서서히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내가 검찰주의자라서 검찰이 무언가를 독점해야 한다고 여겨 수사·기소 분리와 직접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며 “사법 선진국 어디에도 검찰을 해체해 수사를 못하게 하는 입법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사청 설립을 ‘진정한 검찰개혁’이라 보느냐는 질문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며 “나날이 지능화, 조직화, 대형화하는 중대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수사와 기소를 하나로 융합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고 답했다.
윤 총장은 “물론 검찰에게 그동안 과오도 있었다”며 “하지만 진보를 표방하는 정부나 보수를 표방하는 정부를 가리지 않고 ‘잘못을 저지르면 힘 있는 자도 처벌 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생각한다”고 봤다.
순탄치 않았던 그동안의 발자취를 두고는 “하다 보면 징계도 먹고 좌천도 받지만 그것은 거대 이권을 수사한 결과 검사에게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라며 “검찰을 폐지하는 일에 비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검찰을 둘러싼 이슈 부각이 피로할 수도 있겠지만,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관계되는 중요한 사항이므로 관심 갖고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어이없는 졸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게 전문가들의 심도 깊은 논의, 올바른 여론의 형성만을 기다릴 뿐”이라고 인터뷰에서 덧붙였다.
한편, 윤 총장은 3일 대구고검·지검에 방문한다. 지난해 12월 법원 판결로 업무에 복귀한 후 첫 공개 일정이자, 이날은 대검찰청이 수사청 설치에 관한 검찰 내부 의견 취합을 마무리하는 날이기도 하다.
앞서 대검은 법무부의 요청에 따라 지난달 25일 일선 검찰청에 공문을 보내 3일까지 수사청 설치에 관한 검사들의 의견을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취합된 일선 검사들 의견은 윤 총장에게 보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고검·지검 방문에 앞서 수사청 설치에 대한 검찰 내부 우려를 대강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윤 총장의 대구 방문이 임기만료 전 마지막 대외 일정이 될 수 있어서, 그가 어떤 식으로든 수사청과 관련한 메시지를 내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한·일 여권 없는 왕래](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18/128/20251218518473.jpg
)
![[기자가만난세상] ‘강제 노역’ 서술 빠진 사도광산](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18/128/20251218518441.jpg
)
![[세계와우리] 사라진 비핵화, 자강만이 살길이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18/128/20251218518464.jpg
)
![[기후의 미래] 사라져야 새로워진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18/128/20251218518446.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