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향적 손짓 땐 관계 개선 가능성
시간 부족… 근본적 변화 어려워

102주년 3·1절을 맞아 1일 발표될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에는 일본과 관련한 유화 메시지가 담길 가능성이 점쳐진다.
청와대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8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3·1절 기념사를 다듬는 데 고심했다. 한·미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새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한·미·일 협력 구상에 호응하는 대일 유화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기자회견에서도 ‘원고들이 동의할 수 있는 방안’을 전제로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등에 대한 ‘외교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한·일 관계 개선과 관련해 문재인정부에 남은 시간은 상반기 정도다. 이후엔 2022년 대선이 얼마 남지 않게 돼 한·일 관계 개선에 관심을 쏟기가 쉽지 않다. 양국 외교당국의 움직임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아이보시 고이치 신임 주한 일본대사는 지난 26일 외교부 청사를 방문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아닌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에게 신임장 사본을 제출했다. 강창일 주일대사가 지난달 22일 부임 이후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장관을 만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상호주의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정 장관이 취임한 지 3주가 다 돼가지만 양국 외교장관 간 전화통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한·일 관계는 2018년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과 2019년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기점으로 냉각기가 이어지고 있다. 한·미·일 공조에 관심이 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에 들어선 후 우리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전향적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좀처럼 분위기가 전환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법원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일본의 태도는 한층 더 냉랭해졌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어일본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양국 간 과거사 문제는 현 정부 내에서 더 진전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에 전향적 메시지를 내더라도 사태 해결에서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나 피해자 동의 같은 근본적 입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담길 대북 메시지도 관심이다. 지난해 문 대통령은 남북 보건 분야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여전한 가운데 올해도 남북 보건협력과 동북아 방역공동체 등을 강조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홍주형·장혜진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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