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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우의시네마트랩]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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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2-26 22:47:56 수정 : 2021-02-26 22: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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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 ‘승리호’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영화에서 SF영화는 상대적으로 부진했었다. 2000년대 초반에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할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을 다룬 ‘지구를 지켜라’나 미래사회를 다룬 ‘내츄럴 시티’나 ‘예스터데이’ 같은 작품이 나왔다. 이 작품들은 설정이나 시도는 좋았는데 시대를 너무 앞서나갔거나 기존의 할리우드 SF영화들을 따라 한 것 같은 느낌을 주었기에 반응이 좋지는 않았다. 그에 비해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영화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에 한국영화는 주로 한국전쟁과 분단, 민주화 과정을 소재로 한 블록버스터를 내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런 역사가 당장 우리의 삶과 현실에 직결되기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SF영화가 다루는 소재들은 우리의 삶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SF영화가 부진한 가운데 재난영화, 저승을 다룬 영화, 좀비영화 같은 판타지 장르, 액션 어드벤처 영화들이 서서히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들과 더불어 한국 블록버스터의 주요한 소재로 부상했다. 영화가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서 현실 너머를 상상하고 영화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승리호’의 의의 중 하나는 한국영화의 이야기 공간을 마침내 지구 밖으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1990년대 이전 한국영화의 이야기 공간은 주로 한반도에 국한되어 있었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에 해외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해외로 여행을 떠나거나 이주하는 이들을 다루는 영화들이 등장했다. 그러면서 ‘남극일기’나 ‘히말라야’의 극지, ‘제7광구’나 ‘열한시’의 해저가 이야기의 공간으로 등장했고 ‘도둑들’의 도둑들처럼 아시아 지역을 무대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19세기 이전의 서양의 제국주의가 식민지를 개척하고 영토를 확장한 경험은 할리우드의 액션 어드벤처와 SF영화의 상상력의 소재로 활용되었다. 한국은 그런 제국주의의 역사가 없지만, 한국인의 생활공간이 세계화됨에 따라 한국영화의 이야기 공간이 확대된 것이다. 물론 앞으로는 더 멀리 나아갈 것이다. 할리우드는 태양계를 벗어나 은하계를 누빈다. 우주선 승리호는 이제 지구 주위를 날아다니고 있다.

노광우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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