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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가 국물 요리와 잘 어울리는 이유 [명욱의 술 인문학]

입력 : 2021-02-06 18:00:00 수정 : 2021-02-05 19:5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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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에는 따뜻한 국물 요리가 어울린다. 특히 두부지리와 같은 맑은 국물 요리가 제격이다. 알코올이 가진 이뇨작용으로 발생하는 탈수 증상을 막고, 분해 등을 돕기 때문이다

소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술이다. 소주 과음으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답답한 속을 풀어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소주에 잘 어울리는 안주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삼겹살을 이야기할 것이다. 서민의 고기와 술을 상징하는 삼겹살과 소주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둘이 잘 어울리는 본질적인 이유가 있다. 소주 속 알코올이 삼겹살의 기름 분자를 분해하기 때문. 따라서 삼겹살을 먹고 소주를 들이켜면 입 속 기름이 분해돼 돼지기름 맛이 상당히 사라진다. 그래서 삽결살과 소주를 같이 먹으면 ‘깨끗하다’ ‘깔끔하다’ 등의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삼겹살 기름은 위벽을 코팅해 알코올의 빠른 흡수를 막아준다. 위에서 흡수되지 않은 알코올은 소장으로 내려가 소장에서 흡수가 된다. 빠르게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둘의 궁합은 완벽하다. 하지만 여기에 하나 빠진 것이 있으니, 알코올 분해 과정이다. 소장을 통해 흡수된 알코올은 혈관을 통해 간으로 이동한다. 알코올의 90%가 간에서 분해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알코올이 몸에 들어오면, 간이 알코올을 분해할 때 지방 연소가 저하돼 지방간이 되기 쉽다. 즉, 지나친 소주와 삼겹살 섭취는 지방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알코올대사(해독)를 돕는 요리는 뭘까? 바로 물이다. 물을 많이 마셔야 하는 이유는 알코올 자체가 이뇨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과음을 하면 피부 등이 건조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즉 술만 많이 마시면 이뇨작용으로 몸에 탈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일본주조협회에서는 청주를 마실 때, 똑같은 양의 물을 마시라고 권고한다.

중요한 것은 그냥 수분이 아닌 따뜻한 수분이라는 것이다. 만약 차가운 수분을 섭취하면 위에서 체온과 유사한 온도가 될 때까지 흡수되지 않는다. 위장에서 10도 이하의 차가운 물은 36.5도까지 오르는 데 1시간 정도 걸린다. 그래서 소주와 곁들이는 안주로 따뜻한 국물 요리가 어울리며, 지방이 많은 감자탕이나 김치찌개보다는 해물탕류가 낫다. 매운 것보다는 맑은 국물이 제격이다. 너무 매우면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콩나물 국밥이라고 볼 수 있다.

흥미롭게도 섭취한 알코올의 2∼5%는 분해되지 않고 소변과 땀, 그리고 호흡을 통해 배설된다. 이 뜻은 술은 혼자보다 둘 이상이 좋다는 것. 혼자서 마시는 술은 대화 등이 없어서 호흡 등으로 알코올 배설이 적다. 그렇기 때문에 술에는 대화가 필요다.

한국인 및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알코올 분해 효소가 거의 절반 수준이다. 그 뜻은 쉽게 취하며 숙취도 많고, 또 알코올의존증에 걸리기 쉽다는 의미다. 그래서 한국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해장국이라는 문화를, 일본은 스트레이트로 먹는 위스키 및 증류주 문화에 얼음이나 물을 넣어서 먹는 온더록스 문화를 발달시켰다. 인간은 결코 술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교수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일본 릿쿄대학(立敎大學) 사회학과 졸업.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 과정 주임교수,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 학과 겸임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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