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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공연되는 가장 한국적 '맥베드'

입력 : 2021-02-02 03:00:00 수정 : 2021-02-01 15: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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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국적으로 재해석됐다는 평가를 받은 극단 竹竹의 연극 ‘맥베드’. 2008년 초연 당시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 등을 받으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췄다는 호평을 받았다.  

전투 중에 잠시 몸을 피한 맥베드와 뱅코우는 꿈같은 환영 속에서 맥베드가 왕이 되고 뱅코우의 자손들이 그 뒤를 이을 것이라는 반역 같은 예언을 듣게 된다. 예언에 갈등하던 맥베드는 결국 자신의 아내인 레이디 맥베드와 공모하여 자신의 성에 찾아온 덩컨왕을 살해하고 권좌를 차지하지만 권좌를 지키기 위해 계속된 살인과 그에 따른 악몽 같은 죄의식에 사로잡혀 갈수록 광폭해져만 간다.

책상과 의자, 촛불과 놋 대야만 놓인 작은 소극장 무대에 인간 내면 죄의식의 심연(深淵)을 끌어올려 호평받았던 극단 竹竹(죽죽)의 ‘맥베드’가 오랜만에 돌아온다. 극단 76에서 연극을 시작한 연출가 김낙형은 혜화동 1번지 3기 동인을 거쳐 2001년 竹竹을 창단하며 ‘지상의 모든 밤들(2006)’ ‘나의 교실’ ‘밤의 연극’ ‘붉은 매미’ 등으로 작품활동을 이어왔다.

김낙형 연출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에서 인간 대 인간이 아닌, 인간 대 다른 세계와의 싸움을 그린 흔치 않은 작품이라 눈길이 끌렸다”며 “인간과 그를 둘러싼 운명 혹은 초자연적인 세계와의 관계를 드러내 인간의 존재론적 숙명뿐만 아니라 선인이든 악인이든 죽음에 다다르기 전까지는 자기 자신을 운용해야 하는 근원적인 숙명까지 다루고 있다. 이 점이 서양고전을 무대에 올리려는 의도에 추진력을 주었다. 현대의 화두 중 자아와 타자의 관계 규명이 그 하나라고 생각되는데, 여기선 타자가 인간에 국한되지 않고 자아를 에워싼 자연, 초자연에 미치고 있다. 그래서 고전을 ‘그냥 잘 만들었다’ 라는 한계적 꼬리표를 달기 이전에 시공을 넘어 공감대를 얻어낼 수 있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 대학로 여행자극장에서 2월 19∼27일.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사진=극단 죽죽(竹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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