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6개월 입양아가 학대받아 숨진 이른바 ‘정인이 사건’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들끓는 가운데, ‘제2의 정인이’를 막기 위한 법안이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에 이어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권 대권 잠룡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사건 보도 후 며칠 만에 법안이 졸속으로 만들어지는 방식은 곤란하다”며 우려했다.
원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오히려 아동학대 피해자들을 더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민들 공분이 국회를 움직이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아동학대는 다른 범죄와 다른 미묘하고 특수한 점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법안이 잘못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론에 떠밀려 입법을 졸속 통과하기보다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토론을 거치는 등 법안을 세심히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정인이법’은 생후 7개월 무렵 입양된 정인양이 입양 271일 만에 숨진 정인이 사건이 지난 2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알려지면서 공분이 일자 급히 법제화 절차를 밟았다.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전날 심사해 의결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보도된 지 6일 만에 법이 정비되는 셈이다. ‘정인이 방지법’은 본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 즉시 시행될 예정이다.
18건의 아동학대처벌법을 병합 심사해 본회의에 상정되는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정인이 방지법)은 자녀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고,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의 신고가 있을 때 즉각 수사에 착수해 학대행위자와 피해 아동을 분리해 조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아울러 경찰관과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의 권한을 일부 넓히는 동시에 관련 업무 방해 시 처벌 수위를 높이도록 했다.
또 아동학대 범죄에 대해 업무수행을 방해할 경우 현행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벌금으로 상향했다. 다만 법정형을 높이면 오히려 범죄 은폐 가능성이 있고, 법원에서 요구하는 증거의 강도가 높아져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범죄 형량 강화는 포함되지 않았다.
원 지사는 “언뜻 보면 이런 엄벌주의 법안들이 효과적일 것 같지만, 현장에서 오랜 기간 수고해온 전문가의 의견은 다르다”라며 “분리 후 갈 수 있는 쉼터 시설이 제한된 상황에서 정말 보호를 받아야 하는 위급 상황에 있는 아동을 보호받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짚었다. 이는 개정안에 담긴 ‘2회 신고 시 의무적 즉시 분리’가 또 다른 피해를 만들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아울러 원 지사는 “형량만 강화하면 오히려 불기소되거나 무죄를 받는 경우도 늘어난다”며 “강화된 형량에 걸맞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수사와 재판이 혹독해지면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받는 고통도 늘어난다”고 꼬집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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