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일주일간의 침묵을 깨고 복귀한다. 2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홍순욱)는 24일 2차 심문기일을 열고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기피의결 과정에서의 절차적 하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긴급한 필요성 등을 인정해 징계처분 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가 법무부 징계위의 절차적 하자를 언급한 건 법무부 측에 뼈아픈 지적이다.
◆재판부 “기피의결 무효이기에 징계의결도 무효다”
재판부는 1차 징계위에서 진행된 기피의결 과정을 문제 삼았다. 기피의결을 하려면 검사징계법에 따라 재적위원 과반수(7명 중 4명)가 출석해야 하는데 이를 채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1차 징계위에선 4명이 아닌 3명이 기피의결을 진행한 바 있다. 윤 총장 측이 1차 징계위에서 기피신청을 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징계위원회의 재적위원은 법무부장관과 출석하지 않은 민간위원을 포함한 7명이고 재적위원 과반수는 4명이므로, 기피의결을 하려면 재적위원 과반수인 위원 4명 이상이 출석해야 한다”며 “기피신청에 따른 기피의결은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이라는 의사정족수를 갖추지 못해 무효고, 이에 이은 이 사건 징계위원회의 징계의결도 징계의결에 참여할 수 없는 기피신청을 받은 위원들의 참여 아래 이루어진 것으로서 의사정족수에 미달하여 무효”라고 밝혔다. 적법하지 않은 절차에 따라 징계가 진행됐기에 징계 자체가 무효라는 뜻이다.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긴급한 필요성도 인정
재판부는 정직 2개월 중징계로 윤 총장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는 점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검찰총장의 법적 지위, 신청인의 검찰총장 임기 등을 고려하면 이 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전으로 보상할 수 없는 손해”라며 “금전보상이 불가능한 경우 또는 금전보상으로는 사회관념상 행정처분을 받는 당사자가 참고 견딜 수 없거나 참고 견디기가 현저히 곤란한 경우의 유형·무형의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징계를 정지해야 하는 ‘긴급한 필요성’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정직 2개월만으로도 신청인이 사실상 해임되는 것과 유사하거나 식물총장이 되는 것과 동일한 결과가 된다는 신청인의 주장에는 별다른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면서도 “신청인이 입는 손해의 성질·내용 및 정도 등을 고려하면 긴급한 필요가 어느 정도 있다고 판단된다”고 봤다.
◆“‘사회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 부적절한 언행 아냐”
“퇴임하고 나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 사회의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와 국민들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은 퇴임하고 나서 좀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
윤 총장은 지난 10월 2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금 여론에서 대통령 후보로 여론조사까지 되고 있는데 임기 마치고 나서 정치를 할 것이냐”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후 여권은 윤 총장의 해당 발언이 ‘향후 정계 진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며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했다고 맹비난했지만 재판부는 해당 발언만으로는 윤 총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우리 사회와 국민들을 위한 봉사’는 정치를 통한 봉사, 국민들을 위한 무료변호, 일반 변호사로 활동하며 국민의 개별적인 이익대리, 다른 공직 수행을 통한 봉사, 일반 자원봉사 등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며 “발언의 진위는 신청인의 퇴임 후 행보에 따라 밝혀질 것이어서, 이 발언을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치적 중립성은 법무부 측이 윤 총장을 징계위로 넘기며 핵심 징계 사유 중 하나로 판단한 부분이다.
◆재판부 분석 문건에 대해선 “매우 부적절”
단, 재판부 분석 문건이 제작되고 배포된 건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봤다. 주요 특수·공안 사건을 선별해 해당 재판부 판사들의 출신, 주요 판결, 세평, 특이사항 등을 정리해 문건화하면 문건이 악용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 및 배포는 매우 부적절하다”면서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재판부 자료 취합과 작성, 배포 과정을 추가로 심리해 공소유지를 위해 문건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는 점 등을 들어 판단을 유보했다.
윤 총장이 채널A 사건에 대해 감찰 방해를 한 점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대검 감찰본부장은 감찰개시 사실과 그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한다”며 “검찰총장은 ‘성명 불상의 검찰 고위 관계자에 대한 감찰을 개시하겠다’는 보고를 받고 대검 감찰부장의 조치가 현저히 부당하다는 등의 이유 없이 ‘감찰활동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말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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