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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조두순 포르노’ 당장 그만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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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2-18 22:32:00 수정 : 2020-12-18 22: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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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그래피(Pornography). 통칭 포르노라 부르는 이 말은 ‘성매매 여성’(Pornoi)과 ‘그림’(Grapos)에 어원을 둔 그리스 합성어 ‘포르노그라피아’에서 나온 단어로, 성적 자극과 표현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표현 양식을 이르는 말이다. 현대에는 이 포르노라는 단어의 의미가 확장돼 ‘보는 이에게 특정한 자극을 일으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든 것’을 ‘○○포르노’라고 부르며 접미사로까지 활용하게 됐다.

대표적인 예가 몇 년 전부터 ‘먹방’, ‘쿡방’ 등으로 유행하고 있는 ‘푸드포르노’다. 유명한 먹방 유튜버들의 구독자가 100만명이 넘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남정훈 경제부 기자

여기에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처럼 정치적 사건을 단순 갈등 구조로 만들어 자극적 스캔들에 집착하는 ‘정치포르노’나 가난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빈곤포르노’, 객관적인 상황이나 현실성 있는 조언은 전부 생략하고 “너는 잘될 거야, 너는 괜찮은 존재야, 너는 뭐든지 할 수 있어” 등등의 감성만을 자극하는 ‘감성포르노’도 있다.

요 며칠 새 한국 사회에서 가장 관심을 많이 받은 인물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조두순이다. 지난 12일 아동 성범죄로 구형받은 12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조두순의 일거수일투족이 방송 뉴스뿐만 아니라 개인 유튜브 계정 등으로도 생중계됐다. 출소 이후 그를 거주지로 호송하던 관용차를 발로 차는 사람도 있었고, 거주지 주변엔 그의 출소에 분노해서 모인 사람들과 여성단체, 보수단체, 각종 취재진, 이를 돈벌이로 이용하려는 유튜버와 BJ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그야말로 ‘조두순 포르노’라 부를 만하다.

물론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조두순에 대한 분노를 느끼지 않을 이가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극악무도한 성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주취감경을 받아 고작 12년형을 구형받았다는 것에 분노하는 것은 인간이라면 당연히 느껴야 할 감정이다. 그럼에도 조두순의 출소 이후 그의 거주지 주변에서 벌이는 행태들, 짜장면을 배달시켜 먹거나 조두순의 집에 침입을 시도하고, 소란을 피우는 모습들은 결코 ‘정의로운’ 행동은 아니다. 그저 ‘조두순포르노’의 한 단면일 뿐이다.

조두순 거주지 주변의 주민 중 한 분이 며칠 내내 소란을 피우는 유튜버들을 향해 날린 일침이 작금의 사태를 잘 설명해 준다. “당신들은 12년 전 피해자 가족들이 법원에서 피켓 들고 울고불고할 때 뭐했나. 이제 와서 이러는 건 구독자 늘리고, 별풍선 구걸하려는 것 아니냐.” 조두순 출소 이후부터 실시간 중계를 해온 한 BJ가 올린 수입이 하루 평균 500만~600만원에 달한다는 얘기도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조두순 거주지 주변에 몰려가 소란과 행패를 부리며 일그러진 분노감을 표출하는 게 아니다. 제2, 제3의 조두순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먼저다. 극악무도한 성범죄자가 심신장애 상태라는 이유로 감형되지 않도록 사법체계를 정비하고, 주변의 성범죄자를 언제 어디서나 감시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아직도 조두순 거주지 주변에서 서성대며 돈벌이에 이용하려는 유튜버들과 그들의 생중계를 지켜보는 이들은 당장 ‘조두순 포르노’를 그만둬라.

 

남정훈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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