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수사지휘권 세 번이나 발동
검찰총장 중징계 초유의 사태도
개혁은커녕 국민 피로감만 키워
尹 법적대응에 검사 결속력 커져
검찰·정권간 새로운 대결 우려도
“내 목을 쳐라.”
2004년 청와대와 법무부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이 반발했다. 2005년엔 천정배 전 장관이 ‘6·25는 통일전쟁’ 발언으로 고발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며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도 검찰 반발은 있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대립은 급이 달랐다.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세 번이나 발동됐고, 검찰총장이 중징계를 받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11개월간 지속된 갈등은 정직 2개월 중징계로 일단락됐지만 후유증은 여전하다. 국론이 분열되고, 국민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윤 총장이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맞서는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검사들의 결속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자칫 검찰과 정권 간 새로운 대결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전날 윤 총장 징계안을 재가하면서 검찰은 이날부터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지난 1월 추 장관 임명 이후 11개월간 이어진 극한 갈등이 1차적으로 봉합된 모양새다.
추 장관은 취임사에서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를 위해서는 검찰의 안과 밖에서 개혁을 향한 결단과 호응이 병행돼야 한다”며 처음부터 검찰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취임 직후 인사를 통해 ‘윤석열 라인’으로 통하는 한동훈 전 검사장 등을 모조리 좌천시켰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이 불거진 뒤에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 총장을 본격적으로 몰아세웠다. 어느 순간 검찰개혁의 명분은 사라지고 ‘윤 총장 찍어내기’라는 실체만 남는 모습이었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검사를 상대로 술 접대를 했다”고 폭로하자 추 장관은 수사지휘권 발동에 감찰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지난달 24일 검찰총장 직무정지 및 징계청구로 윤 총장을 벼랑끝까지 몰아세웠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일련의 사태로 검찰개혁이 완수되기는커녕 국론이 분열되고 국민 피로감만 키웠다고 지적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제도 개혁 측면에서 미흡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법무부는 갈등 전과 후 뭐가 달라졌고, 앞으로 뭐가 더 달라져야 하는지 제시해야 하는데 그게 아직까지도 없다. 섭섭하다”고 평가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대립을 ‘갈등’이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많다.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지낸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갈등이라기보다 굳이 따지자면 (추 장관 측의) 일방적인 전횡”이라며 “촛불정신 등 소중하게 지켜오고 만들어낸 절차에 대한 말살”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변호사회장 출신의 김한규 변호사도 “갈등이라는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다”며 “윤 총장 개인 비위 혐의와 검찰개혁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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