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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빗장 풀린 中 시장… 업계·학회, 긍정·신중론 엇갈려

입력 : 2020-12-08 20:32:35 수정 : 2020-12-08 20: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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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투스 ‘서머너즈워’ 판호 획득 의미·전망
2017년 사드사태로 시장 진출 원천봉쇄
제작사 노력·정부 물밑 작업 합쳐져 결실
“한한령 풀린 것 아니냐” 긍정론 쏟아져

전문가들 “게임 하나로 속단 일러” 일침
학회서도 “美·日 비하면 아직 갈 길 멀어”
정부 차원 TF 구성 등 적극 대응 주문

중국 정부가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에 외자판호를 발급하면서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인해 중단됐던 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인 ‘판호’(출판번호)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판호발급으로 향후 한국 게임사들이 중국 진출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업계의 기대와 달리 학계에선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는 신중론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지난 2일 컴투스의 서머너즈워에 대한 외자판호를 발급했다. 컴투스가 2016년 판호를 신청한 지 4년 만이다. 판호는 중국에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 받아야 하는 일종의 허가권으로 해외 업체들은 외자판호를, 자국 업체들은 내자판호를 받아야 게임을 정식으로 서비스할 수 있다.

이번 서머너즈워의 판호 발급은 컴투스의 자체적인 노력에 따른 중국 내 서머너즈워 인기 상승과 정부의 물밑작업이 이뤄낸 성과라는 게 중론이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이 무산된 후 판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소통 채널을 만들어 왔다.

외교부는 문화콘텐츠 분야의 교류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국 측의 관심과 협조를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특히 지난 11월26일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정부는 문화콘텐츠 분야 협력 활성화를 위한 중국 측의 보다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고, 중국 측은 양국이 이와 관련해 지속 소통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향후 우리 정부는 게임 판호 발급 재개를 포함해 문화 분야의 교류·협력이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 및 민간단체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계속 중국 측의 협조를 요청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중국 내에서 컴투스의 인기가 한몫했다. 서머너즈워는 2014년 6월 글로벌로 출시된 모바일 게임으로, 컴투스가 서머너즈워 덕에 벌어들인 글로벌 매출만 2조원에 달한다. 공식적으로 서머너즈워가 서비스되고 있진 않지만 중국 유저들도 APK(안드로이드 프로그램 파일)을 통해 서머너즈워를 우회적으로 이용해왔다. 또 중국은 서머너즈워의 글로벌 e스포츠 리그인 ‘서머너즈워 월드 아레나 챔피언십’(SWC)에서 두 번의 챔피언을 낼 정도로 큰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컴투스 관계자는 “SWC를 진행하면서 아시아퍼시픽 지역컵과 별도로 중국대표 선발전을 개최하는 등 중국에서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쳐왔다”며 “이번 판호 발급을 통해 앞으로 중국 유저들과 더욱 긴밀히 교류하며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서머너즈워의 판호 발급으로 업계에선 게임 ‘한한령’(한류 제한령)이 풀린 것 아니냐는 긍정적인 전망이 쏟아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머너즈워의 성공으로 인해 3N(엔씨소프트·넷마블·넥슨)을 필두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이번 서머너즈워가 연 ‘빗장’을 계기로 내년에 보다 많은 게임이 판호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국제엔터테인먼트산업대회에 따르면, 상반기 중국 게임 시장 매출은 1394억9300위안(약 24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3% 늘었다. 이 중 중국산 게임의 매출 비중은 86.1%에 달했다. 한국 게임 판호 발급이 중단된 2017년 상반기 69.5%에서 16.6%포인트 늘어난 수치로, 사드 보복으로 생긴 한국 게임의 공백을 중국 토종 게임이 메운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게임 한한령이 해제된다면 국내 게임사 대부분이 직접적인 수혜를 보게 된다. 펄어비스는 대표 게임인 ‘검은사막’과 ‘검은사막 모바일’의 판호 발급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웹진에 따르면 검은사막은 중국 이용자 ‘기대 게임’ 순위에서 PC 3위, 모바일 2위에 올라 있다.

사전예약자 6000만명을 넘긴 넥슨의 던전앤파이터(던파) 모바일의 중국 내 서비스 출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던파 모바일은 게임 한한령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2017년 판호를 발급받은 뒤 지난 8월 중국에서 출시될 예정이었지만, 출시 하루 전날 돌연 서비스 일정이 연기됐다. 중국정부가 유통사인 텐센트의 청소년 게임의존 방지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이유로 출시를 연기한 것이다. 던파 모바일이 중국 내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경우 넥슨은 막대한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 게임의 기초가 된 던파는 2008년 중국 출시 이후 연평균 1조원 이상을 벌어들이면서 한국 게임 산업을 ‘수출 효자’로 거듭나게 한 일등공신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업계의 핑크빛 전망에 대해 국회와 학계에선 발급 재개를 속단하긴 이르다는 목소리가 크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호 발급의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한편, 정부 차원의 TF(태스크포스)를 주문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판호에 대한 안일한 대책을 지적했던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서머너즈워가 판호를 발급받은 것이지 한국 게임 전체에 대해 개방을 재개했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게임 수출을 지원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물관리위원회 등 관련 기관이 서로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의 등급분류 절차를 간소화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판호 발급 재개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응 TF 설치를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번 판호 발급이 전면 재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문체부와 외교부가 공조해 대응 TF를 만들어 중국 정부와의 소통창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도 장밋빛 희망을 경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이 내자판호에 대해 발급을 재개했지만 당시 자국내 게임사의 퍼블리싱을 통해 일본 게임이 대거 허가를 받은 것과 달리 한국 게임은 허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정현 게임학회장은 “이번 판호 발급으로 인해 향후 한국 게임사들의 중국 내 서비스가 모두 풀렸다고 보긴 어렵다. 여전히 일본과 미국 등 타 국가의 판호 발급 현황과 비교하면 사실상 판호 발급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앞으로도 우리 게임사들과 유저들, 정부가 강도 높게 판호 발급에 대한 타국가와의 형평성 문제에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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