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녀 표창장 위조 의혹 등에 얽힌 최성해 전 동양대 교수로부터 과거 ‘사이다 청탁’을 받았다고 주장해 논란인 가운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사람 호의를 그렇게 왜곡하면 안 된다”며 “별 시비를 다 건다”고 일갈했다.
진 전 교수는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조 전 장관이 거절한) 그 재단사는 내게도 왔었다”며 “근데 보낸 주체가 총장이 아닌 작고하신 이사장”이라고 반박했다.
진 전 교수는 이어 “(이사장 눈에) 교수란 놈이 청바지에 티셔츠 입고 다니는 게 맘에 안 드셨던 모양인지 ‘진 교수, 이사장님이 양복 하나 맞춰드리래’라고 했다”며 “그게 점잖으신 분의 교수 복장 불량을 지적하는 방식이고, 이분이 바로 김두관씨의 은사”라고 했다.
그는 “평소에 양복 입는 거 싫어해 한 번도 안 입었다가 그분 장례식 때 딱 한 번 입었다”며 “그 양복, 개나 소나 다 받은 것이다. 사람의 호의를 그렇게 왜곡하면 안 된다. 자기 변명하느라 아들에게 준 사이다까지 뇌물 취급을 하니 치졸함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조 전 장관이 주장한 ‘사이다 청탁’에 관해 지난 22일 최 전 총장과의 통화 내용도 밝혔다. 그는 “(최 전 총장이) 전에 만나 식사를 하는데 그 애(조 전 장관의 아들)가 지역의 천연탄산음료 맛을 보더니 맛있다며 ‘왜 이런 걸 서울에서 안 팔지’ 하길래 한 박스 구해 차에 싣고 다니다 서울에서 정 교수 만난 김에 아들 주라고 넘겨줬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얼마 후 그 애한테 맛있게 잘 마시고 있다고 전화까지 왔었고 ‘한 박스 더 줄까?’라고 했더니 사양했다더라”며 “실제론 안 마시고 인사치레로 한 말인가보다. 이게 ‘사이다 뇌물(?) 미수 사건’의 전모”라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앞서 지난 22일 자신이 2017년 민정수석비서관이 된 후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으로부터 양복, 사이다 등의 이례적인 호의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사이다 상자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 전 총장이 내 아들이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보내준 음료”라며 “잊고 있다가 창고에 처박혀 있던 것을 찾았다. 당시 최 전 총장이 나를 위해 양복을 맞춰주겠다면서 재단사를 보내겠다는 것을 단박에 거절하자 이 음료가 배달됐다”고 설명했다.
조 전 장관은 “가액상 김영란법 위반은 아니지만 입도 대지 않았다”며 “이후 2018년 동양대가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될 위기에 처하자 고위보직교수가 서울 방배역까지 올라와 정경심 교수를 만나 부탁했고, 나는 단호히 거절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민정수석비서관 취임 이전까지 최 전 총장은 나의 가족에게 이례적인 호의를 베풀어 항상 마음에 부담됐다”며 “그런데 거절이 있은 후 태도가 돌변했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은 “최 전 총장님, 제가 모욕감을 드렸냐”고 물으며 “그래서 작년 최 전 총장께서 장기간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한국교회언론회’ 명의로 조국 사퇴 성명서를 내고, 나와의 통화를 왜곡해 여러 언론에 공개하고, 정 교수의 항의 문자를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공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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