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박인휘칼럼] 바이든 당선인과 트럼피즘

관련이슈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0-11-15 23:32:34 수정 : 2020-11-15 23:57:18

인쇄 메일 url 공유 - +

美 대선 사상 최고 득표수 기록
트럼프 ‘버티기 옵션’ 관심 집중
트럼피즘도 수그러들지 않아
‘통합의 길’ 다시 갈 수 있을까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 공화 양당 후보 모두는 역사상 최고의 득표수를 기록했다. 트럼프 후보는 국민적 지지와 민심을 보살피지 않았기에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고, 정책과 비전으로 표심에 어필하기보다는 지난 4년간 반복했던 순열 지지층의 결집만을 무기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억지 주장으로 아직 시시비비를 가리고는 있지만, 최종적으로 바이든 후보가 약 500만표(7%) 정도의 표차로 승리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의 모든 주(州)는 인구의 많고 적음을 떠나 똑같이 2명씩의 상원의원을 가진다. 독자적인 개별 주들이 합쳐진 ‘연방정부’라는 건국의 가치를 100명의 상원의원 숫자에 담은 것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제정치학

하원의원의 경우 정확히 인구규모에 따라 분포되어 있어서 캘리포니아 53명, 알래스카 1명, 이런 방식으로 435명을 만들었다. 수도 워싱턴DC에도 주민이 있으니 상하원 의원은 없지만 3명을 할당, 이렇게 합쳐진 숫자가 538명이라는 선거인단이 되었다. 불합리해 보이지만, 538이라는 숫자에는 미국의 ‘정신’과 국민의 정확한 ‘등가성’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이번에도 전문가들과 여론기관의 예측이 빗나간 것인가.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선거 전문가들이 미국 대선을 전망하는 핵심 기준은 대체로 두 가지이다. 하나는 예비선거가 한창인 2월 말의 여론을 중시하는 예측치가 있고, 또 하나는 선거를 4개월 정도 앞두고 후보자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시점을 중시하는 예측치가 있다. 전자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근거는 예비선거의 특성상 확실한 지지층의 의사가 정확히 반영된 기준이라는 것이고, 후자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근거는 소위 ‘대세(大勢)’라는 것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이번 선거의 핵심 변수는 ‘코로나19’와 ‘5월과 10월의 흑인 사망 사건’이었는데, 이 두 변수는 예비선거 기간 이후에 발생한 까닭에, 예비선거 지지층을 핵심 독립변수로 삼은 여론기관은 정확한 예측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 분명하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버틸까 하는 문제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두 가지 옵션을 사용하고 있는데, 하나는 제도적 수단을 휘두르는 것이고, 또 하나는 무더기 소송전(訴訟戰)을 치르는 것이다.

먼저 후자의 경우 일부 초기 판결에서 보듯이 문제가 되는 몇몇 주에서 트럼프의 손을 들어 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 사안에 대해서 연방대법원이 관여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매우 낮다. 문제는 전자의 경우이다. 정권인수팀에 예산과 공간을 배정할 의무를 가진 연방조달청(GSA)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고, 갑작스러운 인선을 통해 국방장관과 같은 주요 포스트가 트럼프 대통령의 충복들로 채워지고 있다. 극단적인 시나리오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만에 하나 해외에서 군사적 옵션을 활용하려 한다면, 2020년 미국 대선 결과는 예상치 못할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필자는 이러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기우(杞憂)에 그칠 것을 믿는다.

어쩌면 미국이 직면할 정말 어려운 과제는 바이든 행정부 등장 이후가 될 것이다. 한 마디로 ‘트럼피즘과 바이든 정부의 공존’인데, 이러한 예측의 근거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국에서 48% 수준의 비교적 고른 득표를 거뒀다는 점에 있다. 정치적으로 저평가된 평범한 백인 노동자층, 중국의 부상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국민적 실망감, 불필요한 글로벌 이슈에 미국의 비용만 들어간다는 불만, 세계경찰 역할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의 회의감, 이런 감정들로 무장한 트럼피즘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향후 바이든 정부의 정책들이 좀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은 사실이겠지만 법인세 인상, 의료보험 개혁, 최저임금 향상, 국제협력 주도 등의 사안들이 미국인의 보통 정서와 충돌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가 마주했던 미국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미국이 아니었다. 극단적 사회분열을 가까스로 피하고 미국은 다시 통합의 길로 나설 수 있을까. 온 세계인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제정치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
  •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
  • 에스파 카리나 '민낮도 아름다워'
  • 한소희 '완벽한 비율'
  • 최예나 '눈부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