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시뮬레이션 해보니
고가주택일수록 공시가격 가파르게 상승
대치동 팰리스, 907만원 → 2021년 1328만원
90% 달성 2025년 되면 보유세 4754만원
9억 이하 주택도 장기적 보유세 상승 부담
일각 “집주인, 세부담 세입자에 전가 우려”
재산세 한시 인하 불구 ‘세금폭탄’ 반발 일듯
정부가 현재 시세의 50∼70% 수준인 부동산 공시가격을 90%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확정, 발표하면서 세 부담 상승을 우려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 정부가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재산세 감면 방안을 함께 내놨지만, 장기적으로는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재산세 등 보유세 인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가주택일수록 공시가격 빨리 올라
3일 국토교통부 등이 발표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로드맵의 핵심 내용은 주택의 유형별·가격대별로 공시가격 목표 달성 시점을 차별화한 것이다.
올해 기준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단독주택 53.6%, 공동주택(아파트) 69.0%다. 또 단독주택 중 9억원 미만의 현실화율은 52.4%, 9억원 이상은 56%이고, 공동주택은 9억원 미만과 9억원 이상의 현실화율이 각각 68.1%와 72.2%로 차이가 있다. 최종적으로 90% 맞추기 위해서는 공동주택보다는 단독주택, 고가주택보다는 저가주택이 더 많이 올라야 한다.
이에 따라 주택 유형과 가격대별로 기울기를 다르게 해서 서민층이 거주하는 중저가 주택이 급격히 올라가지 않도록 속도 조절을 한 것이다. 공동주택은 5∼10년, 단독주택은 7∼15년, 토지는 8년에 걸쳐 90% 현실화율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가격별로도 차이가 있어서 고가주택일수록 공시지가가 가파르게 올라간다. 15억원 이상 아파트는 가장 빠른 5년 만에 현실화율 90%를 찍는 반면, 9억원 미만 단독주택의 경우 15년에 걸쳐 같은 목표치를 달성하는 방식이다.
특히 9억원 미만 공동주택은 앞으로 3년 동안 연간 1∼1.5% 정도씩만 공시지가가 인상된다. 반면 9억원 이상 아파트는 내년부터 바로 3%씩 공시지가가 오르고, 일부 고가 단독주택은 최대 7%까지 급격하게 상승할 전망이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공시가격을 토대로 산정하는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의 보유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신 정부는 1주택자의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의 재산세율을 낮춰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재산세 감면 대상 주택 보유자의 경우 최소한 2023년까지는 세 부담이 현재보다 더 커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남 고가주택은 보유세 최대 5배 ‘껑충’
이 같은 정부 로드맵대로라면, 당장 내년부터 1주택자라도 보유세 부담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의 경우 5년 만에 3배 이상 뛸 전망이다.
이날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이 시뮬레이션한 추정치를 보면, 올해 공시가격이 20억7200만원, 시세 33억원 정도인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이하 모두 전용 84㎡)를 보유한 1주택자는 보유세 부담이 올해 907만원에서 내년에는 1328만원으로 1.4배가량 늘어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90%를 달성하는 2025년에는 보유세 부담이 4754만원, 5.2배로 증가한다. 올해 공시가격이 10억7700만원, 실거래가 17억원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를 보유한 1주택자는 2030년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쳐 보유세 1314만원을 내게 된다. 올해 보유세 325만원의 4배가 넘는 액수다.
공시지가 9억원 이하인 경우에도 장기적으로는 보유세 상승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마포구 도화현대홈타운은 올해는 종부세 없이 재산세만 128만원가량을 내지만, 2027년부터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되고 2030년에는 보유세로 443만원을 낼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재산세 한시 인하라는 보완 조치에도 불구하고 공시지가 상승이 ‘세금 폭탄’이라는 여론의 반발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재산세가 감면되지만 3년 한시 적용이고, 6억원 이하라는 조건이 있어서 서울 지역 1주택자는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고가주택보다는 덜해도 장기적으로는 중저가 주택 보유자도 세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난이 앞으로도 지속될 경우 집주인들이 늘어난 보유세 부담을 결국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며 “재산세를 인하하더라도 결국 정부 정책의 실효성은 낮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6억 이하’ 1주택자 재산세 최대 18만원 감면
올해 공시가격이 1억6500만원인 강원 춘천시 A아파트 소유자는 내년도 재산세로 원래 11만9670원을 내야 하지만 6만9780원만 내면 된다. 공시가격이 4억원인 서울 종로구 B아파트의 재산세는 31만5950원에서 22만5670억원으로 줄어든다. 1주택자 소유인 이들 아파트는 내년부터 3년간 각각 연평균 5만287원, 9만9610원의 재산세 감면 혜택을 받게 된다.
이는 정부가 3일 발표한 ‘재산세 부담 완화 방안’에 따른 조치다.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는 1주택자의 재산세 부담 완화를 위해 1가구 1주택자가 보유한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의 재산세율을 내년부터 인하하기로 했다. 이날 함께 발표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따른 세금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서민층을 다독이려는 취지다.
정부 관계자는 “대상 주택은 서민 주거안정과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세부담 완화 취지를 고려해 공시가격 6억원 이하로 결정했고, 세율은 과세표준 구간별로 0.05%포인트씩 낮춘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공시가격 1억원 이하는 최대 3만원, 1억∼2억5000만원 이하는 3만∼7만5000원, 2억5000만∼5억원 이하는 7억5000만∼15만원, 5억∼6억원 이하는 15만∼18만원이 감면된다.
감면율은 최대 50%에서 최소 22.2%로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은 50%의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초과 누진과세인 재산세 특성상 주택가격이 높을수록 감면율은 낮아진다.
1주택 보유자의 상당수가 이번 세율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에 따르면 올해 재산세 부과기준으로 1인 1주택 중 공시 6억원 이하 1인 1주택은 94.8%에 달한다. 전체적으로는 연간 4785억원의 세제지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행안부 측은 강조했다.
인하된 세율은 과세 기준일이 6월 1일인 내년 재산세 부과분부터 적용된다. 이를 위해 정기국회에서 지방세법 개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재산세 인하 대상이 되는 1주택자의 기준도 이때 마련될 전망이다. 국토부와 행안부는 같은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의 1가구 1주택 기준을 참고하되, 보편과세인 재산세 특성을 고려해 세부 기준을 정한다는 계획이다. 종부세의 1가구는 ‘주택 또는 토지의 소유자 및 그 배우자가 그들과 동일한 주소 또는 거소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과 함께 구성하는 1가구’다. 또 이때 가족의 의미는 주택 소유자와 그 배우자의 직계존비속 및 형제자매 등이다.
이 같은 혜택이 3년 뒤에도 계속 적용될지는 알 수 없다. 이번 조치가 조세를 감면해주는 ‘특례’ 과세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통상 조세 특례(감면)를 3년 주기로 재검토한다. 정부 관계자는 “3년 경과 후 지역별 주택 시세 변동, 공시가격 현실화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특례 시행 연장 여부 등을)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세준·나기천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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