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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아파트’ 보급해 집값 잡는다?… “결국 로또 아파트 될 것”

입력 : 2020-10-28 18:20:00 수정 : 2020-10-28 17: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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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아파트 1억 내고 입주… 2023년부터 점진 분양
수십 년간 이사 못 하는 단점… “로또 분양 될수도”
사진=뉴시스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한 대책으로 지속적으로 논의선상에 올랐던 ‘반값아파트’ 업그레이드판, 즉 ‘지분 적립형 주택(이하 지분형 주택)’을 꺼내 들었다. 입주자가 주택 분양가의 20∼25%만 내고 입주한 후 수십년간 남은 지분을 나눠 내 결국 소유권을 획득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실수요자에게 주택을 공급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힘을 보태겠다는 정부의 의도와 달리 지분형 주택도 결국 소수의 운 좋은 사람만 혜택을 보는 ‘로또 아파트’에 그치리란 비판도 나온다. 

 

◆5억원 아파트 1억원 내고 입주… 홍남기 “2023년부터 점진적 분양”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토지·건물 지분의 20~25%만으로 주택을 분양받아 입주하고 이후 20~30년에 걸쳐 남은 지분을 취득하는 지분적립형 주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지난 8월 제안했던 지분형 주택의 구체화된 사업 구조를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분양자는 최초 분양 시 토지·건물 지분의 20∼25%만을 취득해 입주할 수 있도록 하되 입주 후 공공지분에 대한 임대료는 시세 대비 낮은 수준으로 책정할 것”이라며 “이후 4년마다 10∼15%씩 균등하게 나누어 취득함으로써 20∼30년 후 주택을 100% 소유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5억원 분양가 주택은 초기 1억원을 내고 입주한 후 임대료를 지불하며 거주한다. 나머지 4억원은 20∼30년간 균등하게 나누어 내는데 최종적으로 입주자가 100% 소유권을 획득하는 방식이다. 투기 방지를 위해 20년간 전매제한, 실거주 요건 등이 부여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앞서 노무현정부 때 나왔던 ‘토지임대부’ 주택, 소위 ‘반값 아파트’ 정책과 달리 최종적인 소유가 가능한 점에서 입주자의 주거 안정에 더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 부총리는 “지분적립형 주택을 신규 공급주택 중 공공보유 부지, 공공정비사업 기부채납분 등 선호도가 높은 도심 부지부터 점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라며 “향후 공급 일정을 감안하면 2023년부터 분양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로또 분양” 될 수도… 수십년간 이사 못 하는 것도 단점

 

정부는 지분형 주택이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을 위한 새로운 공공모델이 돼 매매와 전세 시장의 중장기적 안정에 기여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수십년 실거주 요건과 전매 제한, 한정된 공급량 등 때문에 지분형 주택이 실거주자의 구미를 당길 수 있을지를 놓고 의구심도 제기된다. 

 

특히 20∼30년간 장기 의무 거주해야한다는 점은 지분형 주택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된다. 단 한 번의 청약 당첨 기회를 비교적 실거주 및 전매 제한 기간이 짧은 인기 지역의 새 아파트 대신 수십년간 한 지역에 묶여 있어야 하는 지분형 주택에 투자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이겠느냐는 물음이다. 자녀 계획이 있거나 이직 등의 변수가 있는 신혼부부라면 더욱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사진=연합뉴스

또한 거주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이사할 경우 소유권을 100% 획득하지 못한 상황이라 집값 상승분에 대한 시세차익 배분도 불확실하다. 초기 분양 예상 물량이 1만∼3만호 정도로 한정된 탓에 시장 흐름에 큰 영향을 주기엔 역부족일 뿐더러 결국 극소수만 혜택을 받는 ‘로또 분양’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분형 주택의 장점은 ‘기존의 대출규제를 피해 실수요자에 대한 사실상의 대출완화’의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지분형 주택 입주자에게 실질적으로 60∼80%의 대출을 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이 연구원은 “다만 지분형 주택 역시 결국 로또 분양이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 인기 지역의 적립형 주택의 초기 분양가와 수십년 후 시세 차이가 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총분양가를 인근 시세 수준으로 높인다면 로또 분양 문제는 해소되지만 100% 소유권자의 시세차익을 공공이 회수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갈등도 예상된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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