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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걸을 수도, 말할 수도 없던 남성…‘졸피뎀’ 투약 후 멀쩡

입력 : 2020-10-21 09:37:27 수정 : 2020-10-21 09:3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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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먹다 질식해 뇌 손상된 네덜란드 남성…졸피뎀 투약 후 2시간 가량 의사소통
수면제 ‘졸피뎀’ 투약 후, 의료진과 의사소통을 이어간 리차드라는 이름의 남성. sciencedirect.com 영상 캡처

 

“Do you have problems with your health?(혹시 당신 건강에 어떤 문제가 있나요?)”

 

조용히 고개를 움직이던 남성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아뇨(NO)”라고 답했다.

 

그는 눈앞의 의학 전문가가 든 물건이 ‘칫솔’이라고 말한 뒤, 사용법을 알려달라는 부탁을 받자 오른손에 쥔 칫솔을 좌우로 흔들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성과의 대화는 두 시간 정도에 불과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포스트 등 외신들에 따르면 8년간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던 네덜란드의 30대 남성이 수면제인 ‘졸피뎀’을 복용한 뒤, 의학 전문가와 대화를 나눈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2012년 고기를 먹다 목이 막혀 질식하면서 뇌 손상을 입은 ‘리차드’라는 이름의 39세 남성은 최근 네덜란드 의료진이 최후의 수단으로 가족 동의를 얻어 졸피뎀을 투약하자, 30분 만에 이처럼 기적적인 의사소통을 보였다.

 

졸피뎀 복용 전후의 비교 영상에서 남성은 투약 전 ‘칫솔’을 보이며 사용법을 알려달라는 의학 전문가 말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투약 30분이 지나고 전문가의 같은 말을 들은 뒤에는 손에 쥔 칫솔을 좌우로 움직였다. 그는 간호인의 도움으로 걸었으며, 10년 가까이 아들의 목소리를 못 들었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고, 간편식도 주문해 먹었다.

 

수면제 ‘졸피뎀’ 투약 전, 의료진의 질문에 아무 답도 하지 않은 리차드라는 이름의 남성. sciencedirect.com 영상 캡처

 

의료진은 과거 수면제가 혼수상태의 환자를 깨웠다는 여러 논문을 근거로 리차드에게 졸피뎀을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심각한 손상으로 그의 뇌가 잃었던 신체 움직임, 언어 등에 대한 통제력이 졸피뎀 복용 후에 올라간 것으로 분석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다만, 졸피뎀은 한 번에 2시간 정도만 정상 상태를 유지하게 했으며, 의료진은 리차드가 졸피뎀을 지속 복용하면 내성을 보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약의 복용 시점을 조절하면서 차차 그의 뇌 기능을 회복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에 앞으로는 2~3주 간격으로 졸피뎀을 제공하는 등 투약 시기를 제한할 계획이다.

 

영화와도 같은 리차드의 이야기는 의학 전문지 ‘코텍스(Cortex)’ 11월호에 실렸다.

 

수면제 ‘졸피뎀’ 투약 전후 달라진 뇌 기능 비교 그래프. 투약 전(파란 그래프)보다 후에 뇌 기능이 다소 향상(빨간 그래프)된 것을 볼 수 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향상됐던 기능은 원래대로 돌아갔다. 의학 전문지 ‘코텍스(Cortex)’ 캡처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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