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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익숙한데 불편하고 애매한… 영화 ‘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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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0-17 14:00:00 수정 : 2020-10-16 18: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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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새로운 리메이크 실사 영화 ‘뮬란’(감독 니키 카로, 2020)이 개봉된 지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개봉 전, 새 ‘뮬란’의 개봉 소식과 보이콧 논란 등을 소개하며, 원작 애니메이션이 개봉된 지 22년이 지나면서 영화 안팎의 세상이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해했더랬다. 앞으로 몇 차례 그 궁금증에 대한 답을 정리해볼까 하는데, 이번에는 일단 영화 안 배우, 캐릭터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뮬란’을 보는 내내 낯익은 배우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꼈다. 그동안 미국영화에서 보았던 중국계 배우들이 총출동한 듯하다. 

 

뮬란의 부모님을 연기한 배우 티지 마와 로절린드 차오는 출연 영화들의 제목까지는 안 떠올라도 매우 익숙한 얼굴이다. 보리 칸을 연기한 제이슨 스콧 리와 마녀를 연기한 공리 역시 마찬가지다. 분장 덕분에 바로 알아보지 못했던 이연걸은 이 영화에서 황제로 등장했다. 세월의 흐름이 느껴졌지만, 여전히 건재함을 드러내고 있는 듯해 반가웠다. 

 

덕분에 ‘뮬란’을 보는 내내 낯익은 배우들의 옛 영화 속 모습이 겹쳐졌다. 제이슨 스콧 리가 이소룡으로 나왔던 ‘드래곤’(감독 롭 코헨, 1993), ‘정글북’(감독 스티븐 소머즈, 1995) 등이 떠올랐고, 공리가 출연했던 중국 영화 ‘붉은 수수밭’(감독 장이머우, 1989), ‘패왕별희’(감독 천카이거, 1993), 미국 영화 ‘게이샤의 추억’(감독 롭 마샬, 2006) 등도 떠올랐다. 

 

그 밖에도 영화 마지막에 잠시 등장한 밍나 웬이 출연했던 ‘조이 럭 클럽’(감독 웨인 왕, 1994)과 미국 ABC TV 시리즈 ‘에이전트 오브 쉴드’(2002~ )까지 시대 초월, 장르 초월, 국적 초월 작품들이 떠올랐다. 

 

그러나 낯익은 배우들에 대한 반가움도 잠시, 아쉬움이 커졌다. 이번에도 뻔한 캐릭터가 재생산됐기 때문이다. 무섭거나, 신비하고, 무술에 능한 캐릭터가 또다시 등장했다. 아시아인 캐릭터의 매우 좁은 스펙트럼이 좀처럼 넓혀지지 않았다.    

 

영화 ‘뮬란’(감독 니키 카로, 2020) 속 한 장면.

 

또 다른 디즈니의 리메이크 실사 영화 ‘알라딘’(감독 가이 리치, 2019)에서는 알라딘, 쟈스민, 자파, 지니 등 모든 캐릭터가 입체적인 캐릭터로 변화됐었다. 마냥 철부지 자스민이 아니었고, 만능 알라딘도 아니었다. 악역 자파도 현실적인 외모를 지닌 나름 이유 있는 악역으로 변화되었다. 심지어 비현실적 존재인 지니마저 인간적인 모습을 탑재했다. 

 

그런데 ‘뮬란’에서 대부분의 캐릭터는 오히려 더욱 단순화되었고, 익숙한 스테레오타입을 답습했다. 특히 선과 악이 지나치게 단순하게 그려졌다. 

 

뮬란은 본인의 정체를 숨겼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데, 모두 드러내고 떳떳해지고 결심하고, 인성으로나 능력으로나 완벽한 선한 사람이 된다. 

 

보라 칸은 외모부터 성격까지 전형적인 악인이다. 나름의 명분으로 전쟁을 시작했겠지만, 복수라는 키워드로 모든 것이 생략된다. 흉터투성이의 외모로 눈을 부릅뜨고, 칼을 휘두르고, 겁박할 뿐이다. 복수하는 왕이라기보단 악마 같은 느낌이다. 

 

마녀 역시 단순하다.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공식은 벗어나지만, 영화 내내 매의 모습으로 날아다니고, 엄청난 마력을 보였던 마녀의 마지막 모습은 시시하고, 급작스럽다.   

 

반면에 중국 황제는 지나치게 멋지다. 젊은 시절엔 무술도 뛰어났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모태 현명한 사람인 듯하다. 뮬란이 영화 내내 여성임을 숨기면서 겪었던 고민과 고생이 황제에게는 애초에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던 것 같다. 

 

최근 영화에서 보기 힘든 극과 극의 선악 구분과 캐릭터의 단순화는 관객들이 특정 캐릭터에 감정이입 하는 것을 오히려 방해한다. 너무 뻔해서 비현실적이다.   

 

중국을 타깃 시장으로 삼으면서 중국 개봉과 검열을 염두에 둔 미화와 단순화를 시켜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국은 이제 그저 신비로운 아시아의 한 나라가 아니다.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중국은 다양한 모습이 노출된 나라다. 

 

개인적으로 중국에 대해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지나치게 단순화된 캐릭터를 (고증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뻔한 중국식 옷, 풍경, 소품, 음악 등과 함께 보기가 편안하지는 않았다. 서양인들의 판타지라 할 수 있는 ‘한자’의 활용도 좀 우스꽝스러웠다. 

 

중국 내에서는 ‘뮬란’이 (중국계) 미국 배우들이 등장하는 미국영화라는 인식이 강했다는 평가도 보인다. 정체성이 애매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할 수 있겠다. 스토리와 캐릭터를 단순하게 그리는 것도 문제고, 마냥 신비롭고 멋지게 혹은 악하게 그리는 것도 답은 아니다.   

 

익숙함과 불편함이 공존한 ‘뮬란’은 앞으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미국영화에 숙제를 남긴 셈이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 위 기사는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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