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테니스 현역 세계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33·세르비아)는 올 시즌 단 1패만 기록 중이다. 지난 달 열린 파블로 카레뇨 부스타(29·스페인·18위)와의 2020 US오픈 16강전에서다. 단순히 최강자가 시즌 첫 패배를 해서만은 아니었다. 패하는 과정이 세계적 화제가 될만했다. 1세트 진행 중 경기가 풀리지 않자 무심코 라켓으로 코트 밖으로 쳐낸 공이 선심을 강타했고 결국 실격패가 선언됐다.
이런 조코비치가 US오픈 한달 후 열린 메이저대회인 2020 프랑스오픈에서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다. 6일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카렌 하차노프(24·러시아·16위)와의 남자 단식 16강전에서다. 1세트 게임스코어 4-3으로 앞선 상황에서 상대가 날린 강서브를 받기 위해 라켓을 내밀었으나 공이 엉뚱하게 코트 밖으로 날아가 선심의 얼굴을 강타했다. 지난달 US오픈 때 상황을 떠올리는 장면이었지만 이번에는 인플레이 중 나온 해프닝이라 실격으로 처리되지는 않았다.
당황한 조코비치는 곧바로 선심에게 달려가 상태를 살핀 후 경기에 복귀했지만 해당 게임은 10분 넘는 듀스 공방 끝에 내줬다. 다행히 이 해프닝이 경기 흐름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조코비치는 ‘빅3’를 위협하는 신성 중 한명인 하차노프를 거세게 밀어붙여 세트스코어 3-0(6-4 6-3 6-3)으로 완파했다.
조코비치는 경기를 마친 뒤 치러진 인터뷰에서 “(US오픈 때의) 데자뷔인 줄 알았다”며 “공에 맞은 부위가 빨갛게 됐던데 다치지 않았는지 걱정”이라고 선심을 염려했다.
조코비치의 8강전 상대도 화제가 됐다. US오픈 실격패 때의 상대인 카레뇨 부스타를 만나게 됐기 때문이다. 당시 사건이 1세트 때 벌어졌던지라 역전의 여지는 충분했지만 실격으로 조코비치는 끝내 경기를 뒤집을 기회를 갖지 못했다. 한달여만에 치러지는 또 다른 메이저대회에서 곧바로 설욕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